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통상 트렌드 국제금융센터 보고서 ‘AI 시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잠재 리스크 점검’ AI 확산 속 반도체 공급망 재편…‘병목 위기’ 선제 대응 나서야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AI 연산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는 글로벌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했다. 그러나 동시에 반도체 공급망은 지정학적 갈등, 보호무역주의 확대, 수요 변동성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받으며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KCIF)가 발표한 ‘AI 시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잠재 리스크 점검’ 보고서는 이 같은 변화 속에서 반도체 공급망 구조와 잠재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반도체는 단순한 산업재를 넘어 전기·전자, 자동차, 기계 등 다양한 산업의 핵심 투입재로 활용되는 만큼 공급망 안정성이 경제 전반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경제 안보 자산으로 평가된다.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는 AI 확산이 수요 확대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매출 증가율은 2025년 22.5%에서 2026년 26.3%로 확대될 전망이다. 고성능 컴퓨팅 수요 증가와 AI 서버 투자 확대가 반도체 산업 성장세를 이끄는 모습이다.

다만 AI 반도체 수요 확대는 반도체 가격 상승과 공급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칩 가격이 상승하면 스마트폰, 노트북, TV 등 소비자 전자 제품 제조 업체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수익성이 압박받을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전망에서는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요 둔화 영향으로 스마트폰과 노트북, 게임 콘솔 등 소비자 전자 제품 생산이 감소할 가능성도 제기 된다.

지역별 분업 구조 형성된 반도체 공급망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원자재, 중간재, 최종재 세 단계로 구성되며 단계마다 지역별 경쟁 구조가 다르게 나타난다. 원자재 단계에서는 고순도 실리콘, 갈륨, 게르마늄 등 핵심 소재를 중심으로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신흥 유럽1) 등 신흥국이 비교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 비용을 기반으로 향후 공급 확대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평가된다. 최근 반도체 산업에서 자원 확보 경쟁이 심화하면서 해당 국가의 전략적 중요성도 함께 높아지는 추세다.

중간재 단계에서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선진국과 동아시아 국가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웨이퍼와 소재, 장비 산업은 기술 축적과 숙련 인력, 협력 업체 네트워크가 중요한 분야로, 높은 진입 장벽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일부 신흥국이 비교 우위를 확보하더라도 기존 기술 선도국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최종재 단계에서는 전공정과 후공정 간 지역 분업 구조가 뚜렷하다. 반도체 설계와 웨이퍼 가공 등 전공정 분야는 대규모 설비투자와 고도의 품질 관리가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한국과 대만,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가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패키징과 조립 등 후공정 분야는 비교적 기술 장벽이 낮고 인건비 영향이 커 동남아시아 국가가 생산 및 수출 확대 여지를 보이고 있다.

AI 시대 반도체 공급망 변화 속에서 한국이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리스크 관리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공급망 집중 구조 속 병목 위험 확대

반도체 공급망의 또 다른 특징은 특정 단계에서 발생한 공급 차질이 전 산업으로 확산할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이다. 반도체 가치 사슬은 원자재, 중간재, 최종재로 이어지는 구조인데 단계가 뒤로 갈수록 소수 국가에 생산이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특히 완성 칩 생산 단계에서는 상위 5개국이 글로벌 수출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집중도를 보인다. 전공정 생산의 경우 중국과 대만,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가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또한 반도체 산업은 공장 건설과 장비 도입, 양산 가동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산업이다. 이런 긴 생산 리드타임2)은 공급 충격이 발생할 경우 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기업이 재고 확보 경쟁에 나서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고, 생산 차질이 전방 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과거 반도체 공급망 충격 사례에서도 이런 취약성이 확인됐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나 미국 텍사스주 한파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 등 사건은 반도체 생산 차질이 자동차와 전자 산업 등 연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고부가가치 분야 경쟁력 제고·안정적 공급망 확보 과제

AI 교역 확대는 향후 반도체 산업 성장의 중요한 변수로 평가된다. 특히 아시아는 2025년 상반기 글로벌 AI 수출 증가분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며 주요 수혜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반도체 수요가 확대되면서 중간재와 최종재 생산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흐름에서 한국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중간재와 최종재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대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투자 여건 개선과 인프라 확충, 금융 접근성 강화, 대체 공급처 확보 등 종합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반도체 생산에는 막대한 설비투자와 안정적인 전력·용수 공급이 요구되는 만큼 산업 인프라 확충도 중요한 과제다. 또한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특정지역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기술 경쟁을 넘어 공급망 안정성과 전략적 신뢰성을 둘러싼 경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선제적인 정책 대응이 향후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AI 시대 반도체 공급망 변화 속에서 한국이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리스크 관리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용어설명
  • 1신흥 유럽(Emerging Europe)

    주로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중동부 유럽 국가를 지칭한다. 빠른 경제성장과 시장 전환으로 주목받으며 외국인 투자가 활발한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 2리드타임(Lead Time)

    고객이 주문을 접수한 시점부터 최종적으로 제품을 받아 납품받기까지 걸리는 총소요 시간을 말한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칩 설계, 원자재 조달, 웨이퍼 생산, 패키징, 테스트 등 복잡한 공정으로 인해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