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하 대법원)이 2월 20일(이하 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 조치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미국의 관세정책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美 IEEPA 관세 위법 판결 및 후속 관세 조치 동향’에 따르면, 대법원은 IEEPA가 대통령에게 수입을 ‘규제(regulate)’할 권한을 부여하지만, 이를 관세 부과 권한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관세 환급 여부나 집행 중단 등 구체적 구제 조치는 판단하지 않고, 향후 미국 국제무역법원(CIT)과 행정부의 후속 조치에 맡겼다.
IEEPA 관세 위법 판단의 법리와 한계
보고서에 따르면, 대법원은 IEEPA를 관세 권한의 근거로 확장 해석할 경우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및 ‘중대 질문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보았다. 특히 경제·정치적으로 중대한 사안을 행정부에 위임하려면 의회가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IEEPA 제정 이후 약 50년간 해당 법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선례가 없다는 역사적 관행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다만 소수 의견을 낸 보수 성향 대법관 세 명은 역사적·입법 맥락상 IEEPA에 근거한 대통령의 과세 권한을 인정하며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서는 법원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중대 질문 원칙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판결이 대통령의 향후 통상 권한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즉, 법원이 관세 자체를 위헌으로 본 것이 아니라 IEEPA라는 법적 근거 선택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美, 무역법 122조 등 대체 수단 활용
미 행정부는 판결 직후 IEEPA 관세 징수를 중단하는 한편,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10% 추가 관세를 발표했고 이후 15%로 상향했다. 무역법 122조 조치는 사전 조사 절차 없이 즉시 발동 가능하나, 원칙적으로 150일의 법정 기한이 있다. 이에 따라 미 행정부는 단기적으로는 무역법 122조를 활용하되, 중장기적으로는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등 법적 정당성이 축적된 수단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무역법 301조의 경우 외국의 차별적 행위에 대한 보복 조치로, 조사 개시부터 조치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으나 관세 범위와 수준 설계에 있어 재량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의 경우 품목별 관세로, 의약품·산업기계 등 조사 중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조치 발표 및 반도체 등 기존 232조 조치의 관세율 인상, 대상 품목 확대 등의 조정 가능성이 있다.
관세 환급, CIT 판단·CBP 지침에 달려
대법원은 관세 환급 문제를 직접 판단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환급 기준과 절차는 국제무역법원(CIT)의 후속 판단과 미 관세청(CBP)의 행정 지침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환급 권한이 수입자가 아닌 수입통관신고서상 ‘수입 신고자(IOR)’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산(liquidation) 전후 절차에 따라 환급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정산 전에는 사후정정신고(PSC)를 통한 비교적 간편한 환급이 가능하지만, 정산 후에는 법적 성격이 강한 이의 제기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사전 점검과 우선순위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향후 CIT가 보편적 재정산 명령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제도 운용 방향에 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금융시장 반응과 주요국 관세 변동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은 대법원 판결을 선반영한 상태에서 제한적으로 반응했다. 판결 당일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7%, 0.9% 상승했고, 달러 가치는 소폭 약세를 보였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096%로, 2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IEEPA 소송 결과와 무역법122조 15% 관세 도입에 따라 주요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도 조정됐다. 브라질·캐나다·멕시코·중국 등은 기존 IEEPA 관세 대비 인하 효과가 발생한 반면, 영국·호주·싱가포르·러시아 등은 인상 효과가 나타났다. 한국·일본·EU·대만은 15% 수준으로 제시됐다.
한국 영향은 제한적이나 추가 조치 가능성 상존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자동차·철강 등이 IEEPA 관세가 아닌 품목 관세 대상에 해당해 이번 판결의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만큼 추가 강경 조치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