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슈 팩트 읽기 K-콘텐츠가 이끄는 K-소비재 수출 ‘글로벌 수출 5강’ 도약 위해 해외 인증 장벽 넘고 세계시장 함께 연다

한국 수출의 지형도가 근본적 변화를 맞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 품목에 의존하던, 이른바 ‘K 자형 수출 성장’에서 벗어나, 중소·중견기업이 주도하는 소비재가 새로운 수출 엔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흐름을 가속화하고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견고한 ‘글로벌 수출 5강’으로 도약하기 위해, 특정 기업과 품목을 넘어 모두가 다 함께 성과를 누리는 ‘모두의 수출’을 핵심 비전으로 내세웠다. 

산업통상부(산업부)는 6월 24일 ‘민관 합동 수출확대회의’를 열고, K-소비재 중소기업이 수출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장벽인 해외 인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기업의 해외 인증 취득 부담을 대폭 완화하는 것이다. 나아가 유통과 K-소비재를 융합한 수출 플랫폼을 구축해 2030년까지 K-소비재 특화 ‘국가대표 K-역직구 플랫폼’ 10개를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견고한 수출 5대 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일부 기업, 특정 품목만이 아닌 모두가 다 함께 성과를 누리는 ‘모두의 수출’이 필수적”이라며 민관이 힘을 모아 총력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역직구를 통한 K-소비재 수출 전성시대

K-소비재의 글로벌 확산은 괄목할 만한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식품, 화장품 등 5대 유망 소비재의 수출액은 최근 10년 전 대비 두 배 규모로 껑충 뛰었다. 특히 K-팝과 K-드라마 등 K-콘텐츠의 글로벌 파급력이 실물 소비로 이어지면서 화장품 수출은 2024년 사상 최초로 100억달러(약 14조9000억원)를 돌파한 데 이어 2025년엔 미국을 제치고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화장품 무역 흑자도 사상 처음 2025년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농식품 역시 2025년 사상 처음으로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런 현상의 기저에는 해외 소비자가 한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역직구(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의 폭발적인 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연간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은 3조234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16.4% 증가했다. 

K-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노출된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 이른바 ‘K-바이브(vibe)’를 소비하려는 욕구가 역직구 플랫폼을 통해 즉각적인 구매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Shopee)에서 K-뷰티·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한 국내 셀러는 월 매출 800만원 이상을 올리며 부업을 넘어 전업 셀러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국내에서는 1만원대에 판매되는 평범한 ‘김장 조끼’가 에스파 카리나, 블랙핑크 제니 등 K-팝 스타가 착용하면서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되며,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이베이에서 최고 다섯 배 높은 36달러(약 5만원)에 거래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5대 소비재 수출액 추이

유통 단계 압축과 플랫폼의 진화가 가져온 변화

K-소비재와 역직구 활황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유통 진입 장벽의 해체와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의 발달이 있다. 과거의 전통적인 수출 방식은 막대한 자본과 고정 비용이 필수적이었으나, 디지털 플랫폼 등장으로 중소기업과 신생 인디 브랜드도 클릭 몇 번으로 전 세계 소비자와 만날 수 있게 됐다. 구진경 산업연구원(KIET) 신산업전략연구실장은 “수출 공식이 바뀐 정도가 아니라 유통 단계 자체가 압축됐다”며 “‘생산→무역상사→현지 총판→매장→소비자’로 이어지던 4~5단계의 과정이 ‘생산→플랫폼→소비자’로 대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K-소비재는 플랫폼에 입점만 해도 전 세계 소비자와 접점이 생긴다. 구 실장은 “유통이 ‘자본력 싸움’에서 ‘콘텐츠와 기획력의 대결’로 전환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업계가 역직구 플랫폼의 해외 진출을 서두르는 데는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 포화라는 요인도 작용한다. 고도로 발달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치열한 점유율 경쟁과 막대한 물류 투자 비용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물류 인프라 확충과 현지화 전략 따라야

정부와 업계는 K-소비재 역직구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핵심 수출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산업부는 유통 기업 해외 진출 지원 사업에 국비를 투입해 현지 조사부터 마케팅, 물류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미주·유럽·아시아 등 세계 주요 지역 10곳에 ‘K-소비재 물류 데스크’를 신설해 반품과 교환, 재포장 등 그간 중소기업이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역직구 물류 애로를 해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유석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성공적인 진출을 위해 정부의 역할이 일회성 보조금 지급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운송, 통관, 현지 물류 거점 구축 등에 필요한 막대한 초기 비용과 위험을 개별 기업에만 맡겨둔다면 기업의 적극적인 진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주요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물류 거점을 구축하고, 국제 운송과 통관에 필요한 행정·재정 부담을 덜어줄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소비재가 글로벌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품 자체 경쟁력’과 ‘철저한 현지화’가 필수적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지금은 한류 열풍 덕분에 호기심에 구매하지만, 유행 주기가 지나면 오로지 제품 경쟁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며 “현재 열풍을 시장 안착의 교두보로 삼고, 장기적 관점에서 현지화 전략을 실행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