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트렌드 KOTRA 글로벌 현장 리포트 KOTRA 해외 현지 보고 스마트폰 수입액 넘었다…브라질 휩쓴 ‘다이어트 펜’
  • 카티아 얀단 진 KOTRA 상파울루 무역관 스페셜리스트
  • 브라질 경제의 수입 지도가 재편되고 있다. 전통적인 소비재 수입 품목이던 스마트폰과 연어를 제치고, 이른바 ‘다이어트 펜’으로 불리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1) 계열 비만 치료제가 브라질 수입 시장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애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이 약물은 체중 감량 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비만·체중 관리 수요와 결합했고, 이제는 브라질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의약품군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보다 많이 수입된 ‘기적의 주사’

    브라질 개발산업통상부(MDIC)에 따르면, 2025년 브라질의 오젬픽(Ozempic), 마운자로(Mounjaro), 위고비(Wegovy) 등 GLP-1 계열 치료제 수입액은 16억6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88%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스마트폰 수입액은 5억6200만달러, 신선 연어는 7억5600만달러, 타이어는 6억9500만달러로, 비만 치료제 수입 규모가 전통적인 소비재 수입액을 웃돌았다. 공급 국가별로는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본사가 있는 덴마크가 44%로, 1위를 지켰고, 미국 비중은 35.6%까지 확대됐다.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마운자로를 앞세운 미국산 제품 수입이 전년 대비 992% 폭등한 영향이 컸다. 반면, 덴마크산 수입은 7% 증가세에 그쳤다.

    SNS가 불붙인 수요, 의료·사회적 인식 변화

    수요의 바탕에는 브라질의 인구구조가 있다. 세계비만연맹의 ‘세계 비만 아틀라스 2025’에 따르면, 브라질 성인의 68%가 과체중(37%) 혹은 비만(31%) 상태다. 비만 인구는 2030년까지 남성 33.4%, 여성 46.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유명인의 감량 후기와 사용 경험이 더해지며 시장 확대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이 현상을 단순한 유행으로만 보긴 어렵다. GLP-1 계열 약물의 효과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축적되면서 관심이 실제 처방 수요로 이어질 기반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오젬픽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2)와 마운자로의 주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가 체중 감소뿐 아니라 전신 염증 감소, 인슐린 저항성 개선 등 대사 경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티르제파타이드가 뇌의 보상·충동 회로와 연관된 신호에 변화를 일으켜 음식에 대한 강박적 사고를 완화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체중 감량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미용 중심의 다이어트에서 만성질환 관리와 삶의 질 개선 영역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주 1회 투여 방식과 비교적 빠른 체중 감소, 식욕 억제라는 체감 효과가 이러한 인식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보건 의제와도 맞물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5년 성인 비만 치료에서 GLP-1 계열 약물 활용에 대한 첫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이 약물이 비만 대응의 핵심 도구 중 하나가 될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다만, WHO는 장기 안전성, 치료 중단 이후의 관리, 비용 부담과 접근성 문제를 지적했다. 소비자 반응이 뜨거워지면서 비공식 유통시장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불법·위조 제품이나 정식 허가 없이 비공식적으로 조제·제조된 제품 사례가 보고되면서 브라질 보건 규제 당국(Anvisa)은 등록되지 않은 GLP-1 제품 단속과 판매 금지를 강화하고 있다.

    2026년 ‘포스트 특허’ 시대, 수요 확대 전망

    브라질 GLP-1 시장의 진짜 승부처는 2026년이다. 2026년 3월 세마글루타이드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복수의 현지 제약사가 후속 제품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특허 만료 이후 가격이 현재보다 15~30%가량 낮아지면서 사용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 은행 UBS BB는 브라질 GLP-1 시장이 2025년 110억헤알에서 2026년 200억헤알로 커질 것으로 봤고, 이타우 BBA(Itau´ BBA)는 2030년 500억헤알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이어트 펜 사용자의 식료품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식품유통 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고칼로리 가공식품과 주류 소비는 줄어드는 반면, 근육 유지를 위한 고단백 식품과 신선식품, 기능성 음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브라질 유통 대기업 RD사우데(RD Sau´ de) 등은 비만 치료제 및 관련 건강기능식품 매출이 향후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전략 수정에 나섰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세마글루타이드 특허 만료를 전후해 브라질에서는 유사 GLP-1 제품 간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완제품 수출을 넘어 의약품 원료(API), 펩타이드 합성 원료, 주사제 제형 안정화 기술, 프리필드 펜 충전 기술, 멸균 카트리지, 주삿바늘 및 니들 세이프티 디바이스 등 부품·소재·공정 단위의 진입 기회가 넓어질 수 있다.

    또 GLP-1 계열 약물은 냉장 보관과 유통 안전성이 필수적인 만큼, 콜드체인 포장재, 온도 유지 패키징, 운송 중 온도 모니터링 솔루션, 냉장 물류 관리 시스템 등 관련 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과 협업 기회도 주목된다. 아울러 식품 기업에도 건강 관리 수요에 부합하는 제품 개발과 공급 전략을 재정비할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 특허 만료를 계기로 GLP-1 시장은 경쟁 구도가 재편되는 동시에 의약·유통·식품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협력 가능성을 키워야 할 시점이다.


    용어설명
    • 1GLP-1

      음식 섭취 시 위장관 L세포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으로, 혈당을 내리고 배부름은 늘리고 식탐은 줄이는 효과가 있다. 제약사는 이 호르몬 구조를 변형해 몸속에서 며칠 간 효과가 지속되도록 하고 있다.

    • 2세마글루타이드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오젬픽과 위고비의 핵심 성분으로, 브라질은 2026년 3월을 기점으로 특허가 만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