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가 발표한 연구 보고서 ‘외국 직접투자, 글로벌 가치 사슬 및 노동시장(Foreign Direct Investment, Global Value Chains and Labour Markets)’은 외국인직접투자(FDI)1)와 다국적기업(MNE)2)이 글로벌 고용 시장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다. 보고서는 글로벌 가치 사슬(GVC)의 확대 속에서 다국적기업이 단순한 투자 주체를 넘어 고용 창출, 산업구조 변화, 노동시장 재편의 핵심축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기업 단위 데이터와 ILO 노동 통계를 결합해 국가·산업별 직간접 고용 효과를 동시에 측정함으로써, 정밀한 글로벌 고용 영향 평가를 제시했다.
다국적기업, 1억 개 넘는 일자리 창출… 직접 고용은 절반도 안 돼
ILO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다국적기업의 해외 계열사는 전 세계적으로 약 1억2500만 개의 일자리를 지탱하고 있으며, 이는 2012년 대비 약 12% 증가한 규모다. 해당 수치는 글로벌 고용의 약 4.1%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고용의 ‘구조’다. 단순히 외국계 기업 내부에서 발생하는 직접 고용뿐 아니라, 공급망을 통해 파생하는 ‘간접 고용’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실제로 다국적기업의 고용 중 약 55.7%는 국내 기업의 간접 고용 형태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국적기업이 현지 경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생산 활동이 국내 산업 전반의 고용을 유발하는 ‘파급 효과’를 지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간접 고용은 농업, 서비스, 유통 등 다양한 부문에서 발생했다. 다국적기업의 수요가 국내 중간재 생산과 서비스 활동을 확대하는 구조로 작동한 것이다.
고용의 지리적 집중…글로벌 불균형 심화
다국적기업 고용은 지역적으로 강하게 집중되는 특징을 보인다. 유럽연합(EU), 북미, 동아시아 지역이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국을 제외하곤) 고소득 국가가 여전히 핵심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소득 국가는 다국적기업의 본사 역할과 투자 원천으로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있으며, 생산과 무역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저소득 및 일부 중소득 국가는 글로벌 가치 사슬에 부분적으로 편입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 및 부가가치 창출 측면에서는 제한적인 역할에 머무는 경향이 나타난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를 ‘비대칭적 통합’으로 명명했다. 즉, 일부 국가는 생산 기지로 기능하지만, 기술·서비스·고부가가치 활동은 여전히 선진국에 집중되는 구조다. 이로 인해 글로벌고용 기회 역시 지역 간 격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며, 특히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글로벌 경제에서 점점 더 기회가 줄어들고, 중심 국가와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그러나 제조업은 여전히 전략산업
산업구조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서비스업’ 중심 고용 확대다. 다국적기업이 창출한 고용 중 40~50% 이상이 서비스 부문에 집중되며, 금융·보험·무역·전문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영역이 핵심 고용 창출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의 중요성도 여전히 유지된다. 특히 중국과 일부 중소득 국가에서는 기계, 장비, 자동차 산업이 주요 고용 창출 부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제조업 관련 부문이 여전히 핵심 산업으로 남아 있으며, 지역별 산업구조에 따라 고용 효과가 크게 달라지는 ‘이질성’이 확인된다. 이러한 결과는 다국적기업 활동이 단일한 산업구조를 확산하기보다 각국의 기존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함을 보여준다. 즉, 고소득 국가는 서비스 중심 구조를 심화하고, 중소득 국가는 제조업 중심 구조를 유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투자 유형과 산업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고용 효과
ILO 보고서는 투자 유형과 산업 특성에 따라 고용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분석한다. 신규 설비투자(그린필드 투자)는 새로운 생산 시설을 구축하면서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져오는 반면, 인수합병(M&A) 같은 브라운필드 투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용 감소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다국적기업은 생산성 향상과 기술 확산을 통해 노동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러한 효과는 산업과 국가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난다. 일부 경우에는 생산성 향상이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만, 자동화나 구조조정이 병행될 경우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봤다.
공급망 중심 고용구조…다국적기업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
보고서는 다국적기업의 고용 효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급망을 포함한 전체 경제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국적기업의 생산 활동은 중간재 수요를 증가시키고, 이는 국내 기업의 생산 확대와 추가 고용 창출로 이어진다. 특히 투입·산출 분석(Input-Output Model)을 활용한 결과, 다국적기업이 창출하는 고용 상당 부분이 다단계 생산 구조를 통해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국적기업이 글로벌 경제에서 ‘보이지 않는 고용 창출자’로 기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ILO 보고서는 다국적기업이 글로벌 고용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동력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그 영향이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용은 특정 지역과 산업에 집중되고, 저소득 국가의 참여는 제한적이며, 투자 유형에 따라 고용 효과가 상반되게 나타난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투자 확대만으로는 양질의 고용을 보장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보고서는 향후 정책적으로 △다국적기업의 고용 효과에 대한 정밀한 분석 △국가·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투자 전략 △공급망 연계 효과를 고려한 고용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용어설명
- 1외국인직접투자(FDI)
외국인이 타국 기업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지속적인 경제 관계를 수립할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뜻하는 말. 이와 달리 외국인간접투자는 외국인이 단기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자본시장 등에서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 등을 매입하거나, 타국 기업에 자산을 빌려주는 등의 행위를 말한다.
- 2다국적기업(MNE)
세계 각지에 현지 법인을 두는 대기업으로, 전 세계에서 인력을 고용한다. 단순히 해외 지사가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은 아니고, 각국에서 현지 법률에 따른 법인격을 취득한 회사를 설립한 경우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