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최근 광물 부문 로열티와 수출 관세 인상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다. 구조적인 니켈 공급과잉과 가격 약세, 산업계의 규제 피로를 의식한 조치다. 동시에 자원 부문에서 더 많은 세입을 확보해 재정 기반을 다지려는 정부의 의도도 함께 드러냈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주석·보크사이트·석탄 등 주요 원자재까지 두루 갖춘 자원 부국이다. 그러나 광물 수출규제와 현지 가공 인프라 확대, 세제 변화가 빠르게 맞물리면서 성장과 자원 민족주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공급망 개혁의 딜레마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인도네시아 광업 정책과 니켈 시장 동향을 짚어본다.
공급망 확장과 가격 조절, 두 갈래 정책
인도네시아는 2009년 제정된 신광업법과 후속 규정을 토대로 광업 부문의 수출과 생산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니켈 원광 수출을 전면 금지하며 본격적인 전방 산업 육성 전략에 나섰다. 고품위 니켈 광석을 그대로 수출하기보다 자국 내에서 제련·가공해 스테인리스강, 배터리용 전구체, 양극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니켈뿐 아니라 보크사이트, 주석 등 다른 광물 원광에도 수출제한, 현지 가공 의무, 국내 의무 판매 등 다양한 제도적 수단을 적용하며 ‘원광 수출국’에서 ‘전략 광물 공급망 허브’로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전 세계 니켈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가 대규모 증설을 이어가면서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이 심화하자, 정부는 생산 조정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2023년 인도네시아 정부는 부패 의혹과 과도한 증산을 이유로 일부 불법·비효율 광산에 대한 신규 생산 쿼터 승인을 중단했다. 인도네시아 광업 산업 계획 및 예산계획서(RKAB)1)에 따르면 2026년에는 연간 니켈 원광 채굴량 쿼터가 전년 대비 34% 줄어든 2억5000만t으로 설정됐다. 세계 최대 규모 니켈 광산인 웨다베이 광산의 생산 쿼터도 2025년 4200만t에서 2026년 1200만t으로 감축했다. 무분별한 채굴로 인한 매장량·품위 저하를 개선하고, 니켈 가격을 끌어올려 산업 수익성을 회복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병행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추가 수출세와 초과 이익세 도입도 검토해 왔다.
2025년에는 니켈·주석 등 주요 광물에 기존 고정 세율 대신 국제가격에 연동되는 로열티(광산 개발 업체가 자원을 보유한 정부나 광산 소유자에게 해당 광산의 생산량 또는 매출의 일정 비율을 대가로 내는 금액) 체계를 도입하고, 초과 이익을 공적 재원으로 회수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사실상 광산세를 올리는 방향의 세제 개편이 화두에 오른 것이다. 재정 적자를 줄이고 신수도 건설, 인프라 확충, 녹색 전환 산업 정책을 뒷받침할 재원을 광업에서 확보하려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5월 11일 인도네시아 정부는 광물 로열티 인상과 새로운 수출세, 초과 이익세 도입을 통해 추가 세수를 확보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자원 민족주의 전략을 추진하면서도 시장 상황을 고려해 단기 재정 확보와 장기 산업 경쟁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의 투자 유도라는 정책 목표와 투자 타당성을 중시하는 민간 자본의 논리가 충돌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재정·산업 정책의 딜레마
국제니켈연구그룹(INSG)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니켈 시장은 약 26만1000t의 공급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르니켈(Nornickel)도 올해 공급과잉 규모를 약 27만5000t 수준으로 추정하는 등, 주요 기관은 수십만t 단위의 구조적 과잉을 예상하고 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전 세계 니켈 생산량에서 인도네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1.5%에서 2024년 60.2%로 뛰었다. 2020년 원광 수출 금지 이후 제련·매트2)·니켈선철(NPI)3) 등 공급망을 공격적으로 확장한 결과다. 인도네시아의 산업 정책은 단기간에 뚜렷한 성과를 냈다. 2020년 약 8억달러였던 니켈 제품 수출액은 2023년 68억달러로 늘어났다. 제련소·산업단지 투자도 대폭 확대되며 고용·수출·제조업 부가가치 측면에서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니켈 광석 생산량이 2020년 약 80만t에서 2025년 약 260만t까지 늘고 제련·매트·NPI 설비가 빠르게 가동되면서, 수요 증가 속도를 추월하는 공급이 누적됐다. 그 결과 런던금속거래소(LME) 창고 재고 증가와 가격 약세, 프로젝트 수익성 악화, 일부 광산·제련소 가동 축소로 이어지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졌다.
이에 인도네시아는 정광에는 높은 로열티와 수출제한을 부과하고, NPI 등 반가공 소재에는 차등 수출 관세를 적용해 민간 기업이 자국 내 정·제련 시설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정책 구조를 설계했다. 다만 이 인센티브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민간 자본이 회수 가능한 수익을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세율·관세·쿼터 등 핵심 정책 변수가 중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유지되리라는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신규 규제를 잇달아 발표했다가 연기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투자 유도라는 정책 목표와 투자 타당성을 중시하는 민간 자본의 논리가 충돌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한·인도네시아 광업 분야 협력에 시사점
인도네시아는 채굴-제련-전구체-양극재-전기차로 이어지는 완결형 공급망 구축을 노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나라가 단순 원광 조달에 그치지 말고 전후방을 아우르는 투자를 통해 규제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아울러 특정 품목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포트폴리오형 진출을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용어설명
- 1인도네시아 광업 산업 계획 및 예산계획서(RKAB)
인도네시아 광산 기업은 매년 이를 담은 다음 해 계획 문서를 정부에 제출해 승인받아야 한다.
- 2매트(matte)
니켈 광석을 건식 제련해 얻는 중간재로,니켈 함량 20~70% 수준의 황화물.
- 3니켈선철 (NPI·Nickel Pig Iron)
니켈 함량 1~17% 수준의 저급 페로니켈로, 스테인리스강 생산 시 순수 니켈을 대체하는 저렴한 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