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책으로 읽는 경제 통상 해외시장 공략 성공 위한 의사 결정 가이드 규제의 유럽, 확신의 일본, 검색의 미국… K-소비재가 살아남는 법
  • 김정아 작가
  • K브랜드 글로벌 진출의 기술. 이규원, 이은영ㅣ이콘ㅣ1만8000원ㅣ280쪽ㅣ7월 9일

    아마도 단군 이래, 또는 고구려 광개토대왕 이래 최고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지게 된 시대가 아닐까 싶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방위산업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진작부터 한국 기업의 실력을 인정받았던 분야다. 최근에는 K-드라마나 K-팝, K-무비, K-문학의 활약을 바탕으로 식품업이나 화장품 등 분야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담이 쏟아지고 있다. 

    단군 이래 K-브랜드 최대 호황, 그 뒤에는 실패담이 더 많아 

    ‘K-브랜드 글로벌 진출의 기술’은 실전형 수출 전문가와 마케팅 전문가가 함께 중소기업과 브랜드의 해외 진출 전략을 구체적이고 실무적으로 접근한 책이다. 과거 한국 대기업의 수출은 주로 기업 간 거래(B2B)였다. 이 책을 쓴 저자 이규원 큐글로벌컨설팅 대표는 실제 화장품·식품·공산품 분야에서 제품을 직접 제조·수출하며 글로벌 플랫폼 진출을 성공한 경력자다. 바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한 경험과 매뉴얼이 수록됐다. 저자는 글로벌 진출을 결정하기 전에 왜 지금 나가는지부터 묻는다. 아마존 같은 전통적 e-커머스 플랫폼1) 외에 지금은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 플랫폼도 많아졌고 진입 장벽이 낮아 보이지만, 실패 확률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그만큼 준비와 전략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기업 특성 따라 플랫폼과 브랜드, 파트너 유통 등 전략 선택

    저자가 첫 단계로 소개하는 전략은 세 가지 타입의 접근 방식 중 자사 기업에 맞고 준비된 것을 선택하는 데서 출발한다. 첫 번째는 아마존이나 중국의 틱톡샵 같은 글로벌 e-커머스플랫폼이나 마켓플레이스2)에 입점해 시장을 테스트하고 매출을 만드는 플랫폼 전략이다. 구매 의도가 있는 소비자가 제품을 검색해서 선택하는 만큼, 브랜드의 철학보다는 가격, 리뷰, 배송 속도가 판매로 이어지는 요소다. 매출 검증이 필요한 스타트업, 가격 경쟁력이 있는 커머스 기업, 내부에 글로벌 전담 조직이 없는 초기 단계의 기업에 적합하다. 그러나 시간을 끌수록 가격 경쟁력이 관건이 되는 만큼 다음 단계 전략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두 번째는 기업이 자사 몰이나 SNS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직접 구축해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는 브랜드 중심 전략이다. 이 전략은 단기 성과보다는 검색, 재방문, 재구매 같은 고객관계관리(CRM) 지표가 중요하다. 브랜드 차별화 요소가 명확한 기업, 반복 구매가 중요한 카테고리, 중장기 브랜드 가치를 보는 기업에 적합하다. 

    이 전략은 가장 어렵고 가장 오래 걸린다. 플랫폼 전략으로 시작해 반복 구매나 브랜드 검색과 안정적 판매가 나타날 때 이 전략으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 번째는 파트너 유통 단계 전략이다. 진출하는 국가의 에이전시나 총판, 현지 유통 파트너의 기존 네트워크와 운영 구조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제품 경쟁력이 명확하고 현지 규제나 인증이 중요한 카테고리, 직접 마케팅이 부담되는 기업이라면 고려할 만하다. 대신 기업이 마케팅, 가격, 브랜드, 메시지에 대한 결정권을 갖지 못하고 유통사가 쥐고 흔들 수 있다. 초기 계약 과정에 통제 범위와 브랜드 사용 기준, 판매 데이터의 공유 조건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

    한국에 대한 글로벌 호감도는 높아진 시대지만, 여전히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오히려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은 아쉽다. 예를 들어 소비재 카테고리에서도 기능성과 신뢰가 중요한 생활용품이나 패션, 잡화 분야다.

    ‘무엇을 해결하는지’가 중요한 美, 오래 갈 브랜드 따지는 日

    다음 단계는 제품에 따라 맞는 시장(국가)을 선택하는 것이다. 시장 특성과 기업 제품 사이의 특징이 맞는지 판단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미국 시장은 검색하다 걸려서 리뷰가 좋으면 구매하는 검색형 수요가 강하고 아마존 등 플랫폼 내 신뢰가 우선된다. 미국에서는 ‘이 제품은 무엇을 해결하는지’ ‘구매자에게 주는 이점’ ‘브랜드를 믿을 이유’에 즉각 대답이 가능해야 성공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꽤 까다로운 시장이다. 일본 소비자는 새로운 브랜드에 신중하며 오래 갈 브랜드인지,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고 대응하는지, 다른 사람도 사용하는지를 따진다고 한다. 

    소비자의 확신이 축적돼야 움직이는 시장이라는 것이 저자의 평가다. 예상과 달리 매우 까다로운 시장이 중국이다. 플랫폼과 콘텐츠 생태계가 중요해 플랫폼 생태계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한다. 저자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상태에서 반응을 테스트하고 싶다면 더우인이나 샤오홍수 같은 마켓플레이스에서 시작하고 그 후에 티몰, 징둥닷컴 같은 종합 e-커머스 플랫폼으로 옮겨 간 뒤 위챗으로 CRM과 재구매를 강화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마지막으로 유럽 시장은 마케팅 이전에 규제가 전략이 되는 시장으로 정의했다. 유럽 시장의 첫 관문은 광고나 콘텐츠, 플랫폼 선정이 아니며 ‘합법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이 제품은 판매가 가능한지, 메시지는 문제가 없는지, 이 데이터 수집 방식은 허용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글로벌 호감도는 높아진 시대지만, 여전히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오히려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은 아쉽다. 

    예를 들어 소비재 카테고리에서도 기능성과 신뢰가 중요한 생활용품이나 패션, 잡화 분야다. 소비재 분야에서 전반적인 글로벌 신뢰도가 독일이나 일본, 프랑스 수준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글로벌에서 살아남는 브랜드는 ‘이 브랜드는 무엇을 해결하는가’ ‘누구에게 가장 필요한가’ ‘왜 이 브랜드여야 하는가’에 명확하게 답이 되는 브랜드라고 한다. 결국은 제품 자체의 힘과 신뢰가 축이며 기준과 원칙으로 움직이는 팀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메시지다.


    용어설명
    • 1e-커머스 플랫폼

      온라인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과 서비스 전반을 통칭하는 개념. 자사 몰, 온라인 리테일러, 커머스 솔루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 2마켓플레이스

      e-커머스 플랫폼 중에서 다수의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거래 장터. 오픈마켓이나 앱스토어, 숙박 서비스 중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