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수가 곧 시장이고, 시장의 힘이 국력인 시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 속에서 중국 못지않게 미국에 맞선 국가가 인도다.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는 2027년이면 인도가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 규모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책은 인도에 주재했던 이정선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구미동북아팀장이 인도의 경제·산업·정치·종교를 50개 테마 중심으로 풀어서 쓴 책이다. 경제·산업 분야부터 정치·종교·문화까지 인도를 개괄적으로 파악하기에 좋아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젊은 대국
인도는 14억 인구에 연 6~9%대의 높은 경제성장률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 시장으로 꼽힌다. 2025년 말 원자력 시장의 빗장이 열렸고 2035년 세계 4대 반도체 생산국을 목표로 달리고 있어 한국과 협력 확대 가능성도 크다. 이 나라는 인구의 50% 이상이 25세 이하로 ‘세계에서 가장 젊은 대국’으로 불리지만, 많은 인도 청년이 외국으로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해외로 나간 인도 이주민은 미국·영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전 세계를 움직인다. 알파벳 최고경영자(CEO)인 순다르 피차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 등 미국의 기술 대기업 대표 자리는 인도계가 장악하고 있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와 경쟁한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공화당 대선 후보 중 하나였던 니키 헤일리도 인도 이민 가정 출신이다. 영국의 첫 비(非)백인 출신 총리였던 리시 수낙도 인도 출신이다.
매년 배출되는 엔지니어만 150만 명, 미·중 갈등도 인도에 유리
인건비가 싸고, 노동력이 풍부하고, 영어가 되다 보니 인도는 글로벌 기업의 백오피스 거점으로 선호된다. 매년 배출되는 엔지니어만 150만 명, 경영학 석사(MBA) 졸업생이 30만 명, 영어 능통 인구는 1억3000만 명 이상이다. 수년 전부터는 콜센터를 넘어 제품 설계와 연구개발(R&D), 고객 서비스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글로벌역량센터(GCC)가 인도로 몰려들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인도 내 생산 유치를 위한 인도 정부의 ‘메이크 인 인도’ 정책도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나선 미국의 정책과 맞아떨어졌다. 애플은 2022년부터는 인도를 ‘중국+1’의 글로벌 생산 허브로 키우기 시작했다. 2025년 인도 수출 품목 중 1위가 스마트폰이었고 이 가운데 아이폰은 76%를 차지했다. 애플 시장으로서도 인도는 급성장해 2025년 인도에서 팔린 아이폰은 1400만 대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시장이 됐다.
여전한 계급제도와 다양한 종교 언어 문화가 혼재하는 사회
민족·정치·사회·종교·문화적으로 다양성이 혼재돼 있고 이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같은 인구 대국이지만 중화사상을 기본으로 획일적 통치 체계를 유지하는 중국과는 아주 다르다. 유권자만 9억7000만 명이고 중앙정부, 주 정부, 지방정부에 선출직만 310만 개에 달하다 보니 선거가 일 년 내내 있다고 한다. 카스트제도는 상존하지만, 독립 직후부터 헌법에 카스트별 할당제1)를 반영, 사회적 갈등을 줄이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과거 불가촉천민으로 불리던 계층이나 사회경제적 약자 계층에서도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이 많이 배출되고 있다. 인도의 경제를 ‘신이 움직이는 소비경제’로 표현한 저자의 묘사가 재미있다. 힌두교와 시크교, 이슬람교, 불교, 기독교가 공존하기에 계절마다, 지역마다 온갖 축제가 열리고 축제는 인도 경제를 움직이는 소비 부스터샷이라고 설명한다. 인도 인의 강력한 금선호로, 인도의 디왈리 축제 전후로 국제 금값이 오른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있다.
“지금이 K-콘텐츠가 만든 선순환 활용할 적기”
2025년 기준 한국과 인도의 교역 규모는 256억달러로, 한중교역 규모(2600억달러)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한국은 주로 현지에 세운 공장에 필요한 중간재를 수출하고 인도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하기에 인도의 무역 적자가 크다. 인도에 대한 수출 증대보다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 시장에서 한국 상품과 서비스의 시장점유율 확대가 더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 인도 법인의 연간 매출은 약 130억달러이고 현대차 인도법인은 약 80억달러를 기록했다. 외국 기업이 인도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출신국이 지워질 정도의 철저한 현지화”라고 저자는 언급한다. 저자는 전 세계에서 한류에 대한 호감도가 세 번째로 높은 인도에서 K-콘텐츠가 만든 선순환이 나타나는 지금이 진출 적기라고 주장한다. 델리·뭄바이·벵갈룰루의 카페는 떡볶이와 김치전이 메뉴에 들어 있다고 한다.
기술력에 대한 높은 평가 등 한국 제품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정치·사회·문화적으로 복잡한 만큼이나 인도의 지역별 규제는 복잡다단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피부색 관련 오랜 차별 역사에 대한 문화적 감수성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보다는 늦었지만 이제 축적이 시작된 인도에 대해 그 어느 곳보다도 꼼꼼하고 정교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용어설명
- 1카스트별 할당제
인도는 1950년 독립 이후 역사적으로 차별받아 온 하위 카스트와 경제적 약자층에 대학 입학과 공직 취업 등에서 60% 가까운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계층은 가장 낮은 ‘불가촉천민(달리트)’으로 차별받아 온 집단이 지정 카스트(SC), 소수민족은 지정 부족(ST), 기타 후진 계층(OBC), 경제적 약자(EWS)로 분류된다. 일반 카스트 및 상위 카스트는 비할당 계층(UR)으로 분류된다. 대학 입학과 공무원 임용 시 60%전후에서 SC는 15%, ST는 7.5%, OBC는 약 27%, EWS는 10%로 배분된다. 다만 5대 엘리트 인도공과대학(IIT) 교수의 98%가 상위 카스트 출신이라는 현실은 구조적 불평등이 쉽게 바뀌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