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책으로 읽는 경제 통상 AI 시대에 차이를 만드는 격 질문하고 미래 생각하는 리더 늘어나야
  • 김정아 작가
  • 다시, 초격차. 권오현ㅣ쌤앤파커스ㅣ2만2000원ㅣ280쪽ㅣ3월 3일 발행

    2018년 한국 산업계를 뒤흔든 책 ‘초격차’를 낸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이 ‘다시, 초격차’라는 책을 들고 돌아왔다. 초격차는 ‘후발 주자나 경쟁자가 감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술력, 품질, 생산성 등의 차이를 벌려놓은 상태’를 뜻한다. 인공지능(AI)이 전문가의 기술과 지식을 대체하게 된 지금 베스트 프랙티스를 잘 따라하기만 해도 경쟁력이 있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시대는 끝났다.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시대다. 초격차를 이뤄낸 삼성전자나 인텔 같은 과거의 1등 기업도, 흔들리고 압도적이었던 조직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을 정도로 불확실성은 거세고 변화의 속도는 가팔라졌다.

    저자는 어제의 1등 기업이 흔들리는 것을 목격하면서 ‘왜 어떤 기업은 몰락하고 어떤 기업은 살아남는지’ 더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전작 ‘초격차’에서 ‘어떻게 앞서갈 것인가’를 질문했다면, 이 책은 ‘왜 과거의 방식이 지금 환경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다양성이 경쟁력인 AI 시대, 순혈주의보다 혼혈주의가 답

    제도는 모든 조직의 주춧돌이다. 저자는 현재 한국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호의적이지 않은 기업 관련 제도와 순혈주의적 교육 환경 등이 한국에서 유니콘1)히든 챔피언2)이 나오기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수십 년간 정권마다 중소기업 육성책을 만들었다. 잘하는 중소기업 사이에서도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피터팬 증후군이 나타나고 대기업은 규제 때문에 국내 조달보다 차라리 해외 기업과 거래를 선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 한국 기업 경영자가 여전히 현재 업무에 매달리는 ‘전문 관리자’에 머물러 있다. 실수하면 질책하고 현재 성과로만 평가하는 제도와 문화의 산물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미래 인재 육성과는 거리가 먼, 질문보다 잘 따르기를 요구하는 교육제도 역시 문제다. 국가가 대학 운영을 관리하고 교수 투표로 자주 바뀌는 총장, 순혈주의, 폴리페서에 대한 용인 등이 모두 미래 인재 육성을 방해하는 교육 여건이라고 비판한다. 미국은 경제 규모가 세계 최대이면서도 한국보다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끊임없는 혁신이 이뤄지며 스타트업이 대기업으로 자란다. 한국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는 다양성이다. 또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 문화도 차이다. 이민정책에 대한 제언도 있다. 저임금 노동력을 끌어들인 유럽식 이민정책보다 미국처럼 기술력이 있는 인재를 유인하고 이들이 머물고 싶은 나라와 제도, 조직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퍼스트 무버가 어려운 건 기업가 정신의 퇴조 때문

    현재 한국 기업을 둘러싼 환경과 제도가 퍼스트 무버 전략을 어렵게 하고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신사업에 도전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 퇴조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외부 상황이 변할 때 리더십이 변화의 본질을 감지하고,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기업 운명이 갈리는 경우를 우리는 기업 역사에서 많이 목격했다. 디지털카메라를 처음 개발하고도 필름 사업에 집중한 코닥과 아이폰을 보고도 피처폰에 집착한 노키아,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도 모바일 시대와 AI로 전환에 늦어져 기술 경쟁에서 뒤진 인텔 등이 그 사례다. 저자는 ‘초격차’에서 소개한 리더가 갖춰야 할 내면의 덕목인 진솔함·겸손함·무사욕과 외면의 덕목인 통찰력·결단력·실행력·지속력을 다시 강조한다. 

    패스트 팔로어 시대와 달리 카피할 대상이 사라진 지금은 무엇을 할까를 정하는 통찰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효과적으로 지식과 경험을 쌓는 독서와 함께 본업 외 다양한 분야 사람을 만나서 얻은 생각을 곱씹어 보며 리더가 통찰력을 키워야 하는 시대라고 설명한다. 최근 한국 경영자가 신규 사업이나 해외 기술 기업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인 것이 결단력 부재 때문이라고 저자는 평가했다. 퍼스트 무버 시대에는 조금 부족해도 빠른 결단력이 중요하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같은 혁신가가 학업을 중단하고 창업한 이유도 타이밍의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훌륭한 경영자는 결국 질문하는 리더

    앞으로 리더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저자가 든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례는 인상적이다. 이건희 회장은 매출과 이익 보고는 받았지만, 구체적 경영 목표를 제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대신 ‘5~10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까’ ‘어떤 산업이 유망할까’ 같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거기에 대답하면 ‘왜 그렇게 보는지’ ‘뭘 준비해야 하는지’ ‘그 일을 할 사람은 어떻게 키울 건지’ 등 질문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당시 경영자는 늘 대답을 위해 공부하는 자세로 미래를 생각해야 했다는 것이다. 

    다시 초격차를 달성하려면, 질문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리더가 많아져야 한다는 결론이다. 또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획기적으로 다양성을 제고하는 제도와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저자는 현재 한국의 정치, 정부 부처, 기업, 노동계, 교육계 등 모든 영역이 집단이기주의에 갇혀 있어 미래를 위한 대화와 토의가 실종됐다고 비판한다. 정부는 미래를 위한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야 하며 대학은 순혈주의를 버리고 다양성을 기반으로 미래형 인재 육성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기업은 통찰력과 실행력을 갖춘 기업가 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는 저자의 제언에 귀 기울여 볼 만하다.


    용어설명
    • 1유니콘

      상상 속 동물인 유니콘처럼 희귀하다는 뜻으로, 주로 혁신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 가운데 기업 가치가 10억달러를 넘어선 스타트업을 말한다.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에일린 리가 2013년 처음 사용했다.

    • 2히든 챔피언

      특정 분야에서 세계적 역량을 갖춘 중소·중견기업.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정립한 개념으로 연 매출 50억유로 이하이면서 소속한 대륙 내 1위 혹은 세계시장 1~3위 기업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