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청(CBP)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1)에 근거해 부과됐던 관세의 환급 절차를 개시했다.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이 IEEPA 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하고 3월 국제무역법원(CIT)이 모든 수입자에 대한 전면 환급을 명령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6월 9일(이하 현지시각) 기준 총징수액 1660억 달러 가운데 절반이 넘는 950억달러의 환급 신청이 완료되는 등 환급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다만 환급은 자동 지급이 아닌 기업의 개별 신청 방식으로 진행되며, 미국 정부가 확정 정산 건에 대한 전면 환급 명령에 항소하면서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기업으로서는 환급 대상 여부 확인부터 소송 대비까지 촘촘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미국 IEEPA 관세 환급 동향과 유의 사항을 짚어본다.
관세 위법 판결에서 전면 환급 명령까지
미국 정부는 2025년 4월부터 IEEPA를 근거로 캐나다·멕시코·중국을 겨냥한 이른바 ‘마약 관세’와 모든 수입품에 기본 10%를 부과하고 57개국에 최대 50%까지 차등 적용하는 ‘상호 관세’를 시행해 왔다. 불법 이민·마약 대응과 무역 적자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운 조치였지만, 대통령의 비상 권한을 관세 부과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위헌·위법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2월 20일 연방대법원은 IEEPA에 근거한 관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어 3월 4일 CIT는 소 제기 여부와 무관하게 IEEPA 관세를 납부한 모든 수입자에게 관세를 환급하라고 명령하고, CBP에 전체 수입자를 대상으로 한 환급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CBP는 IEEPA 관세 환급 전용 ‘통합 환급 처리 시스템(CAPE)2)’을 구축해 4월 20일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주목할 점은 환급 대상이 IEEPA에 근거한 조치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기반한 철강·알루미늄, 자동차·부품, 구리, 목재 등 품목 관세는 이번 판결과 무관해 환급받을 수 없다.
CAPE 3단계 확대 앞두고 ‘항소’ 변수
현재 가동 중인 1단계 시스템은 미정산 건과 미확정 정산 건을 처리 대상으로 하며, IEEPA 수입 신고 건의 약 63%를 소화할 수 있다. 6월 9일 기준 950억달러 규모의 환급 신청 승인이 완료돼 개시 두 달 만에 총징수액의 절반을 넘어섰다. CBP는 후속 확대 일정도 공개했다. 수입 신고 당시 확정하기 어려운 과세가격, 품목 분류 등을 사후에 확정하는 사후 정산 통관 건까지 포괄하는 2단계 시스템을 6월 29일부터 가동해 약 287억달러를 추가 처리하고, 확정 정산 건(약 114억달러)까지 다루는 3단계 시스템은 7월 말 정도에 준비를 마친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에는 변수가 남아 있다. 미국 정부(법무부)가 6월 2일 확정 정산 건에 대한 CIT의 전면 환급 명령에 항소했기 때문이다. 3단계 시스템이 가동되더라도 확정 정산 건의 실제 환급 여부는 소심 결과에 좌우될 전망이며, 정부가 승소할 경우 환급 대상이 소송 당사자로 제한돼 기업별로 별도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우리 기업, 신청 자격·계좌 준비·소송 검토 3박자 대응 필요
우리 기업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신청 자격이다. 환급 신청은 원칙적으로 통관신고서상 수입신고자(IOR)3) 또는 IOR이 지정한 통관 대리인만 가능하다. 수출 가격 인하 등으로 관세 부담이 사실상 수출자에게 전가된 경우라도, 수출자가 통관신고서에 IOR로 기재돼 있지 않으면 CBP에 직접 환급을 신청할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신청 절차 자체는 간소화됐다. CBP가 제공하는 CSV 템플릿에 환급 대상 수입신고번호를 기재해 제출하면 되고, 다수의 수입 신고 건도 일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자동 환급이 아니므로 기업이 직접 신청해야 하며, 모든 환급금이 전자 이체로 지급되는 만큼 통관 시스템 ACE 포털 계정과 미국 내 은행 계좌 정보를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미국 계좌가 없다면 제삼자를 수령인으로 지정할 수 있으나, 해당 제삼자를 Form 4811 또는 ACE 포털에 등록하고 동일한 정보를 통관신고서에도 반영해야 한다. 마지막 과제는 소송 대비다. 한국의 대미 수출에 대한 IEEPA 관세는 2025년 4월 5일부터 부과됐고, 미국의 정산(314일)·확정(90일) 절차를 고려하면 관련 수입 건은 지난 5월 14일 전후부터 정산이 확정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확정 정산 건에 대한 정부 항소가 인용되면 환급 대상이 소송 당사자로 좁혀질 수 있는 만큼, 해당 기업은 소 제기 여부를 미리 검토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용어설명
- 1IEEPA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국제비상경제권한법. 국가 비상사태 시 대통령에게 대외 경제 거래를 규제할 권한을 부여하는 미국 연방법으로, 트럼프 정부가 상호 관세, 마약 관세 부과의 근거로 활용했다.
- 2 CAPE (Consolidated Administration and Processing of Entries)
미국 관세청(CBP)이 IEEPA 관세 환급을 위해 구축한 통합 환급 처리 시스템.
- 3 IOR (Importer of Record)
수입 통관신고서상의 수입신고자. IEEPA 관세 환급 신청 자격이 부여되는 주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