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를 중심으로 ‘커넥티드 케어(Connected Car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커넥티드 케어는 의료·디지털 기기의 건강·진료 데이터를 의료 기관 시스템과 연결해 환자 모니터링, 진료 의사 결정, 치료와 사후 관리를 통합 지원하는 체계다. 의료 기관 경영진 84%가 커넥티드 케어의 임상적 가치를 인정했으며, 커넥티드 케어 시장은 2032년 19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메드테크(Medtech·Medical Technology)1) 기업과 의료 기관은 커넥티드 케어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도입 장벽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메드테크 기업은 전자건강기록(EHR·Electronic Health Records)2) 호환성, 개인정보 보호, 보안, 기존 업무 흐름과 통합을 주요 난제로 보는 반면, 의료 기관은 최종 사용자 가치 입증, 업무 흐름 통합, 예산 제약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시장 확산 속도를 늦출 수 있어 양측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기 연결을 넘어 통합 의료 시스템으로
현재 많은 의료 기기는 이미 서로 연결돼 있다. 그러나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다양한 의료 기기와 전자건강기록이 하나의 통합 네트워크에서 원활하게 작동하기보다 개별 솔루션 단위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다. 커넥티드 케어의 핵심은 서로 다른 기기와 시스템이 데이터를 원활하게 주고받는 ‘상호 운용성’을 실현해 의료 현장의 확장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수술실이다. 커넥티드 케어가 고도화되면 시스템이 외과의의 선호도에 맞춰 수술대 높이와 조명을 자동으로 조정하고, 수술 중 환자의 바이털 사인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필요한 약물을 자동 투여할 수 있다.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술 전 과정에서 의료진에게 맞춤형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센서가 내장된 맞춤형 임플란트 기기를 현장에서 제작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해진다. 이러한 데이터 통합과 자동화는 환자 예후 개선, 병원 업무 프로세스 간소화, 수술실 회전율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의료기기가 생성하는 단편적인 데이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자 건강기록 등 추가 데이터와 결합해 환자 상태와 진료 맥락을 반영한 인사이트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메드테크 기업은 속도, 의료 기관은 검증에 무게
메드테크 기업에 커넥티드 케어는 선택적 혁신 과제가 아니라 향후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메드테크 기업 응답자 96%는 커넥티드 케어를 현재 집중하고 있는 핵심 분야로 지목했다. 이미 52%는 커넥티드 케어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했고, 34%는 신규 솔루션을 개발 중이라고 답했다. 메드테크 기업 임원 절반은 5년 내 커넥티드 케어가 자사 포트폴리오의 61~10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 기관도 커넥티드 케어의 가치에는 공감하지만, 도입에는 더 신중하다. 현장 의료진은 환자 예후 개선과 행정 부담 완화에, 재무 분야 경영진은 비용 절감 근거와 보험 수가 반영 가능성에 주목한다. 정보기술(IT) 분야 경영진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데이터를 어떻게 수용하고 실사용자 요구에 대응할지에 관심을 둔다. 결국 의료 기관은 커넥티드 케어가 실제 현장에서 활용될 때 유효성과 재무적 타당성을 입증할 근거를 요구한다.
메드테크 기업은 의료 기관과 협력해 실제 임상 근거를 수집하고, 의료진의 업무 동선을 중심으로 솔루션을 설계해야 한다.
병목은 상호 운용성, 업무 흐름, 데이터 권한
커넥티드 케어 확산의 핵심 병목은 상호 운용성이다. 서로 다른 IT 시스템 간 데이터와 인사이트가 자유롭게 오가지 못하면 커넥티드 기기가 만들어 낸 정보가 실제 진료 업무 안으로 들어오기 어렵다. 전자건강기록과 연결돼 있더라도 정보가 안팎으로 자유롭게 흐르는 ‘양방향 통합’은 아직 널리 구현되지 않았다. IT 전문가 92%가 기기 간 데이터 통합을 복잡한 과업으로 인식하는 이유다. 업무 부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보가 전자건강기록에 있더라도 가독성이 낮거나 즉각적인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진료 현장에서 활용되기 어렵다. 커넥티드 케어는 의료진이 확인해야 할 정보 채널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업무 흐름 안에서 바로 소비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보안도 핵심 쟁점이다. 커넥티드 의료 기기가 늘어날수록 사이버 공격은 상시 리스크가 되는 만큼 설계 단계부터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고려해야 한다. 데이터 소유권과 사용 권한 역시 정리가 필요하다. 메드테크 응답자 42%만이 환자가 데이터를 소유한다고 본 반면, 의료 기관 응답자 64%는 환자가 데이터의 주체라고 답했다. 의료 기관 응답자 96%는 병원이 데이터를 소유해야 한다고 봤고, 메드테크 기업이 소유해야 한다는 의견은 12%에 그쳤다.
국내시장, 표준화 플랫폼 생태계로 전환
한국은 의료 데이터 활용과 원격의료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엄격한 규제를 유지해 왔고, 이로 인해 일부 커넥티드 케어 사업화 속도는 제한적이었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디지털 헬스 사업을 확대하며 데이터 관리 역량과 사업성을 검증해 온 배경이다. 최근에는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고도화와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운영을 통해 폐쇄적 의료 데이터 생태계가 차츰 개방형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건강 정보 고속도로’ 프로젝트는 파편화된 의료 데이터를 통합해 연동 비용과 기술적 난제를 낮추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플랫폼 역량이 있는 빅테크는 병원 시스템과 기기를 잇는 데이터 허브 역할을 할 수 있고, 보험사는 고객의 건강 증진을 통해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커넥티드 케어 솔루션을 자사 서비스에 도입할 수 있다. 향후 메드테크 기업은 의료 기관과 협력해 실제 임상 근거를 수집하고, 의료진의 업무 동선을 중심으로 솔루션을 설계하며,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사이버 보안 영역에서도 공동 대응해야 한다. 커넥티드 케어가 단순한 일대일 연결을 넘어 통합 솔루션으로 진화할 때, 의료 시스템은 더 민첩하고 데이터 기반의 체계로 전환될 수 있다.
용어설명
- 1메드테크 (Medtech·Medical Technology)
의료 기기와 디지털 헬스 기술을 중심으로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술 산업.
- 2전자건강기록 (EHR·Electronic Health Records)
환자의 건강·진료 정보를 전자적으로 기록·관리하는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