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8일, 이탈리아 정부가 신규 도입한 투자 촉진 보조금 정책인 ‘초감가상각제도(Hyper-depreciation)’1)내 ‘유럽연합(EU)산(Made in EU)’ 제한 조항이 폐지됐다.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도입돼 한국산 제품의 진입을 막던 비관세장벽이, 양국 정상급 외교 채널과 실무 부처의 신속한 전방위적 협상 끝에 실질적 개선을 이뤄냈다. 보조금 지원 요건이 확대됨에 따라 한국 공작기계 및 첨단 설비의 이탈리아 수출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성과가 도출됐다.
지역 제한 철폐와 실무적 혜택 개선
핵심 성과는 투자 촉진 보조금 혜택 대상의 전면 확대다. 이탈리아가 도입한 초감가상각제도는 기업이 신규 설비투자 시 유·무형 자산에 대해 투자액별로 추가 비용을 대폭 반영(250만유로 이하 180%, 1000만유로 이하 100%, 2000만유로 이하 50%)해 법인세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제도다. 이번 EU산 지역 제한 철폐를 담은 긴급 법령 의결은 2026년 1월 1일 자로 소급 적용돼, 한국산 기계·설비 및 운용 소프트웨어도 동등한 혜택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시장 내 한국 주력 수출 품목인 공작기계류의 가격 경쟁력이 유지되며, 2025년 기준 약 2억 6000만달러 규모에 달하는 대(對)이탈리아 기계·설비 수출 시장 방어는 물론, 우리 기업의 현지 수출 저변 확대도 적극 추진할 수 있어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자국 중심의 보조금 제도 확산과 위기
최근 세계무역 체제에서는 자국 산업 주권 강화와 실용주의를 명분으로 한 무역 제한적 보조금 제도가 확산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2025년 12월 말 수정안을 통해 발표한 초감가상각제도의 EU산 한정 조항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제도의 취지 자체는 자국 소재 기업의 설비투자 증대 유도였으나, 기존 보조금과 달리 대상 지역을 한정함으로써 한국산 제품의 이탈리아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강력한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컸다. 특히 이탈리아는 유럽 내 주요 제조업 국가이자 한국 공작기계 산업의 핵심 시장인데, 현지 언론을 통해 ‘미국·일본 등 G7(주요 7개국) 국가는 예외로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우리 기업으로서는 ‘이중의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와 업계가 ‘원팀’으로 긴밀히 협력해 확보한 제도적 개선은 기업의 수출 불확실성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핵심 열쇠다.
伊 보조금 제한 대응, 민관 원팀의 쾌거
EU산 제한 조항이 시행되자 한국 공작기계 업계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아무리 우수한 설비를 수출하더라도 이 혜택에서 배제되면 현지 기업의 투자 결정 과정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접한 직후, 산업통상부는 통상 규범 위배 가능성을 즉각 검토하고 전방위적 대응에 나섰다. 1월 초부터 이탈리아 기업부 장관에게 서한을 발송하고 주한 이탈리아 대사와 면담을 진행하는 한편, 19년 만에 방한한 이탈리아 총리와 한·이탈리아 정상회담(1월 19일)에서 이를 핵심 의제로 상정했다. 우리 정상의 합리적 요청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긍정적으로 화답하며 제도 개선의 모멘텀이 마련됐다. 이후에도 산업통상부, 외교부와 재외공관, 코트라 무역관이 협력해 양국 고위급 면담과 실무급 현지 설득 등 치밀한 접근을 병행한 결과, 문제를 인지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이탈리아 정부의 긍정적 답변을 얻어냈고, 마침내 3월 말 국무회의를 통해 제한 조항이 철폐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정상 외교와 민관 협력, 글로벌 통상 대응의 핵심
실무 현장에서 이러한 장벽에 직면할 때 기업 차원의 개별적 대응만으로는 제도 자체를 뒤집는 데 한계가 있음을 체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사안은 정상급 채널의 전략적 가동과 정부 부처의 신속한 실무 대응이 어떻게 실질적 통상 이익으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정부와 업계가 ‘원팀’으로 긴밀히 협력해 확보한 제도적 개선은 기업의 수출 불확실성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핵심 열쇠다. 금번 혜택이 실제 기업의 설비투자 시 적용되기 위해서는 이탈리아 주관 부처의 하위 시행령 제정이 필수적인 만큼, 산업통상부가 조속한 후속 절차 추진을 촉구하는 장관 서한을 발송(3월 31일)하는 등 꼼꼼한 사후 관리 노력을 기울인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伊 보조금 제한 폐지, 양국 산업 협력 확대에 기여할 것"
이번 초감가상각제도 대상 확대는 상호 호혜적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공작기계는 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자본재로서 양국 제조업의 근간인 만큼, 한국 기계와 소프트웨어의 원활한 공급은 이탈리아의 첨단 제조 산업 발전은 물론, 양국 간 산업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촉매로 작용할 것이다. 앞으로 글로벌 통상 환경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며, 이 과정에서 정부의 기민하고 압도적인 실용 외교 역량과 기업 현장의 발 빠른 대응이 결합한, 입체적 민관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조차 비EU 국가가 혜택을 입었다며 놀라워한 이번 선제적 통상 대응이 성공적인 협력 모델로 널리 기여되기를 바란다.
용어설명
- 1초감가상각제도(Hyper-depreciation)
기업이 신규 설비를 도입할 경우 실제 구매가보다 높은 금액을 비용으로 인정해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