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법률 전문가가 보는 통상 통상 압박의 진화, 무역 행위에서 생산구조로 제301조 칼 빼든 美, 철강 과잉생산 정조준…선제 대응해야
  • 이주형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974년 무역법’ 제301조(이하 제301조)1)를 근거로 구조적 과잉생산과 관련된 외국 정부의 정책 및 관행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고, 2026년 3월부터 약 한 달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의 출발점은 외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수요를 초과하는 생산능력을 유지하고 이를 수출로 전환하는 행위가 미국의 재산업화 전략, 제조업 일자리 창출, 리쇼어링(reshoring·생산 기지 본국 회귀)을 구조적으로 저해하는 불공정 행위라는 미국 정부의 인식이다. 특히 철강 산업은 이 같은 문제의식이 가장 집약적으로 나타나는 분야로 지목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단순한 시장 경쟁의 결과가 아닌 국가 주도적 산업 정책의 산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조사의 또 하나 특징은 대상 범위의 확장이다. 즉 중국에 한정하지 않고 한국·유럽연합(EU)·일본·멕시코·베트남 등 총 16개국·경제체가 포괄적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미국이 구조적 과잉생산을 특정 국가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 제조업 질서를 왜곡하는 체제적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은 철강을 포함한 주요 제조업에서 수출 중심의 성장 구조를 유지하며 대미 무역 흑자를 확대해 온 국가라고 지적하는 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흐름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2026년 4월 노동자문위원회(LAC·Labor Advisory Committee for Trade Negotiations and Trade Policy)가 제301조에 따른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과정에서 USTR에 제출한 의견서다. LAC는 미국이 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하기에 앞서 협상 목표 및 협상 입장에 관한 정보와 자문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USTR의 법정 자문 기구다. 노동 및 통상 협상과 관련된 쟁점, 체결된 무역협정의 이행, 미국 통상 정책의 운영 등에 대해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철강노동조합연합(USW)을 포함한 미국의 주요 노동조합(노조)이 이 LAC에 속해 있다. LAC는 의견서를 통해 철강 과잉생산 문제를 더 이상 품목별 무역 구제 사건으로 대응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로 규정하면서, 더 근본적인 정책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美, 철강을 전략적 핵심 산업으로 인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세계 철강 초과 설비는 약 6억4000만t에 달하며, 향후에도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미국은 이 수치를 두고 과잉생산을 단순한 공급 초과가 아니라 가격 하락, 설비 가동률 저하, 투자 위축, 고용 감소, 지역 산업 기반 약화가 상호 연동되는 구조적 왜곡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철강 분야와 관련해 미국은 이를 단순한 산업을 넘어 제조업 재건, 지역 경제 유지, 공급망 안정, 경제 안보가 결합된 전략적 핵심 산업으로 재정의하는 중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정책 수단의 선택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미국은 이미 철강 분야에서 무역확장법 제232조2) 국가 안보 관세와 다수의 반덤핑·상계관세를 운용하고 있음에도, 노동계는 제301조를 통한 추가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기존 무역 구제 제도가 개별 기업의 덤핑이나 보조금 행위를 사후적으로 규율하는 데 그치는 반면, 제301조는 보조금, 국영기업, 금융 지원, 임금 억제, 시장 장벽, 환율 정책 등 구조적 왜곡을 초래하는 국가 정책 자체를 직접 규율할 수 있는 더 포괄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철강 과잉생산이 초래하는 부담은 단순한 수입 증가나 가격 경쟁을 넘어선다고 주장한다. 해외에 대규모 유휴설비가 있는 상황에서는 미국 내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기업이 설비 확충이나 신규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고, 이는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므로 과잉생산은 현재의 시장 교란을 넘어 미래 투자와 산업 기반 자체를 위축시키는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미국 노동계는 표적 관세, 관세할당제도, 국영기업 규율, 강화된 원산지 규정, 우회 및 환적 방지 조치 등을 결합한 종합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통상 집행이 단순한 관세 부과를 넘어 공급망 경로, 원산지 입증, 제삼국 경유 여부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같은 흐름은 2026년 예정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공동 검토와도 연결되며, 특히 멕시코를 통한 대미 수출 증가 산업이 주요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철강 역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韓, 국가 차원 접근 필요

    이런 변화에 따라 한국 철강 업계는 공급망 투명성과 원산지 관리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제삼국 경유 가공이나 환적을 통한 우회 수출로 오인될 수 있는 구조를 최소화하고, 제품별·공정별 원산지 추적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디지털 기반의 공급망 관리, 원산지 데이터의 체계적 축적, 협력 업체 관리 강화 등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둘째, 산업구조 측면에서는 단순 범용재 중심의 생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친환경 철강으로 전환이 요구된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3) 등 환경 규범과 결합할 경우, 단순한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시장 접근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저탄소 생산공정 도입, 친환경 인증 확보, 기술 경쟁력 강화 등이 통상 대응 전략과 결합해야 한다. 셋째, 통상법적 대응 전략 역시 병행돼야 한다. 제301조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과 정합성 문제, 보복 조치 가능성 등 다양한 법적 쟁점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전적으로 대응 논리를 축적하고 국제 공조를 통한 대응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EU, 일본 등 유사한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국가·경제체와 협력을 통해 과잉생산 문제를 다자적 논의 틀로 환원시키는 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민관 협력 체계를 강화해 기업·정부·연구 기관 간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을 체계화해야 한다. 미국의 통상 정책이 점차 산업 정책과 결합하는 양상을 보이는 만큼, 개별 기업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국가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결국 이번 제301조 조사는 철강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과잉 문제를 계기로 통상 정책의 규율 대상이 무역 행위에서 생산구조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한국 철강 업계로서는 이 같은 변화가 단기적인 통상 마찰을 넘어 중장기적인 경쟁 환경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선제적이고 구조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용어설명
    • 1‘1974년 무역법’ 제301조

      USTR이 외국 정부의 불공정한 무역정책이나 관행을 조사하고,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무역법 조항이다. 과거에는 개별 기업의 덤핑을 사후 규제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조사에서는 타국의 국가 주도적 산업 정책과 생산구조 자체를 직접 타격하기 위한 포괄적 압박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 2무역확장법 제232조

      특정 수입 품목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 제한이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법. 미국은 기존 철강 규제에 사용하던 이 법 적용에서 나아가, 생산구조 자체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제301조로 규제의 칼날 사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 3탄소국경조정제도 (CBAM)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할 때 자국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 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일종의 환경 관세 성격의 제도. 미국의 제301조 통상 압박과 더불어 한국 철강 업계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저탄소, 친환경 생산구조로 시급히 전환해야만 하는 핵심 요인으로 강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