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트렌드 수출 환경 분석 리포트 수출 환경 분석 Deloitte. 인사이트 리포트 ‘피지컬 AI’ 시대, 자동차 산업 경쟁 재편

자동차 산업의 경쟁이 ‘피지컬 AI(Physical AI·자율주행차나 로봇 등 물리적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AI)’를 중심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소프트웨어(SW), 자율주행, 로보틱스가 결합되며 차량 자체와 생산공정 모두에 피지컬 AI를 적용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Software Defined Vehicle)1)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동차는 이동 수단을 넘어 센서, 데이터, AI 서비스가 결합한 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여기에 자율주행 기술이 더해져 자동차는 ‘이동하는 로봇’ 그 자체인 피지컬 AI로 도약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차량 지능화에 그치지 않는다. 완성차 업체는 생산공정에 로보틱스를 도입해 자동화와 유연 생산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완성차 업체는 보유하고 있는 설비와 데이터 역량을 활용해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Software Defined Factory)2)을 조성하고, 로봇 서비스까지 사업 모델을 확장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센서 경쟁’에서 ‘추론 경쟁’으로 

그동안 자율주행 경쟁의 핵심은 주행 환경을 센서가 얼마나 정확히 인식하는지였다. 이제는 ‘AI 추론 인프라’가 패턴을 읽고 상황별 의사 결정을 한다. 흐름을 주도하는 곳은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다. 자율주행 개발 플랫폼 ‘알파마요’는 250개 도시, 30만 개 영상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량이 사람처럼 인지·추론하도록 설계됐다. 일본 티어포는 룰 기반 구조에 생성 AI(Generative AI)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안전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잡는 전략을 취했다. AI 모델 성능보다 데이터 품질과 학습 시스템 구축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술뿐 아니라 시장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우버는 기술 내재화를 포기하고 소프트웨어(누로), 하드웨어(루시드), AI 인프라(엔비디아)를 외부에서 조합하는 분업 모델을 택했다. 18개 이상 파트너를 규합해 고객 접점을 장악한 우버는 2026년 하반기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로보택시 사업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사업 모델은 ‘인프라 서비스’와 ‘디바이스’로 갈린다. 죽스는 로보택시 운행 수익을, 텐서 로보카는 20만달러 수준의 프리미엄 개인 차량으로 판매·구독 수익을 노린다.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SDV

SDV 시장의 주도권은 AI·플랫폼 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독일 일렉트로비트는 가상 개발 환경을 제공해 실제 차량 없이도 소프트웨어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 운영체제부터 차량 업계 표준 규격(AUTOSAR)까지 장악하며 기반 계층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미국 소나투스는 AI 진단 솔루션으로 차량 개발부터 정비까지 데이터를 통합 관리한다. 차량 인터페이스의 핵심은 AI 에이전트로 이동했다. 미국 사운드하운드 AI는 차량용 AI 에이전트로 식당·정비 예약 등 외부 서비스를 차 안에서 연결한다. 이스라엘 카르돔은 엣지 AI 음성 인터페이스로 탑승자별 위치와 발화를 식별한다. SDV의 영역은 탑승자를 감지하는 데까지 확장됐다. 유럽연합(EU)이 2026년부터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장착을 의무화하면서, 탑승자의 시선·자세·생체 신호를 읽는 것이 필요해졌다. 스웨덴 스마트아이는 음주 상태 감지, 미국 젠텍스는 6인승 전 좌석 모니터링기술을 선보였다. SDV 시장의 정점에는 AI 인프라 기업이 자리한다. 엔비디아와 퀄컴이 양강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엔비디아는 AI칩부터 운영체제, 로보택시까지 수직 통합하는 반면 퀄컴은 자사 칩 세트 ‘스냅드래곤’을 기반으로 외부 파트너를 폭넓게 수용한다.

자동차 회사가 ‘로봇 회사’로

자동차 업계가 본격적으로 로봇 사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만든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연 3만 대규모로 양산한다. 로봇 판매보다 자사 공장 혁신의 지렛대로 활용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모델S·X를 생산하던 프리몬트 공장을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양산 거점으로 전환했다. 대당 2만~3만달러로 가정·서비스 시장까지 노린다. BMW와 벤츠는 자체 개발 대신 외부사와 협력한다. BMW는 헥사곤의 휴머노이드 ‘에이온’으로 공장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벤츠는 앱트로닉의 ‘아폴로’를 활용해 인간과 로봇의 협업 모델을 구축한다. 부품 시장도 재편됐다. 일본 미네비아미쓰미는 ‘로봇 손’, 독일 셰플러는 ‘로봇 관절’에 특화돼 있다. 보쉬와 지멘스는 공장 전체를 소프트웨어로 운영하는 SDF 시장에서 대결 중이다. 보쉬는 공장 운영자, 지멘스는 플랫폼 제공자로 포지션을 굳혔다.

지역별 OEM 전략 분화…한국은 통합형

지역별 완성차 업체의 전략은 뚜렷하게 갈린다. 유럽(BMW·벤츠)은 외부에서 AI를 조달하되 차량 운영체제와 데이터 주권은 확보하는 ‘선택적 내재화’를 택했다. 일본의 경우, 도요타는 자체 플랫폼 개발에, 혼다는 소니·퀄컴 협력에 무게를 둔다. 중국에서는 지리가 AI 고도화에, 그레이트월이 전동화와 글로벌 시장 확장에 집중한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G90의 레벨3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의 무인 로보택시, 현대위아의 주차 로봇을 하나로 묶는 통합 전략을 추진 중이다. 딜로이트는 완성차 업계의 사업 모델 전환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일회성 차량 판매에서 월 구독 서비스로, 정비 중심 사후관리에서 데이터 기반 원격 업데이트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풀어야 할 과제로는 분산된 책임 체계, 지역별 규제 불일치, 초기 투자 부담 등을 꼽았다. 경쟁 무대가 ‘제조 역량’에서 ‘AI 기반 통합 운영 역량’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향후 10년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용어설명
  • 1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HW)를 제어하고 관리하는 자동차.

  • 2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Software Defined Factory)

    공장 전체를 소프트웨어로 통제·운영하는 스마트 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