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은 지난 20여 년간 빠른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 결제 시스템의 발전과 물류 인프라의 고도화는 소비자의 구매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고,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이러한 변화를 더 가속화했다. 그 결과 온라인 쇼핑은 이제 새로운 유통 경로가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적인 구매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미 온라인 침투율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가운데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지속하기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한정된 국내시장을 둘러싼 플랫폼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으며,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과 신속한 배송을 위한 물류 투자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이 성장의 한계를 맞고 있는 것이다. 경영학에서 널리 활용되는 제품 수명 주기 이론(PLC·Product Life Cycle Theory)1)은 제품 카테고리의 발전 과정을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성숙기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장의 절대적인 규모는 가장 크지만, 성장률이 둔화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고객 유입이 줄어들면서 경쟁의 중심도 신규 수요의 창출에서 경쟁 기업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시장점유율 경쟁으로 이동한다.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이 가격, 광고, 서비스 등에 대한 지출을 늘리면서 경쟁은 치열해지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은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로 진입을 앞두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온라인 유통산업의 성장이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는 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결국 국내 온라인 유통 기업은 한정된 국내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을 계속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성장 경로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기업의 성장 전략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모형인 안소프(Ansoff)의 제품·시장 성장 매트릭스(Product–Market Growth Matrix)는 기업의 성장 전략을 기존 제품과 신제품, 기존 시장과 신시장의 조합에 따라 시장 침투, 시장 개발, 제품 개발, 다각화로 구분한다. 국내 온라인 유통 기업은 지금까지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시장에서 고객과 거래 규모를 확대하는 시장 침투 전략을 통해 성장해 왔다. 그러나 시장이 성숙기에 가까워질수록 시장 침투만으로 성장을 지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기존의 사업 모델과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시장 개발 전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해외 소비자가 국내 플랫폼을 선택해야 할 분명한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해외 진출의 필요성이 크다고 해서 성공 가능성까지 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유통 기업의 해외 진출은 제조 기업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 전통적인 국제 경영 연구에서도 이러한 이유로 유통 기업의 국제화를 제조 기업의 국제화와 구분해 설명해 왔다. 제조 기업은 기술, 제품, 브랜드와 같이 본국에서 축적한 경쟁 우위를 수출이나 해외 생산을 통해 다른 국가로 이전할 수 있다. 반면 유통 기업의 경쟁력은 물류 시스템, 공급 업체와 관계, 상품 구색, 소비자 접점 등 현지 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된 자산에 크게 의존한다. 국내시장에서 성공한 유통 기업이라고 해서 그 경쟁력이 해외시장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 온라인 플랫폼이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다르지도 않다.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은 비교적 쉽게 국경을 넘을 수 있지만, 상품은 그렇지 않다. 국내 상품을 해외 소비자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상품의 운송과 통관은 물론이고 현지 물류 창고와 배송 및 반품 시스템까지 갖추어야 한다. 해외시장에서 충분한 수요가 형성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려면 상당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 국내 유통 기업의 해외 진출에 단순한 시장 확대 이상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해외 소비자가 국내 플랫폼을 선택해야 할 분명한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해외시장에 널리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를 다른 플랫폼과 비슷하게 판매해서는 기존 사업자와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우수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체적인 해외 진출 역량이나 해외 소비자와 접점이 부족한 K-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차별적인 상품 구색을 갖출 필요가 있다. 국내 플랫폼에는 해외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경쟁 우위가 되고, 국내 중소 브랜드에는 새로운 해외 판로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해외 진출을 개별 기업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사업으로 볼 필요도 없다. 초기 물류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투자 회수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여러 플랫폼 기업이 공동으로 진출하거나 물류, 결제, 정보기술(IT) 등 관련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더해져야 한다. 유통 플랫폼의 해외 진출은 개별 기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다수 국내 브랜드와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든다는 점에서 제조 기업 한 곳의 해외 진출과는 다른 파급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운송, 통관, 현지 물류 거점 구축 등에 필요한 막대한 초기 비용과 위험을 개별 기업에만 맡긴다면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에 해외로 나가라고 독려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부 지원 역시 해외시장 정보를 제공하거나 일회성 보조금을 지급하는 수준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주요 해외시장에 국내 기업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물류 거점을 구축하고, 국제 운송과 통관에 필요한 비용과 행정 부담을 낮추는 데 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공공기관이 해외 공동 물류 인프라의 초기 구축과 운영을 담당하고, 시장이 일정 규모로 성장한 이후 민간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현지 규제와 전자상거래 제도에 대한 전문적인 지원은 물론, 국내 플랫폼과 중소 브랜드가 함께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제조 기업보다 경쟁 우위의 이전이 어렵고 막대한 물류 투자가 필요한 유통 기업의 특성상 충분한 준비 없이 이루어진 해외 진출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아니라 오히려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해외 진출은 이제 국내 온라인 유통 기업에 피하기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필요한 것은 해외 진출의 당위성을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 기업이 실제로 해외시장에서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는 전략과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용어설명
- 1제품 수명 주기 이론 (Product Life Cycle Theory)
제품이 시장에 출시된 뒤 시간 경과에 따라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또는 포화 포함 5단계)로 전개되며, 단계별로 판매·이익·경쟁 구조가 달라진다는 관점. 경제학자 테오도어 레빗이 1965년 대중화한 개념으로 마케팅 전략 수립뿐 아니라, 국제무역에서 기술 발전과 생산·수출 주체의 변화를 설명하는 틀로도 활용된다. 또 다른 경제학자 레이먼드 버논이 1966년 국제무역과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설명한 국제 제품 수명 주기 이론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