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전략 동반자' 격상 韓·인도네시아, 반도체·전기차 협력 기대"
1만7000개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8000만 명(세계 4위), 국내총생산(GDP) 1조5400억달러(세계 17위)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최대 시장이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이차전지 등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사업의 핵심 원료도 풍부하다. 전기차 배터리 주원료인 니켈의 경우 매장량이 약 550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장량 기준 세계 1위로, 전 세계 매장량의 약 43%에 해당한다. 보크사이트, 주석 역시 풍부하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석탄(유연탄), 팜유 수출국이기도 하다. 4월 1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빈 방한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만나 양국 관계를 기존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특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격상하고 방산, 에너지 분야 등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특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외교 관계에서 사실상 최고 수준의 협력 관계다.
지난해 부임한 체쳅 헤라완(Cecep Herawan)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를 5월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층 서울 아세안홀에서 열린 ‘2026 아세안 파노라마(2026 ASEAN Panorama)’ 개막식에서 만났다. 헤라완 대사는 “인도네시아 진출은 시장 다변화를 모색하는 한국 기업에 타당한 전략일 뿐만 아니라, 전략적인 필수 과제가 되어가고 있다”면서 “인도네시아에서는 사업 관련 논의로 넘어가기에 앞서 상호 이해를 쌓아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양국 간 협력이 가장 유망한 분야로는 반도체와 디지털 경제, 전기차 생태계를 꼽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금의 한·인도네시아 협력 관계, 어떻게 보나.
“프라보워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기존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특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격상되면서 양국의 경제협력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지난 5년 동안 한국의 대(對)인도네시아 투자액은 115억달러에 달했으며, 연평균 8.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교역 규모는 수치가 다소 등락을 거듭했지만, 지난 10년간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양국의 경제협력은 전통적인 무역·투자에 머물지 않고, 산업 전환과 유연한 공급망, 기술협력, 인적자원 개발을 중심으로 구축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것이다. 양국이 연구 시설을 공유하고, 기술을 공동 개발하며, 한국의 뛰어난 산업 역량의 도움으로 인도네시아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한 기반은 이미 어느 정도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인도네시아 자바섬 서부 카라왕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그룹의 배터리셀 합작 공장은 투자 프로젝트인 동시에 지식 이전 플랫폼이기도 하다. 또한 포스코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 크라카타우스틸 간의 파트너십은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지면서 인도네시아의 산업 역량 구축에 이바지해 왔다. 그런 합작 모델이 더 확대되기 바란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 크라카타우스틸과 일관 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PTKP)를 설립했다. PTKP는 포스코가 50%, 크라카타우스틸이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능력 300만t 규모의 고로 1기와 열연·후판 공장을 가동 중이다.
자본과 기술 전문성은 필수적인 요소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도네시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 문화와 인간관계, 규제 환경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어떤 분야의 협력이 유망할까.
“양국 간 상호 보완성이 가장 두드러지고, 가시적인 기회가 있는 세 분야를 꼽고 싶다. 첫째는 반도체다. 인도네시아의 국가 반도체 산업 발전 계획에 더해 매장량이 풍부한 규사·주석·니켈 자원이 결합하면서 강력한 경쟁 우위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9년까지 29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은 현지 가공 역량을 공동으로 함께 키우면서 인도네시아가 가치 사슬의 상위 단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울 이상적인 파트너다. 둘째는 디지털 경제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역내 최대 규모의 디지털 시장 중 하나로, 2030년까지 전자상거래 규모가 16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 5G(5세대 이동통신),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한국은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초고액 세액공제 등 정부의 초강력 인센티브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전환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전기차 생태계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매장량 세계 1위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1년 약 2000대였던 전기차 보급을 2024년 약 3만 대로 확대했고, 2030년까지 200만 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자재 조달부터 최종 제조에 이르는 전기차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한국의 참여가 늘어나길 희망한다.”
인도네시아 투자 매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소개 부탁한다.
“네 가지 전략적 축을 중심으로 포괄적인 개혁을 추진 중이다. 첫째는 규제 개혁이다. 옴니버스법(Omnibus Law)을 통해 79개 관련 법률을 통합된 체계로 정리했다. 2025년에는 제28호 정부 규정을 통해 외국 기업의 최소 납입 자본금을 60만달러에서 15만달러로 인하했다. 둘째는 무역 체제와 인센티브다. 한국은 2023년 발효한 한·인도네시아 IK-CEPA1)를 통해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수출 품목의 95% 이상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누리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등 선도 산업에 대해 최대 20년의 면세 혜택을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통합 인프라와 간소화된 통관절차를 갖춘 25개의 경제특구를 운영하고 있다.
셋째는 ‘하류산업화(Downstream industrialization)’다. 원자재의 국내 가공을 의무화함으로써 기술집약적 투자를 위한 상당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LG에너지솔루션·현대차 그룹의 배터리 셀 합작 투자와 니켈과 배터리로 이어지는 가치 사슬에서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은 디지털·녹색 경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AI, 5G, 스마트 시티 기술 분야의 R&D 및 직업훈련에 대해 초고율 세액공제를 제공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에 부합하는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교두보 삼아 아세안에 진출하는 건 좋은 전략일까.
“인도네시아 진출은 시장 다변화를 모색하는 한국 기업에 타당한 전략일 뿐만 아니라, 전략적인 필수 과제가 되어 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경제규모(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역내 최대 경제 대국이며, 2억8000만 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거대 시장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성공한 기업은 아세안 시장에서 사업 역량을 충분히 입증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과 투자자가 주의할 점이 있을까.
“자본과 기술 전문성은 필수적인 요소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도네시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문화와 인간관계, 규제 환경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간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사업 관련 논의로 넘어가기에 앞서 상호 이해를 쌓아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인내심을 보이는 건 약점이 아니라, 장기 협력 의지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중앙·지방정부 간 협력이 필요한 인도네시아의 규제 환경을 헤쳐 나가려면 현지 파트너십은 필수다. 또한 인도네시아가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를 보유한 국가인 만큼 식음료·화장품·제약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할랄 시장의 동향을 이해하는 것 또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세계 주요국 니켈 매장량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기업의 이미지는 어떤가.
“한국 기업은 수십 년에 걸쳐 인도네시아 경제 발전에 기여하면서 소비 시장과 전략 투자 분야 양쪽에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삼성과 LG 등 진출 역사가 긴 대기업은 ‘한류’가 부상하기 훨씬 전부터 신뢰도 높은 기업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개선의 여지도 있다. 일부 한국 기업, 특히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중견기업은 현지 공급 업체 및 지역 사회와 교류가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다. 잘 쌓아온 이미지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의 ‘골든 인도네시아 2045’ 비전에 부합하는, 더욱 깊이 있고 포용적인 형태의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앞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한국 기업 앞에 놓인 과제다.” 인도네시아는 독립 100주년이 되는 2045년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는 골든 인도네시아 2045비전을 추진하며, 경제·산업 고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26 아세안 파노라마'는 인도네시아와 아세안 회원국에 어떤 의미가 있는 행사인가.
“무엇보다 경제협력의 촉매 역할을 한다. 체계적인 B2B(기업 간 거래) 세션과 시장 진출 세미나를 통해, 인도네시아 중소기업이 가장 오랫동안 겪어온 장벽 중 하나인 한국 바이어 및 유통망 접근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됐다. 한국 내에서 인도네시아의 문화적 소프트 파워와 기업의 브랜드 위상을 높이는 계기도 됐다. 아세안 지역 연대와 공동의 목표 의식 강화에도 도움이 됐다. 5개월 동안 순환 형식을 통해 회원국 모두를 한자리에 모음으로써, 인구 6억6000만 명의 거대 시장인 아세안의 위상을 드높였다.”
2026 아세안 파노라마는 한·아세안센터(사무총장 김재신)가 2014년부터 매년 개최해 온 아세안 무역전시회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아세안 회원국이 매달 두 나라씩 짝을 이뤄 전시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5월 브루나이와 인도네시아에 이어 6월에는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 7월에는 라오스와 필리핀, 8월에는 미얀마와 태국, 9월에는 싱가포르와 베트남순이다. 지난해 11번째 회원국으로 아세안에 가입한 동티모르를 소개하는 별도 홍보 행사도 마련된다. 한·아세안센터는 한국과 아세안 10개 회원국 간 교류 협력 확대를 목적으로 지난 2009년 설립·출범한 국제기구다.
용어설명
- 1IK-CEPA(한국·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양국 간 교역 확대와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해 2023년 1월 1일 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이다. 상품 관세 철폐뿐만 아니라 서비스, 투자, 경제 협력 등 폭넓은 분야를 아우르는 상생 협력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