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통상 현장 INTERVIEW 마리 안토니아 폰 쉔부르크 주한 독일상공회의소 대표 “한독 교역, 한·EU의 13%…사업 모델 공동 발굴·혁신 기대”
  • 이용성 기자
  • 독일 파사우대 경영학, 스페인 더파워 비즈니스 스쿨 경영학 석사(MBA), 전 주스페인 독일상공회의소 바르셀로나 지부장, KGCCI 전 주스리랑카 독일상공회의소 대표

    유럽 대륙 한복판에 있는 독일은 덴마크·폴란드·체코·오스트리아·스위스·프랑스·룩셈부르크·벨기에·네덜란드 등 아홉 개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명실상부한 ‘유럽의 중심’이자 유럽 최대 경제·인구 대국이다. 독일 또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나라 중 미국과 ‘투 톱’을 이룰 만큼 높은 노동생산성과 미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할 만큼 낮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탄탄한 산업구조 등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산업 경쟁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마리 안토니아폰 쉔부르크(Marie Antonia von Schönburg) 주한 독일상공회의소(KGCCI) 대표는 ‘통상’ 인터뷰에서 독일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과 투자자는 “일관성과 개방성을 바탕으로 신뢰를 구축해야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독일에서는 피드백이 매우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상대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뮌헨시청(오른쪽)과 프라우엔교회가 보이는 뮌헨 구시가지.

    독일 경제의 흐름, 어떻게 전망하나.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2026년 독일 경제성장률은 약 0.8~1.0% 수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구조적 경쟁력과 대외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수치라고 생각한다. 독일 경제에 단기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서 산업구조상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독일 경제의 성장세를 다소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주요 연구 기관은 이러한 영향이 과거 에너지 위기와 비교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장기 관점에서 독일 경제는 견고한 산업 기반과 기술 경쟁력, 인프라와 국방, 에너지전환 분야에 대한 공공 투자 확대가 회복을 뒷받침할 것으로 본다. ”

    구조 개혁을 가속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인가.

    “KGCCI는 현재진행 중인 경제 상황 변화가 에너지 다변화, 공급망 안정성 강화, 혁신 촉진 등 구조적 변화를 가속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친환경 에너지, 첨단 제조, 미래 기술 분야에서 한국과 독일 간 협력을 더 확대할 기회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독일 경제는 단기적 변동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한독 경제협력, 어떻게 전망하나.

    “한국과 독일 경제협력은 이미 성숙기에 진입했으며, 향후 확장 가능성도 크다. 양국 협력은 호혜적인 관계로 자리 잡았다. 2025년 한독 교역은 약 324억달러를 기록했고, 독일의 한국 누적 투자 규모는 190억달러에 달했다. 같은 해 독일에 진출한 한국 기업(법인) 수가 900개를 넘어설 만큼 한국 기업의 독일 진출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협력의 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어떤가.

    “독일은 한국의 유럽연합(EU) 내 최대 교역국이다. 두 나라 교역은 한·EU 교역의 약 13%를 차지한다. 한국 역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독일의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민첩성과 혁신 역량, 독일의 기술력과 산업 기반이 결합해 실질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에너지전환, 친환경 기술, 디지털화, 첨단 제조, 공급망 안정 등 전략적 분야에서 협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양국의 협력 유망 분야에 대해 좀 더 상세한 설명 부탁한다.

    “에너지전환과 친환경 기술 분야가 특히 유망하다. 양국 모두 탄소 중립 달성을 추진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친환경 산업 솔루션 등 분야에서 협력 기회가 많다. 둘째, 첨단 제조 및 스마트 산업 분야에서 강력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독일의 정교한 엔지니어링 및 산업 시스템 역량은 한국의 디지털화, 반도체, 자동화 강점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인더스트리 4.01), 스마트 팩토리,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

    디지털 혁신과 인공지능(AI) 분야는.

    “디지털 전환과 혁신은 앞으로도 양국 협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다. AI, 데이터 기반 솔루션, 사이버 보안 및 소프트웨어 등에서 독일의 산업계와 한국의 기술 생태계가 협력한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혁신을 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도 협력에 따른 성장 잠재력이 크다. 생명공학·제약·의료 기술 등에서 양국이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공동 연구와 사업 확대가 기대된다. 스타트업과 중소·중견기업 협력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의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와 독일의 탄탄한 산업 네트워크가 결합하면 국경을 넘어 혁신과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에서 한국 기업의 이미지는 어떤가.

    “혁신 역량, 기술력,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기업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여기는 경우도 늘었다. 독일의 파트너는 한국 기업 특유의 민첩한 대응과 빠른 실행력, 미래지향적인 접근 방식을 높이 평가한다. 전자, 자동차, 배터리,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 이 같은 강점이 두드러진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를 위해 독일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투자하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인허가 및 계획 절차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동시에 인프라, 혁신, 에너지전환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확대하며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업 환경을 조성 중이다. 숙련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해외 전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이민 제도를 개편했으며, ‘아우스빌둥’2) 같은 전통적인 직업교육 시스템을 통해 숙련도가 높은 기술 인력을 양성한다. 독일 정부는 이와 함께 안정적인 법·제도, 높은 기술력, 산업계·연구 기관·정부 간의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생태계를 구축했다.”

    KGCCI는 2017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BMW 코리아와 함께 아우스빌둥을 한국에 도입했다. 이후 2018년 다임러트럭 코리아와 만트럭버스 코리아, 2019년 폭스바겐그룹 코리아, 2021년 포르쉐 코리아가 합류했으며 현재 국내 5개 전문대가 협력 교육기관으로 참여중이다. 훈련생은 독일식 트레이너 양성 과정을 이수한 사내 트레이너의 지도하에 실무 훈련(70%)을 받고 대학 교수진의 지도하에 협력 전문대학에서 이론 교육(30%)을 받는다.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한 총 36개월 과정을 마치면, 대학 전문학사 학위, KGCCI 아우스빌둥 인증 그리고 브랜드 내부 인증을 취득하게 된다. 실무를 익히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직장 환경에 적응하고 급여도 받는다. 참가 기업은 젊은 인재를 조기에 육성해 핵심 인력으로 키울 수 있다.

    독일은 지역마다 특화된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따라서 분야에 따라 지역과 도시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한국 기업이 독일에 거점을 두고 다른 유럽 국가로 확장하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한가.

    “한국 기업에 매우 효과적인 접근법이다. 독일은 유럽 내 최대 경제국이자 지리적 중심지로, 우수한 인프라와 함께 EU 단일시장 접근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독일은 고도화된 산업 생태계와 안정적인 법·제도 환경을 두루 갖췄다. 산업계와 연구 기관, 정부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독일 특유의 협력 구조는 특히 첨단 제조, 모빌리티, 에너지, 기술 분야의 한국 기업에 파트너십 구축과 혁신, 장기 성장을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

    사업 분야에 따라 독일 내 진출 지역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독일은 지역마다 특화된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따라서 분야에 따라 지역과 도시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바이에른주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는 자동차와 첨단 제조,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강점이 있으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산업 생산, 에너지, 물류 중심지로 역할하고 있다. 베를린은 스타트업과 디지털 혁신, 창의 산업의 중심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독일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과 투자자를 위해 조언 부탁한다.

    “독일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은 한국에 비해 신중하며, 철저한 분석과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또한 투명하고 직설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 피드백이 매우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상대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일관성과 개방성을 바탕으로 신뢰를 구축해야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법적 규제와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이해도 필수다.”


    용어설명
    • 1인더스트리 4.0 (Industry 4.0)

      제조업의 모든 공정에 ICT(정보통신기술)를 결합해 지능형 공장을 구축하는 '제4차 산업혁명'을 의미. 2011년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처음 제시되었으며, 독일 정부의 국가 혁신 전략인 ‘하이테크 전략 2020’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단순히 기계 자동화를 넘어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생산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하고 최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 2아우스빌둥 (Ausbildung)

      ‘직업 교육’을 뜻하는 독일어로, 학교에서 이론 교육 기업 현장에서의 실무 훈련을 병행하는 독일의 이원화 직업교육 시스템 (Dual Syst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