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깊이 보기 특별기고 조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KIEP) 부연구위원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 본격화…韓, ‘가격·통상 규칙’ 설계 참여 나서야
김정관(왼쪽 첫 번째) 산업통상부 장관과 다니엘 마스 발데스 (왼쪽 네 번째) 칠레 광업부 장관이 7월 30일(현지시각) 칠레 산티아고 대통령궁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광물자원 파트너십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뉴스1

탄소 중립을 위한 청정에너지 기반 시스템은 기존 화석연료 기반 시스템에 비해 훨씬 많은 광물을 필요로 한다. 전기자동차 한 대에는 200㎏이 넘는 핵심광물이 투입되며, 리튬과 코발트, 흑연, 희토류와 같이 내연기관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되던 광종의 수요도 늘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를 연료 집약적(fuel-intensive) 시스템에서 원료 집약적(material-intensive) 시스템으로의 전환으로 규정했다.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각국 핵심광물 전략의 중추가 된 배경이다. 그러나 IEA가 최근 발간한 ‘글로벌 핵심광물 전망 2026’에 따르면, 2025년 핵심광물 투자는 오히려 9% 감소하고, 이차전지 부문의 자본 지출과 리튬 투자도 축소됐다. 최근 미국, 일본의 지분 투자가 증가하는 희토류와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이러한 투자 위축은 광물 가격 변동성 외에도 지경학적 충돌로 인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확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지전략적자원협력포럼(FORGE)1)을 출범시키며 지전략(geostrategy) 개념을 명시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기존 핵심광물 전략이 자원 물량 확보에 치중했었다면, 글로벌 정책 기조 전환을 반영한 대응 전략 방향의 선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핵심광물 공급망 병목, 정·제련 과정과 비시장 조치 증가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광물은 생각보다 희소하지 않고, 추출 단계의 자원 공급국도 다양하다. 공급망 교란 위험은 정·제련 과정에서 특정국 집중도가 높아 비시장 조치가 행사될 확률이 높아지는 데 기인하며, 이는 추출 과정을 다변화해도 풀리지 않는 숙제다. 특히 많은 광종에서 정·제련 단계의 특정국 집중도가 채굴 단계보다 더 높아, 광산 확보뿐 아니라 정·제련 가공 단계의 다변화를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일방적인 수출규제, 생산량 제한 등 비시장적 조치가 증가하는 것도 문제다. 전통적인 자원 공급국은 자국 내 부가가치 확대를 기치로 광물 주권을 강화하며 원광 수출규제를 늘려 왔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수출 쿼터, 인도네시아의 니켈 원광 수출제한 등이 대표적이다. 통제 범위 자체도 원광을 넘어 파생 제품과 기술까지 확대됐는데, 2025년 10월 중국의 희토류 및 이차전지 공급망에 대한 수출 통제 규정 개정이 대표적이다. 이는 역외 관할권에 대한 통제력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2)과 유사해 대응하기 어려운 유형의 조치로 평가된다.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 의제, 집단 회복력 제고 방향으로

주요 7개국(G7)은 지난 6월 에비앙 정상 선언3)을 통해 비시장 조치와 경제적 강압에 대응해 공급망 다변화와 집단적 회복력을 향상하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희토류와 영구자석에 대해 G7 및 파트너국 외 단일 공급국 의존도를 2030년까지 60% 미만으로 낮추고, 향후 50%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투자 활성화, 공동 비축 역량 확보, 재활용 확대, 핵심광물 생산동맹 확대·개편 등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핵심광물 공급망 위기가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는 상징성이 있다. 이런 흐름은 최근 미국 주도의 핵심광물무역협정(ATCM)4)에서 더 구체화됐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근거한 포고령 11001호에서 가공 핵심광물 및 파생 제품 수입의 국가 안보 위협을 지적했고, 이를 국경 간 가격 조정 메커니즘을 핵심으로 하는 복수국 간 협정으로 발전시켰다. 미국은 일본·유럽연합(EU)·멕시코 등과 액션플랜 및 공동문서를 통해 국경조정형 가격하한제 등 정책수단을 논의해 왔으며, 호주·캐나다·영국 등과도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ATCM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 복수국 간 협정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향후 협정의 구체적 형태와 회원국·비회원국 간 적용 차이에 따라 핵심 광물 통상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광물 안보 프리미엄’ 지불 능력 따져봐야

G7 선언문에서는 정책 수단을 검토할 때 중·하류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무대응의 비용’을 함께 고려하도록 언급한다. IEA 보고서에 따르면, 핵심광물 가격 변동성은 공급망 중·상류에는 영향을 크게 주지만, 공급망 하류로 갈수록 영향력이 작아진다. 예를 들어 희토류 가격이 세 배로 올라도, 완성차 가격은 0.1% 오르는 데 그치는 반면, 영구자석 제조 단계에서는 80%, 모터 단계에서는 10% 상승한다. 그러나 희토류 수출 통제로 공급 자체가 차단될 경우, 중국 외 국가에서 공급망 하류에 미치는 위험에 노출되는 생산액은 6조5000억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핵심광물은 투입 가치가 작아도 파급효과가 크다. 이에 IEA는 공급망 위험 요인에 대한 보험료 성격으로 ‘광물 안보 프리미엄’ 개념을 제시했다. 이 보험료를 누가 어떻게 분담하느냐에 따라 국가 간 이해득실이 첨예하게 갈린다.

적극적 규제 설계 참여 필요

한국은 ATCM 같은 신통상 의제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더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 이미 핵심광물 확보 전략 수립, 국가 자원 안보 특별법 제정, 희토류 종합 대책 등을 통해 조기 경보와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해 왔으며, MSP, FORGE 등 국제 협력에도 적극 참여했다. ATCM은 기존 물량 확보 중심 전략을 넘어 가격과 통상규칙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제기한다. 최저수입가격의 산정 방식과 관세 등 국경조치, 대상광종과 적용 범위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EU, 일본 등은 보조금·장기구매계약 등 정책수단을 병행할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국과 같이 핵심광물 수급 변화가 중·하류 산업 경쟁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국가일수록 규율 형성 초기 단계부터 논의에 적극 관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상광종과 적용 범위를 신중히 설정하고, 관세에만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정책수단의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우리 산업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설계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용어설명
  • 1지전략적자원협력포럼(FORGE)

    핵심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협력체. 지난 2월 출범했으며 미국이 7월부터 의장국을 맡고 있다.

  • 2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미국산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미국 수출통제규정(EAR)을 적용하는 제도. 첨단 반도체 등의 대중국 수출 통제 수단으로 활용된다.

  • 3에비앙 정상 선언

    지난 6월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선언. 특정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핵심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비시장적 조치와 경제적 강압에 공동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 4핵심광물무역협정(ATCM)

    중국에 대한 핵심광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이 EU·일본·멕시코 등 우방국과 추진하는 복수국 간 무역협정. 공급망 다변화와 안정적인 시장 조성, 생산·투자 확대가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