커버스토리 함께 풀기 대담 황영식·김진수 자원 전문가 2人 “첨단 기술로 탄소 중립·핵심광물 연결 가속…재활용도 핵심 전략”
  • 이용성 기자
  • 핵심광물을 비롯한 천연자원의 활용은 얼핏 탄소 중립1) 목표 달성과 방향이 다른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리튬·니켈·코발트·희토류 등 에너지전환 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의 안정적인 수급이 필수이기 때문에 둘은 상호 연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요 자원 보유국의 수출 통제와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핵심광물 확보와 탄소 중립 달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관련 분야 전문가인 황영식 한국광해광업공단 사장과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에게 의견을 물었다. 

    서울대 정치학, 전 한국일보 주필, 전 서울대 산학협력중점교수, 전 단국대 인재개발원 초빙교수

    핵심광물의 안정적 확보와 탄소 중립을 동시에 실현하는 게 가능할까.

    황영식 한국광해광업공단 사장(이하 황영식)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성과 탄소 중립을 별개의 과제로 접근해서는 어렵고, 처음부터 하나의 전략으로 연계 추진해야 한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필연적으로 리튬·니켈·코발트·희토류 등 에너지전환 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핵심광물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선결 과제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이하 김진수) “두 가지는 상충하는 목표가 아니며, 순차적인 제약 관계에 가깝다. 탄소중립은 연료를 소비하여 에너지를 얻는 시스템에서 설비를 구축하여 에너지를 얻는 시스템으로 전환을 의미하고, 그 과정에 핵심광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핵심광물 가격이 올라가면 탄소 중립도 그만큼 어려워질 수는 있겠다. 

    김진수 “핵심광물은 배터리 셀 원가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지만, 전기차 판매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이고, 희토류는 영구자석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지만, 차량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다. 가격 자체보다 공급과 연관 산업 생태계를 원활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두 목표 달성을 위한 선결 조건은. 

    황영식 “우선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급증하는 핵심광물 수요를 뒷받침할 만큼의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수급 채널을 다변화하고, 국내외 정(精)·제련2) 역량과 전략 비축 등을 통해 수출 통제, 지정학적 갈등, 가격 급등 등에 흔들리지 않는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 지속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핵심광물 생산과정에서 오히려 많은 탄소를 배출하거나 환경·인권 문제를 발생시킨다면 정책적 모순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광산 개발부터 정·제련, 운송에 이르는 전 과정의 탄소 배출과 환경오염을 낮추는 저탄소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적절한 가격과 품질로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경제성과 산업 경쟁력도 확보해야 한다. 광물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국내 이차전지·전기차·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 박사, 현 한양대 인터칼리지 학장, 현 산업통상부 에너지정책 전문위원회 위원

    리튬과 구리·희토류 등 핵심광물 생산 국가가 자국 영토에 생산 시설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우리나라는 대응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김진수 “우선 투자·협력 모델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다행히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 강국이며 핵심광물 수요가 확실한 국가다. 자원 보유국이 원하는 현지 고용, 일부 기술이전, 세수 확보를 지원하면서 우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 제조 역량과 기술, 금융, 수요를 묶어 자원 보유국과 상생하는 패키지 모델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런 패키지 모델은 민간에서 추진하기는 어렵다. 일본의 경우 일본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중심으로 상사·금융·수요 제조업이 협력하곤 하는데, 우리도 그런 역할을 수행할 기관이 필요하다.” 

    황영식 “국내 정·제련은 ‘전량 국산화’가 아니라 ‘전략적 최소 역량 확보’ 구조가 적절할 것 같다. 모든 광물을 국내에서 제련하는 것은 환경 문제, 경제성 등의 측면에서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특정국의 공급이 중단될 경우 산업에 치명적인 광물은 국내 또는 우방국에서 최소한의 정·제련 능력을 유지하는 분산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공급망 관리는 원광은 물론 중간재·소재까지 포함해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니켈이라면 혼합수산화침전물(MHP)·매트·황산니켈·전구체 등 우리 산업에 실제로 투입하는 중간재·소재까지 공급망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어느 단계에서 수출규제나 특정국 독점이 발생하는지를 판단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핵심광물 수급 채널 다변화를 모색할 때 어떤 부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까. 

    김진수 “안보를 위해 공급망을 다변화할 경우 비용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유럽의 갈륨과 디스프로슘·터븀 등 중희토류 가격은 중국 내수 가격의 약 다섯 배에 달한다. 장기적으로 가격 격차를 메울 수단 없이 다변화만을 위해 계약을 추진한다면 성과를 담보하기 어렵다. 또 광물만 볼 것이 아니라 기술·장비·인력과 연계 부자재의 병목 여부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배터리용 흑연 가공 장비, 초고순도 갈륨 정제 장비, 영구자석 결정립 경계에 중희토류를 선택적으로 침투시키는 입계확산(GBD) 장비의 경우 중국 밖 공급사가 극소수다. 운영 인력도 필요하다. 광물 수급 채널만 다변화하고 부자재·물류·에너지를 놓치면 실패는 불 보듯 뻔하다.” 

    황영식 “단순히 수입 대상 국가 수를 늘리는 것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공급처를 확보했더라도 특정 국가나 기업에 의존하거나, 물류와 정·제련 단계에서 기존 공급망에 의존한다면 실질적인 다변화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광물의 생산부터 정·제련, 운송, 국내 도입까지 전체 공급망을 기준으로 다변화를 판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자원 부존량과 실제 공급 가능성이다. 매장량이 많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광상의 품위(품질)와 개발 단계, 생산 비용, 전력·용수·항만 등 인프라를 함께 살펴 실제로 개발하고 장기간 공급할 수 있는 자원인지 판단해야 한다. 지정학적·정책적 안정도 살펴야 한다. 해당 국가의 정치적 안정성뿐만 아니라 광업 정책, 세제와 로열티, 외국인 투자 규제, 수출 통제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물류와 항만 접근성도 중요하다. 운송 거리와 비용뿐만 아니라 해협이나 특정 국가를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지도 잘 판단해야 한다.”

    환경 영향 관련 지속 가능성도 중요하게 봐야 하지 않을까. 

    황영식 “앞으로는 단순히 값싼 광물을 확보하는 것보다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과 환경·인권 문제가 적고 원산지와 생산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광물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핵심광물 수급 채널 다변화는 ‘어느 나라에 광물이 많이 있는가’를 찾는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서, 어떤 경로로, 어떤 조건으로 확보해야 장기간 안정적으로 우리 산업에 공급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재활용 등을 통해 핵심광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김진수 “재자원화·재제조·재사용을 포괄하는 재활용은 자원 안보 강화와 탄소 중립 기여에 키 플레이어다. 코발트와 구리는 이미 재활용 흐름이 형성되어 있고, 희토류 자석은 초기 세대 전기차와 풍력 터빈의 수명이 다하면서 폐설비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재활용 영역에서도 중국 집중도가 너무 높긴 하다. 배터리 재활용이 크게 늘었다고 하지만, 중국이 전 세계 전처리 능력의 4분의 3 이상, 소재 회수 능력의 90%를 차지한다. 중국 밖에서는 한국이 소재 회수 부문 최대 플레이어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우리 정부도 2025년 ‘핵심광물 재자원화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10대 전략 핵심광물 재자원화율 20% 목표를 제시했으며, 재자원화 기술을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 전략 기술에 포함해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공급망 안정화 품목을 할당 관세 인하 대상에 추가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칠레 아타카마 염호의 리튬 생산 현장.

    미래 핵심광물 수급 채널 다변화를 위해 특별히 눈여겨볼 지역이나 국가가 있을까.

    황영식 “자원이 많은 나라보다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으면서, 한국이 정·제련, 소재까지 진입할 여지가 있는 나라’를 우선적으로 찾아봐야 한다. 중남미는 전략적인 측면에서 큰 관심을 두고 봐야 할 지역이다. 칠레·아르헨티나는 리튬, 칠레·페루는 구리의 핵심 공급원이고, 브라질은 흑연과 희토류의 새로운 공급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인도네시아를 중요하게 봐야 하겠지만, ‘인도네시아 일변도’는 경계해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니켈 정·제련의 최대 허브가 되었고, 오히려 공급 집중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필리핀의 니켈, 베트남의 희토류·텅스텐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내 보완 공급원을 같이 키울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일변도에서 탈피해야 한다. DR콩고는 구리와 코발트 집중 리스크가 너무 크다. 앞으로는 탄자니아·모잠비크·마다가스카르 같은 동아프리카권 흑연과 희토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에도 계속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첨단 기술 접목이 탄소 중립과 핵심광물 확보 동시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황영식 “첨단 기술은 탄소 중립과 핵심광물 확보를 연결하는 중요 수단 중 하나다. 크게 네 가지 기술군을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 첫째, AI 기반의 자원 탐사 기술이다. 기존의 위성·항공 탐사, 지질 조사, 시추 탐사 자료를 AI가 통합 분석해 유망 지역을 찾아낸다. 둘째, 저탄소 정·제련 기술이다. 에너지 소비와 화학약품 사용을 줄이는 정·제련 기술을 확보하면, 탄소 중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공급망 확보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폐배터리·폐전자제품 재자원화 기술이다. 폐배터리에서 리튬·니켈·코발트를, 폐영구자석에서 희토류를, 폐전자제품에서 구리·금·은 등을 회수한다. 그 밖에 무인 트럭, 드론 측량 등을 활용한 광산의 무인화, 배터리에서 코발트 사용을 줄인 배터리와 희토류 사용을 줄인 영구자석 등도 탄소 배출과 핵심광물 사용량을 줄이면서 경제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


    용어설명
    • 1탄소 중립 (Carbon Neutrality)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불가피하게 배출된 탄소는 산림 조성 등으로 흡수하거나 포집·제거하여 실질적인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드는 상태를 뜻한다. 이를 ‘배출한 만큼 흡수한다’고 하여 ‘넷제로(Net Zero)’라고도 한다.

    • 2정(精)·제련

      광석에서 금속을 추출해 순도를 높이는 제련 공정 중 후반부에 해당한다.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는 가공 전 금속(화합물 형태)을 뽑아내는 전반부는 조(粗)제련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