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광물 수요는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실제 생산 확대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 ‘핵심광물을 투자 가능한 자산으로 만들기: 투자를 이끌어내는 정책 수단(Making Critical Minerals Bankable: Policy Tools to Unlock Investment)’은 핵심광물 프로젝트의 가장 큰 어려움을 ‘금융 조달’에서 찾는다. 대부분 프로젝트가 민간 금융기관이 투자·대출할 수 있는 수준의 ‘금융 조달 가능성’을 갖추지 못하고, 정부의 금융 지원은 프로젝트 단계나 광물 시장구조, 사업 지역의 위험을 따지지 않고 일률적인 지원책을 적용하다 보니 정작 사업을 가로막는 병목은 그대로 남는다는 것이다.
보조금만으로는 민간 자금이 움직이지 않는다
핵심광물 프로젝트는 태생적으로 위험이 겹겹이 쌓인 사업이다. 개발 기간이 길고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며, 가격 변동성이 극심하다. 여기에 구매 계약(offtake)1)이 불확실하고 정·제련 공정이 특정국 주도로 굳어져 있다는 구조적 제약까지 더해진다. 민간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수요 전망이 아무리 밝아도 회수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핵심은 해당 프로젝트 추진을 실질적으로 가로막는 결정적 병목 요인을 식별하고, 그것을 겨냥한 정책 수단을 골라 쓰는 데 있다. 정부 역할도 재정의 된다. 보조금 살포 같은 단편적 지원이 아니라, 프로젝트 위험을 적절히 분담하고 예측 가능한 수요와 수익을 만들어 민간 자본이 따라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마중물 역할이라는 것이다.
초기 자본, 장기 구매, 가격 하한⋯6가지 정책 개입 유형
보고서는 정책 개입을 여섯 유형으로 분류한다. 첫째, 초기 자본 지원은 보조금과 양허성 금융2), 대출 보증, 정부 지분 투자를 통해 탐사·타당성 조사·건설 단계의 위험을 공공이 나눠 부담하는 방식이다. 일본 자원 안보 담당 기관 JOGMEC와 일본 종합상사 Sojitz는 합작회사 JARE를 통해 호주 라이너스(Lynas)에 대출과 지분 투자 방식으로 약 2억5000만달러를 지원하고 10년간 희토류 공급을 확보했다. 둘째, 장기 구매 계약과 앵커 수요는 정부 조달, 전략 비축, 장기 구매 계약을 통해 사전에 협의된 가격으로 예측 가능한 수요를 만들어주는 수단이다.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은 칠레 국영 구리공사 코델코(Codelco)에 4억6600만달러를 선급금 형식으로 지원하고 일본 기업에 구리 정광을 공급하도록 약정했다. 셋째, 수익 안정화는 가격 하한이나 최소 수익을 보장해 가격 하락기에도 사업이 살아남게 하는 장치로, 현물시장이 얇은 광종에 특히 효과적이다. 넷째, 위험 완화는 자산 수용, 계약 위반, 내란, 통화 불환 등 극단적 손실 위험을 제3의 주체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세계은행 산하 다자간투자보증기구(MIGA)는 몽골 오유톨고이(구리·금 광산 프로젝트) 구리·금 광산의 15개 채권단에 10억달러 규모 보증을 제공했고, 이를 토대로 총 44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금융이 조성됐다. 다섯째, 구조적 기반 조성은 규제·인프라 병목을 해소해 사업 환경 자체를 개선한다. 호주 퀸즐랜드주가 타운즈빌에 구축한 자원 공동 이용 시설은 기업이 자체 공장을 짓지 않고도 생산공정 시험과 기술적 타당성 입증을 할 수 있게 해 초기 설비투자 부담을 낮췄다. 여섯째, 세제 지원은 특정 기업 선정 없이 생산 단위당 운영비를 낮추는 수단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45X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가 대표적이나, 이 공제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 따라 2031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돼 2035년 폐지된다.
시장 유형·단계별로 다른 처방
보고서 결론은 처방의 개별화다. 광물 시장 유형별로 보면, 성숙 시장인 구리는 인허가, 인프라, 정련 마진 악화가 문제이므로 정치 위험 보험과 공동 인프라, 완공 보증, 선급금 계약이 맞다. 신흥 시장인 리튬은 극심한 가격 변동과 헤지 시장 부재가 병목이므로 가격 안정형 장기 구매 계약과 차액결제계약(CfD)3)이 효과적이다. 특정국 지배력이 강한 희토류는 가격 하한과 정부 조달, 전략 비축이, 제품별 가격 차이와 긴 인증 기간이 걸림돌인 흑연은 인증·시험 인프라와 수요 공동 구매가 유효하다. 갈륨·게르마늄처럼 부산물로 생산되는 틈새 광종은 회수 설비 비용 분담과 비축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프로젝트 단계별 처방도 갈린다. 매출이 없는 탐사, 초기 개발 단계에는 탐사 보조금과 공공 지질 조사, 투자비가 급증하는 타당성·건설 단계에는 저리 융자와 완공 보증, 인허가 신속화가 필요하다.
용어설명
- 1구매 계약
생산 전에 향후 생산물의 판매 물량과 가격을 미리 약정하는 계약. 수요를 확정해 금융 조달 가능성을 키운다.
- 2양허성 금융
정부, 공공 금융기관, 다자 개발은행 등이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해 일반 상업금융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제공하는 금융.
- 3차액결제계약
사전에 정한 기준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액을 정산해 주는 계약. 가격 하락 시 생산자의 최소 수익을 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