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깊이 듣기 패트릭 슈뢰더 채텀하우스 선임연구원 “핵심광물 없는 탄소 중립은 허상, 순환형 자원 안보 체계 구축해야”
  • 박근태 기자
  • 뉴질랜드 빅토리아대(웰링턴) 환경학 박사,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7차 평가보고서(AR7) 조정 주저자(CLA), 유엔 글로벌환경전망(GEO) 제7차 보고서 조정 주저자(CLA), 전 영국 서식스대 개발학연구소(IDS) 연구원

    “순환 경제가 아닌 탈탄소화는 또 다른 환경 파괴와 자원 종속을 낳는 모순이다. 진정한 자원 안보는 단순한 자원 재활용을 넘어 채굴·설계·가공·재자원화를 잇는 산업 인프라를 구축할 때 완성된다.” 패트릭 슈뢰더(Patrick Schröder) 채텀하우스(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친환경 에너지로 바꾸려면 핵심광물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한데, 주요국이 이를 무기처럼 쥐고 흔들면서 탄소 중립 계획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슈뢰더 선임연구원은 핵심광물 가치 사슬과 순환 경제, 기후 지배구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분석해 온 자원 정책 전문가다. 그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7차 평가보고서(AR7) 제3실무그룹(WG3)에 조정 주저자(CLA)로 참여했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 무기화와 재생에너지 전환 상황에서 “신규 광산 개발에만 매달리는 선형 공급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도시 광산과 재자원화를 국가의 전략산업 인프라로 격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뢰더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핵심 금속 자급률이 0.4%에 불과하다”며 “완전한 자급자족은 불가능하며 해외 책임 채굴, 첨단 가공 기술, 제품 수명 연장 설계, 2차 원자재 회수를 결합한 ‘적응형 순환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장기적인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슈뢰더 선임연구원과 일문일답.

    중국의 중희토류1) 수출 통제 이후, 각국의 핵심광물 확보 정책은 어떻게 바뀌고 있나.

    “각국은 신규 채굴 중심에서 순환 경제와 재자원화로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희토류를 넘어 핵심광물 전반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순환 경제는 국가 자원 안보와 직결된다. 2021~2024년에만 재활용 목표치 설정,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국내 가공 지원을 포함해 30개 이상의 신규 재활용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도입됐다. 순환 경제와 2차 자원(재활용 원료)을 통해 2050년까지 예상되는 핵심광물 수요 50% 이상을 충당할 수 있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에 기반한 조치다. 희토류 분야에서는 이미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월 영국 하이프로맥은 버밍엄대와 함께 타이즐리 에너지 파크에 수소 공정 기술을 활용한 희토류 자석 분리·재활용 시설을 열었다. 유럽 각지에서도 유사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재 재활용 공급량 증가 속도는 급증하는 소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1차 채굴을 보완하는 초기 단계다.”

    재활용과 도시 광산이 신규 광산 개발이나 국가 비축보다 지정학적 충격에 더 빨리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나. 

    “국가 전략 비축분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 이를 방출하는 것이 가장 즉각적인 대응책이다. 그러나 비축분을 조성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예산과 보관 용지가 요구된다. 반면 신규 광산 개발은 통상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가장 느린 선택지다. 순환 경제와 도시 광산은 이미 가동 중인 산업이므로 백지상태에서 시작할 필요가 없다. 산업용 스크랩, 전자 폐기물, 폐배터리, 노후 설비 등은 신규 광산보다 훨씬 빠르게 원료를 공급할 수 있다. 물론 수거부터 재투입까지 전 주기 인프라를 완성하는 데는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 현실적인 로드맵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5년 이내에 수거·해체·가공 역량을 대폭 확충하고 EPR 정책과 산업계 장기 오프테이크(구매) 계약을 설계해야 한다. 5~10년이 지나면 도시 광산은 외부 충격을 완화하는 실질적인 구조적 완충재로 안착한다. 특히 배터리는 초기 전기차 배터리가 쏟아져 나오는 2030년 이후, 기여도가 급격히 커진다.”

    인공지능(AI) 확대는 순환 경제 로드맵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와 희토류 수요 폭증은 데이터센터 기획 초기부터 순환 경제 원칙을 통합해야 함을 보여준다. 모듈형 장비 도입, 부품 재사용, 폐열 회수, 폐쇄형 냉각수 시스템, 하드웨어 수명 연장 등이 필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10년 된 노후 스마트폰도 센서 데이터 처리, 웹 호스팅, 엣지 컴퓨팅 등 범용 분산형 소형 데이터센터로 재활용될 수 있음이 입증됐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이 첨단 AI 학습이나 대규모 추론 작업을 위한 고성능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순환형 설계를 통해 어떻게 한정된 자원으로 분산형 컴퓨팅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결정적인 사례다.”

    탈탄소화가 핵심광물을 부족하게 한다는 역설을 해결할 방법은. 

    “한 번 태우면 사라지는 화석연료와 달리, 핵심광물은 차량·전력망·터빈·건축물에 물리적으로 축적된다. 관리 가능한 원자재 재고가 점진적으로 쌓이면 장기적으로 광물 부족 문제는 완화될 수 있다. 핵심 해법은 시스템 통합과 ‘섹터 커플링(부문 간 연계)’이다. 현재 에너지, 교통, 건물, 디지털 인프라, 제조업은 여전히 칸막이식으로 계획된다. 부문 간 조율이 원활해지면 공유 인프라 활용도가 높아져 전반적인 원자재 투입 집약도를 낮출 수 있다. 가령 대중교통·전력망·건물·V2G(Vehicle-to-Grid·차량 전력망) 시스템을 결합하면 에너지 저장에 필요한 배터리 수량과 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수명 연장, 재사용, 재제조, 고품질 재활용을 추가하면 광물 소비는 더 줄어든다. 해법은 단순 재활용이 아니라 책임 있는 1차 채굴, 소재 효율화, 대체재 개발, 물질 회수가 결합한 국가 차원의 통합 산업 전략에 있다.”

    1.5도 기후 목표와 핵심광물 공급 제약의 상충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현재 기후 지배구조는 급변하는 글로벌 지정학적 현실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유례없는 기후 비상사태로 각국 정부는 에너지전환용 핵심광물 공급망을 열어두고 탈탄소화를 지연시키는 무역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고위급 합의를 해야 한다. 이 문제는 주요 20개국(G20) 의제로 다뤄져야 하며, 한국은 2027년 영국과 함께 이 의제를 주도할 수 있다. 공급망 투명성, 책임 있는 조달, 가공처 다변화, 자의적인 수출 통제 제한, 순환 경제 공조가 공약에 담겨야 한다. 또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넷제로 계획 수립 시 광물 수요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대체 기술과 순환 경제를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자원 부족이 기후 목표를 후퇴시키는 핑계가 돼서는 안 되며, 오히려 전환의 실현 가능성을 키우기 위한 국제 협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2)이 제시한 ‘2030년 재활용 25% 목표’는 얼마나 현실적인가.

    “목표 설정은 명확한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고 투자 신호를 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CRMA의 목표는 엄밀히 말해 ‘EU 역내 재활용 설비용량 기준’이다. 즉 EU의 재활용 능력이 전략 원자재 연간 소비량의 25%를 처리할 수준이어야 한다는 뜻이며, 소비 광물 25%가 반드시 재활용 원료로 충당된다는 보장은 아니다. 2030년까지 정확히 25%를 달성하느냐보다 2차 공급을 확대할 인프라와 규제·산업 역량을 완비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배터리 수명이 길어져 폐배터리 원료 확보에 한계가 있겠지만, 2030년 이후에는 폐배터리 배출량이 급증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폐배터리 발생량이 2030년 약 120만 개에서 2040년 1400만 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유럽 내 폐기물 회수율을 극대화하면 2050년 유럽 핵심광물 수요의 최대 56%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30년 목표는 한계선이 아니라 장기적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한 초기 이정표다.”

    핵심광물 순환 경제 구축을 막는 가장 큰 장벽은 무엇인가.

    “정치적 요인이다. 각국이 국제 협력보다 국가주의적 경제 안보의 틀에서 자원을 다루고 있다. 금속 스크랩, 가공 기술, 회수 원자재를 자국 영토에 묶어두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처리 비용이 상승하고 글로벌 순환 경제 및 무역망이 파편화하고 있다. 어떤 나라는 재활용 공장을 돌릴 폐기물이 부족하고, 다른 나라는 원료는 많지만 고도화된 처리 기술이나 환경 기준이 미비하다. 모든 국가가 ‘광산에서 자석까지’ 완전한 자급 체계를 구축하려면 글로벌 순환 경제는 작동할 수 없다. 신뢰 기반의 ‘규범화된 광물 상호 의존성’이 필요한 이유다. 복잡한 다원소 분리 난이도나 물성 저하 등 기술적 난제도 있지만, 표준화와 정보 공유, 전문 재활용 허브 구축, 2차 원자재 무역 협력이 뒷받침된다면 극복할 수 있다. 유럽·영국과 한국 간 공동 연구개발(R&D)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

    EU 역내 가공·재활용 의무화 규제는 한국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CRMA나 ‘리소스EU(RESourceEU)3) 행동 계획’ 등 유럽 정책으로 인해 더 많은 광물 가공 및 재활용 설비가 유럽 역내에 들어서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한국 배터리·자동차·전자 기업에 현지 재활용 시설 구축, 현지 합작법인(JV) 설립, 제품 회수 시스템 운용 등의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유럽 최대 규모의 배터리 기가팩토리를 운용하는 것처럼, 향후 한국 기업은 공급망 추적성, 재생 원료 사용 비율, 유럽의 배터리 규제 준수 여부를 철저히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거대한 유럽 단일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확고히 하고, 점차 쏟아져 나올 현지 폐배터리 원료 시장을 선점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중희토류 대체재나 다른 혁신적 소재가 핵심광물 공급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재료과학의 혁신이 취약성을 낮출 수는 있지만, 완전한 대체는 어렵다. 디스프로슘이나 터븀 같은 중희토류는 고성능 영구자석에서 다른 원소로 대체하기 힘든 고유한 물리적 특성을 제공한다. 비희토류 모터 설계도 가능하지만, 무게, 에너지 효율, 출력 성능 간 트레이드오프를 감수해야 한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LFP 기술이 널리 쓰이고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리튬·니켈·코발트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혁신은 대체 소재뿐 아니라 분해·수리·모듈화가 쉽게 전자제품을 재설계하는 영역에서도 필수다. 파쇄 전 배터리, 인쇄회로기판(PCB), 영구자석을 쉽게 식별·분리할 수 있어야 미량의 고가 광물까지 경제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자가 수리 프로그램’ 같은 순환형 제품 설계 혁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해야 한다.”

    핵심광물과 소부장(원료+소재·부품·장비)을 연결하는 모델은 유효한 해법일까.

    “기존의 취약점을 보완하려는 매우 올바른 로드맵이다. 다만 성공을 거두려면 정권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적 일관성이 필수다. 또한 0.4%라는 극단적으로 낮은 자급률을 고려할 때 한국은 국내 채굴이나 재활용만으로 자원 안보를 달성할 수 없다. 해외 파트너십 구축, 정제·가공처 다변화, 신뢰할 수 있는 기업과 장기 오프테이크 계약, 재활용, 기술적 대체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한국은 독보적인 제조·가공 경쟁력을 바탕으로 파트너국의 1차 광물 및 2차 재활용 원료를 결합할 수 있다. 정책의 성공 기준은 ‘완전한 자급자족’이 아니라 특정국 의존도 축소, 재활용 투입 비중 확대, 적정 비축량 확보, 공급망 단절 시의 대체 유연성 확보로 설정돼야 한다.”

    ‘도시 광산형 준(準)비축’ 전략은 현실적 대안이 될까.

    “폐가전과 폐기기에서 회수한 광물을 비축 자원으로 접근하는 구상은 매우 탁월하다. 한국의 건축물, 인프라, 전기차, 산업 기계, 서랍 속 구형 기기에는 막대한 양의 광물이 축적돼 있다. 전국에 분산된 거대한 ‘국가 잠재 비축량’이다. 다만 이는 물리적 비축 기지처럼 즉각 방출할 수는 없다. 한국이 최우선으로 구축해야 할 인프라는 ‘전국 단위 물질 정보 시스템’이다. 유럽의 ‘도시 광산 플랫폼’처럼 어떤 자원이 어디에 얼마나 있으며 언제 배출될지 추적하는 정밀한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 이는 한국의 E-순환 지배구조 시스템과 연계해 발전시킬 수 있다. 도시 광산은 물리적 보관 부담을 덜며 국가 비축을 효과적으로 보완하지만, 급성 공급 위기에 대응할 물리적 필수 비축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으므로 병행해야 한다.”


    용어설명
    • 1중희토류(Heavy Rare Earth Elements)

      디스프로슘·터븀 등 원자번호가 큰 희토류로, 전기차 구동 모터와 풍력발전용 고내열 영구자석의 핵심 원료다. 매장량이 적고 중국이 채굴·가공을 독점해 공급망 안보에 매우 민감한 전략물자로 분류된다.

    • 2핵심원자재법(CRMA)

      특정국 자원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EU가 도입한 법안이다. 2030년까지 EU 내 채굴 10%, 가공 40%, 재활용 25% 달성 및 특정국 의존도 65% 이하 제한 등을 목표로 규정했다.

    • 3리소스EU (RESourceEU)

      EU가 핵심 원자재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실행 계획. 과거 러시아산 화석연료 탈피를 이끌었던 ‘REPowerEU’ 모델을 벤치마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