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통상 트렌드 한국무역협회(KITA) 보고서 '할랄 소비재 시장 교역 구조와 진출 여건 분석' 커지는 할랄 소비 시장…인증 넘어 국가별 맞춤 전략 필요

전 세계 할랄1) 소비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소비재 기업에도 새로운 수출 기회가 열리고 있다. 무슬림 인구 증가와 중산층 확대에 따라 식품 중심이던 할랄 시장은 화장품·의약품·생활용품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K-푸드와 K-뷰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우리 기업의 진출 기회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가마다 소비성향과 유통 구조, 인증 제도, 바이어의 구매 기준이 크게 달라 할랄 인증을 취득하는 것만으로는 시장 안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할랄 소비재 시장 교역 구조와 진출 여건 분석’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주요 5개국을 대상으로 교역 구조와 시장 환경, 바이어 성향, 국내 기업 진출 여건을 종합 분석하고 국가별 맞춤 전략을 제시했다.

국가마다 다른 소비 시장…인증보다 시장 이해가 먼저

글로벌 할랄 소비재 수입 시장은 2024년 약 4000억달러(약 605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2028년에는 3조달러(약 4500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우리나라 소비재 수출 가운데 할랄 시장 비중은 2025년 기준 10% 미만, 글로벌 할랄 소비재 시장점유율은 0.9%에 그쳐 성장 잠재력에 비해 진출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보고서는 할랄 시장을 국가별 소비 특성과 교역 구조로 봐야 한다고 했다. 동일한 이슬람권 국가라도 소비문화와 유통 채널, 인증 제도, 바이어의 구매 기준이 달라 획일적인 접근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UAE는 중동 최대의 소비 허브로 프리미엄 소비재 수요가 많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소비가 활성화된 시장이다. 사우디는 브랜드 신뢰를 중시하는 소비성향이 강하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협력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튀르키예는 유럽과 중동을 연결하는 전략적 시장으로 한류에 대한 관심이 많아 브랜드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 말레이시아는 드럭스토어와 소셜미디어(SNS) 기반 디지털 마케팅 영향력이 크고, 인도네시아는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장으로 분석됐다. 인증 제도 역시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일부 품목에 대해 할랄 인증을 의무화한 반면, UAE와 튀르키예는 품목별로 선택적 인증 체계를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가별 인증 절차와 규제를 사전에 검토하고, 소비 특성과 유통 구조를 함께 고려한 전략을 마련해야 실질적인 시장 진출로 이어질 수 있다.

정보·유통망 확보, 신뢰 제고 과제

보고서는 국내 소비재 수출 기업 430개 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통해 할랄 시장 진출에 대한 인식과 애로사항도 분석했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 85.7%는 할랄 인증이 시장 진출에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진출 과정에서는 인증 취득 자체보다 비용 부담과 국가별로 다른 인증 절차, 현지 시장 정보 부족이 더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해외 인증 기관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국가마다 인증 기준과 인정 범위가 달라 동일한 제품이어도 여러 차례 인증받아야 하는 사례가 많았다. 현지 규제 변화와 유통 구조, 소비자 선호 등 시장 정보 부족도 주요 애로 사항으로 꼽혔다. 반면 해외 바이어의 인식은 국내 기업과 다소 차이를 보였다. 바이어들은 할랄 인증을 거래를 위한 기본 전제 조건으로 인식했지만, 실제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로는 가격 경쟁력과 품질, 안정적인 공급 능력, 납기 준수 등을 더 중요하게 평가했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국내 기업의 진출 전략에도 반영돼야 한다. 인증은 시장 진입을 위한 ‘입장권’일 뿐이며, 실제 경쟁력은 제품과 브랜드, 공급 역량에서 결정된다.

인증 지원 넘어 시장 안착까지⋯정부·기업 전략 전환 필요

글로벌 할랄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 모두 지원 체계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국가별 시장을 하나의 할랄 시장으로 접근하기보다 소비성향과 유통 구조, 거래 관행에 맞춘 차별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지원 역시 인증 취득과 비용 지원 중심에서 벗어나 시장 진출 전 과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지원 체계는 인증 획득에 집중돼 있지만, 기업은 시장조사와 현지 바이어 발굴, 유통망 구축, 국가별 규제 정보 제공 등 사업화 단계에서 지원을 더 필요로 했다. 즉, 국가별 인증 제도와 규제 변화를 상시 제공하고 전문 컨설팅과 바이어 매칭, 해외 전시회와 유통 채널 연계 등을 포함한 단계별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민관 협력 강화도 중요한 과제다. 정부와 관계 기관은 해외 인증 기관 및 현지 유통 기업과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국가별 시장 정보를 체계적으로 축적·공유하는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은 인증 취득 이후에도 현지 소비자와 바이어 요구를 반영해 제품을 개선하고, 가격 경쟁력과 품질 관리,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단순히 할랄 인증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조사부터 바이어 발굴, 유통망 확보, 사후 마케팅까지 이어지는 전략을 갖출 때 글로벌 할랄 소비 시장에서 실질적인 수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용어설명
  • 1할랄(Halal)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허용된 것’을 의미하는 아랍어다. 식품뿐 아니라 화장품·의약품·생활용품 등에도 적용되며, 원료와 제조·가공·유통 전 과정이 이슬람 율법 기준을 만족해 한다. 국가마다 인증 기관과 적용 대상, 의무 여부가 달라 수출 시 국가별 제도를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