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026년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National Trade Estimate Report on Foreign Trade Barriers)’를 발간하며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자국 중심의 압박 전략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60개 이상의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대미 무역 장벽을 14개 범주로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분석하는 법정 연례 보고서로, 매년 3월 31일까지(이하 현지시각)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된다. 2026년 보고서는 41번째 발행된 것으로, 2025년 한 해 동안의 정책 성과를 기반으로 미국이 추진해 온 불공정 무역 관행 시정 노력을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미국은 자국 근로자와 가정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통상 정책 기조를 재확인하며, 글로벌 교역 구조에서 비대칭성과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했음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관세정책과 시장 개방 협상, 상호 무역협정(ART)1)을 핵심 수단으로 활용해 교역국의 비관세장벽을 완화하고, 동시에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병행해왔다고 평가했다. 이번 보고서는 또 기존 내용에 더해 협정 체결국의 구체적 협정 조항과 이행 상황을 상세히 반영하고, 각국 무역 개요와 수입 정책을 별도 섹션으로 추가하는 등 분석 범위와 깊이를 확대했다.
상호 무역협정 중심 통상 전략, 정책 집행 성과 강조
보고서는 트럼프 정부가 지난 1년간 추진한 통상 정책의 핵심 성과로 ‘상호 무역협정 체결 확대’를 제시했다. 2025년 4월 2일 상호 관세 발표 당시 미국은 각국의 관세율과 무역 장벽을 비교한 자료를 공개하며 글로벌 무역 불균형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협상 전략을 전개했다. 그 결과 아르헨티나와 대만을 포함한 9개국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상호 무역협정을 체결했으며,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등 8개국과는 협력 프레임워크 형태로 합의했다. 협정은 상대국이 대미 관세 및 비관세장벽을 대폭 완화하는 것을 전제로 하며, 미국은 수정 관세(MFN·세율 이상의 추가 관세)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다.
중국 겨냥 공급망·기술 통제 이슈 부각
국가별 분석에서 미국은 상당 부분 이슈를 중국에 집중해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 경제구조의 핵심 문제로 국가 주도의 시장 왜곡과 과잉생산 지속을 지목하며, 이러한 구조가 글로벌 공급망에 지속적인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데이터 통제 정책과 기술이전 요구는 외국 기업의 시장 진입과 운영을 제한하는 주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구조적 문제로 인식된다. 또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이행 상황과 관련해 농업 바이오 기술 분야에서 약속 미이행, 소고기 및 가금류 시장 접근 제한 등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중국의 협정 이행 의지를 문제 삼았다. 더 나아가 중국이 핵심광물 수출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점이 새로운 위협 요소로 부각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정책이 반도체 및 청정에너지 산업 전반의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글로벌 교역 구조에서 비대칭성과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했음을 강조했다.
EU, 디지털·환경 규제 중심 비관세장벽 확대
EU에 대해서는 세계 최대 경제 파트너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다양한 형태의 비관세장벽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디지털 시장법(DMA)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대표적인 구조적 장벽으로 지목됐다. DMA는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제한하기 위한 규제지만,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 운영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CBAM 역시 탄소 배출을 기준으로 수입 제품에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새로운 형태의 무역 장벽으로 해석했다. 이와 함께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에 따른 데이터 국외 이전 제한, 농산물 및 자동차 분야의 비과학적 위생·검역(SPS) 및 기술 장벽(TBT) 규정, 각국이 도입한 디지털서비스세(DST) 등도 주요 문제로 언급됐다.
한국, 제도적 규제와 비관세장벽 지적 확대
한국 관련 분석에서는 양국 간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제도적 규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확대됐다. 2025년 기준 미국의 대한국 상품 무역 적자는 564억달러로, 전년 대비 14.5% 감소했으며, 이는 수출 증가와 수입 감소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전체 상품 무역 규모는 약 1940억달러에 달했으며, 서비스 무역에서는 미국이 113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흑자 규모는 소폭 감소했고, 한국은 미국의 15번째 서비스 수출 시장으로 언급됐다. 보고서는 한국 관련 분량이 기존 7쪽에서 10쪽으로 확대되며 신규 무역 장벽 항목이 추가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입 정책 분야에서는 미국산 쌀 할당량에 대한 가격 상한선 계산 방식 불투명성, 대두 수입 물량의 WTO 저율관세할당량으로 제한 등이 언급되었다.
한국의 디지털·금융 규제, 개선 필요성 언급
디지털 및 금융 분야에서는 한국의 정책이 외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정부 조달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클라우드 입찰에 국내 기업만 참여를 허용하고 외국 기업을 배제한 사례가 명시됐다. 또 금융회사 전산 설비 현지화 정책에 따라 개인신용 정보와 고유 식별 정보를 국내 시스템에서 처리하도록 의무화한 점이 글로벌 금융기관의 운영 비용 증가와 사이버 보안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지적됐다.
용어설명
- 1상호 무역협정(ART)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으로 ①교역 상대 국의 대미 관세·비관세장벽 대폭 인하. ②미국의 수정 관세(MFN·세율 이상의 추가 관세) 유지가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