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책으로 읽는 경제 통상 21세기의 석유 희토류 자원 너머의 권력, 희토류 패권과 한국의 과제
  • 김정아 작가
  • 21세기의 석유 희토류. 김흥성·김재용 지음ㅣ도서출판 나란ㅣ2만2000원ㅣ348쪽ㅣ4월 15일 발행

    희토류1)는 스마트폰에서 전기차 모터, 최고 성능의 F-35 전투기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까지 첨단 기술 제품 모두에 들어가는 금속이다. 채굴도 정련도 자석 제품도 중국에 집중돼있기에 글로벌 무역 질서 속에서 중국의 최대 무기가 됐다. ‘흙이 아니라 권력이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 ‘21세기의 석유희토류’는 몇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 우선 이 책은 시중에 몇 안되는 희토류에 대한 정보를 집대성한 책이다. 둘째로는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지오’라는 이름의 AI 기자가 전 세계 희토류 현장과 산업을 취재하는 희토류 현장을 누비는 형식의 책이다. AI가 찾은 정보에 있을 수 있는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데이터 출처를 모두 인용한 후 교차 검증으로 신뢰를 높였다. 이 책을 쓴 두 명의 저자는 현재 희토류, 코발트, 탄탈룸 등 핵심광물을 개발·유통하는 ‘코빈즈 미네랄즈’의 대표 및 고문이다. 이들은 지오가 6개월간 10만 쪽 이상의 자료를 읽고 200개 이상의 출처를 검증했다고 밝혔다.

    환경 희생이 수반되는 희토류 채굴

    책은 희토류가 각종 제품에 활용되는 현장을 보여준다. 뒤이어 세계 최대 희토류 매장지인 중국 네이멍구 자치주의 고비사막과 맞닿은 도시 바오터우의 ‘바이윈어보’ 광산 현장을 비춘다. 축구장 수천 개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이 구덩이에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약 35%가 묻혀 있다고 한다. 바오터우에는 광산·선광·정련·소재·자석으로 이어지는 가공 단계의 산업체가 집중돼있다. 이곳에서 차로 20분 떨어진 거리에는 검붉은 진흙과 독성 폐수가 가득한 인공 호수 웨이쾅쿠가 나온다. 희토류 1t을 정제하는 데 수백t의 강산성 화학물질을 쓰고, 이 과정에서 약 2000t의 유독성 폐기물이 발생한다. 이 호수에는 지난 40년간 희토류 정제에서 생긴 폐수와 폐기물이 수천만t 쌓여 있다. 희토류 광석에 섞인 방사성물질인 토륨과 우라늄도 정제 과정에서 농축돼 이 호수로 흘러든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호수 인근 마을의 암 발생률은 중국 평균을 크게 웃돈다고 한다.

    희토류 권력, 광산보다는 정련에서 나와

    희토류 정광은 17종의 원소가 뒤섞인 혼합물이다. 이를 하나하나 분리하는 정련 과정은 희토류 산업에서 가장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 현재 이 기술을 완벽히 장악한 국가는 중국뿐이다. 결국 희토류 권력은 “정련에서 99.9% 나온다”고 이 책은 단언한다. 중국은 경희토류보다 더 희소하고 가치 있는 중 희토류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이 아닌 미얀마 카친주 광산에서 파낸 중희토류도 결국 중국 설비로 정련돼 ‘자석 등급’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웨이팡 지역에는 매년 3000t 가까운 네오디뮴 자석을 생산하는 공장이 수십 개 모여 있다. 전 세계 연간 네오디뮴 자석 생산량은 약 25만t인데 이 가운데 중국이 22만~23만t을 생산한다. 중국의 자석 산업 지배력은 원료 확보 우위를 넘어 제조 기술과 규모의 경제, 산업 클러스터와 공급망 통합 세 가지를 기반으로 형성된 것이다.

    희토류 기술을 완벽히 장악한 국가는 중국뿐이다. 결국 희토류 권력은 정련에서 99.9% 나온다

    한국에도 2597만t의 희토류가 있지만

    충주, 홍천 등 우리나라에도 2597만t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에서 중요한 것은 매장량보다 품위(그레이드), 광상 유형, 불순물·동위원소, 환경·지역수용성, 정련·소재화 인프라 등이다. 네이멍구 바이윈어보 광산의 희토류 농도가 약 3~6%인 데 반해 한국 매장지는 약0.1~2.5%로 품위가 떨어진다. 이는 같은 1t의 희토류를 얻기 위해 한국에선 더 많은 암석을 파내고, 더 많은 파쇄·선광·침출을 거치고, 더 많은 폐수와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최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해저 6000m 아래 서태평양 공해상의 심해 퇴적물에서 중희토류 함량이 높은 희토류 광산을 발견했다. 미래 자원으로서 잠재력은 있으나 기술적으로 심해 6000m급 작업의 용이성과 경제성, 공해상의 국제 규범과 생태계 영향도 따져봐야 해, 상업화까지는 10~20년이 걸릴 전망이다. 그래서 이 책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희토류 공급 다변화의 대안으로 재활용에 주목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에서 연간 6200만t의 전자 폐기물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금속 함량은 약 17%(약 1054만t)다. 금이 약 300t, 은이 약 7500t, 구리가 200만t, 희토류는 약 2만~3만t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희토류 재활용 0%, 시스템 구축 시급

    한국은 매년 스마트폰만 해도 2000만대 등 수많은 전자제품이 팔리고 버려진다. 이 안에 들어간 희토류만 재활용해도 공급망 위험시 부분적인 완충 수단이 되지 않을까. 현실은 회수율 0%에 가깝다. 수거도, 분리도 어렵고, 등급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폐자석에서 네오디뮴을 회수하는 비용은 인건비와 환경 처리비 등을 포함해 약80달러다. 반면 중국에서 네오디뮴을 수입하는 가격은 60~70달러 정도다. 그러나 일본과 유럽은 재활용에 집중하고 있다. 재활용이 더 비싸지만 보조금, 의무 사용, 공공 조달, 제품 설계, 추적성 같은 시스템으로 재활용 수요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이 재활용 0%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기술 개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폐쇄형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를 통해 수거→분리→등급화→장기 구매로 이어지는 가치 사슬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이 지금처럼 재활용 인프라 투자를 망설일 경우 미래에는 우리 쓰레기에서 나온 자원을 일본이나 유럽에서 비싸게 주고 사 와야 할 수도 있다고 이 책은 경고한다. 그 경고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용어설명
    • 1희토류

      원소 주기율표에서 57번부터 71번에 있는 15개 원소와 화학적 성질이 유사한 스칸듐·이트륨까지 합친 17개 원소를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