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일(이하 현지시각)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공동 검토 시행을 앞두고, 미국과 멕시코는 조만간 이를 위한 협의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USMCA는 현재 전면 재협상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치열한 전략적 공방이 전개될 전망이고, USMCA 공동 검토가 성사될 경우 북미 통상 환경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994년 이후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간 무역을 규율해 온 북 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해 2020년 7월 1일 발효된 USMCA는 기존 자유무역협정(FTA)과 구별되는 제도적 특징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협정의 주기적 재검토 및 존속 여부를 제도화한 제34·7조 ‘검토 및 기간 연장(Review and Term Extension)’ 조항이다. 이 조항은 협정 중간 평가와 잠재적 재협상 절차를 구조화한 것으로, 해당 검토 개시가 협정 개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2017~2020년)는 USMCA 발효 후 5년 시점에 대통령이 협정 지속 여부를 일방 결정하는, 이른바 ‘5년 일몰 조항’을 제안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런 조항이 투자와 경제활동 전반에 중대한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강하게 반대했다. 절충안으로 합의된 USMCA 제34·7조에 따르면, USMCA의 원칙적 존속 기간은 16년으로 설정돼 있고, 발효 6주년이 되는 2026년 7월 1일 최초의 공동 검토가 이뤄지게 된다. 협정 개정을 희망하는 당사국은 공동 검토 최소 1개월 전에 관련 권고를 제출해야 하고, 협정 연장을 위해서는 각 당사국이 서면으로 이를 확인해야 한다. 만일 공동 검토를 통해 모든 당사국이 서면으로 협정 연장 의사를 확인할 경우 협정은 자동으로 16년 연장된다. 연장 이후에도 6년 주기로 공동 검토가 시행되므로, 2032년 공동 검토가 다시 개시된다. 어느 일방이라도 연장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연장 여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매년 공동 검토가 이행되는 국면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이는 탈퇴 조항과는 다른 것으로, 탈퇴는 6개월 전 서면 통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협정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이런 제도적 틀 속에서 2026년 공동 검토의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되는 건 자동차 원산지 규정이다. NAFTA 체제에서 북미 자동차 산업은 높은 수준의 생산 네트워크 통합을 달성했지만, USMCA는 이런 구조를 유지하되 원산지 기준을 대폭 강화해 보다 강력하게 미국의 산업 정책을 반영했다. USMCA는 역내 부가가치 기준을 승용차 및 핵심 부품 기준 75%까지 상향하고, 시급 16달러 이상의 노동으로 생산된 가치 비중을 40~45%로 요구하는 ‘노동 가치 기준(Labor Value Content)’1)을 도입했으며, 철강 및 알루미늄 조달에 대해서도 70% 이상의 역내 조달 요건을 부과했다. 이는 단순한 원산지 판정 기준을 넘어 생산지와 노동 조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규범 설계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FTA와는 상당히 다른 성격의 틀로 여겨졌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현재까지 원산지 규정이 미국의 경쟁력 및 고용에 미친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등 외생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원산지 규정의 해석과 적용을 둘러싼 법적 분쟁 역시 불확실성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022년 설치된 USMCA 분쟁 해결 패널은 핵심 자동차 부품의 원산지 산정 방식과 관련해 미국 해석을 부정하는 판정(Automotive Parts and Vehicles–Rules of Origin(USAMEX-2022.1.31.))을 내렸는데, 이 판정에서 이른바 ‘롤업(rollup)’ 방식2) 적용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해당 판정이 내려졌음에도 미국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판정에 따르는 걸 계속 거부하고 있어, 이행을 둘러싼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USMCA 원산지 규정과 이에 대한 분쟁 해결 제도의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러한 원산지 규정은 향후 USMCA 공동 검토에서도 여전히 첨예한 쟁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자동차, 철강, 기타 핵심 분야에서 보다 높은 역내 함량 기준을 다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미 함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자동차 및 기타 부품을 수입하고자 할 경우 관세 할당제, 수출 통제, 특혜 관세 유지를 위한 최소 미국산 기준 등을 부여하는 방식을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USMCA 공동 검토를 통해 원산지 규범을 강화하는 것은 법적·경제적 측면에서 복합적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부는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는 정책적 기대를 제시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이 협정상 특혜를 포기하고 2.5% 수준의 최혜국 관세3)를 선택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합리적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런 접근은 북미 공급망 전반에 새로운 부담을 가중하고, 멕시코, 캐나다와 마찰을 심화할 수 있다. 검토 과정에서 원산지 규정에 관한 실질적 공통분모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북미 공급망 통합 자체를 약화하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원산지 규정을 단순히 강화하는 것만으로 미국 우려가 모두 해결되는 건 아니다. 중국 같은 비시장경제국으로부터의 환적, 허위 분류, 강제노동 상품 관련 우회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실질적 협력 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USMCA 공동 검토에서는 원산지 규정 추가 강화뿐 아니라, 환적과 허위 분류 상품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집행 메커니즘 정비가 보다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USMCA 원산지 규정 수정은 단지 통상 기술적 차원의 논의에 그치지 않는다. 원산지 규정 강화와 이를 위한 집행 정비는 공급망 안보, 산업 경쟁력, 대중국 전략 그리고 협정의 제도적 신뢰 확보라는 복수의 정책 목표가 교차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2026년 USMCA 공동 검토는 북미 통상 질서의 방향뿐 아니라, 북미 생산 거점을 활용하는 제삼국 기업의 투자, 조달, 수출 전략에도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특히 멕시코 및 캐나다를 거점으로 북미 시장에 접근해 온 한국 기업으로서는 원산지 규정 개정 가능성과 집행 강화에 대비해 공급망 구조와 통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번 공동 검토는 단순한 협정 점검을 넘어 북미 경제 통합의 미래와 그 외면에 있는 기업의 경영 환경을 재정립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용어설명
- 1노동 가치 기준 (Labor Value Content)
기존 FTA가 부품 재료에만 집중했다면, USMCA는 임금을 원산지 판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자동차 생산 가치의 약 40~45%를 시급 16달러 이상의 노동자가 생산해야 무관세 혜택을 주는 규정이다. 이는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성장한 멕시코로의 산업 유출을 막고, 미국의 고임금 일자리를 지키려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적 장치다.
- 2롤업(roll-up) 방식
원산지 규정에서 특정 부품이 원산지 지위를 획득하면, 해당 부품을 다음 단계의 제품에 조립할 때 그 부품 가치 전체를 원산지 가치로 인정해 주는 계산 방식. 현재 미국은 이 산정 방식을 엄격하게 제한해 원산지 인정을 어렵게 하려고 한다.
- 3최혜국 관세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사이에 차별 없이 공통으로 적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관세율. USMCA라는 특혜 협정을 이용하려면 까다로운 원산지 규정을 맞춰야 하는데, 이 준수 비용이 관세보다 비싸다면 기업은 차라리 협정 혜택을 포기하고, 모든 나라에 똑같이 적용되는 최혜국 관세를 내는 길을 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