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최근 “향후 10년 이내 달에 도시를 건설하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했다. 그는 특히 화성까지는 약 6개월이 걸리지만, 달까지는 단 이틀이면 도달할 수 있다며, 대규모 화물을 운송하고 과학 연구와 우주 제조를 위한 기지를 구축할 것이라는 구상을 밝혔다.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한 우주 기반 제조 공장, 나아가 희토류 등 전략자원 개발까지 염두에 둔 청사진이다. 달을 미래 산업과 에너지 안보의 전초기지로 바라보는 시각이 점차 구체화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정부의 전략적 사고는 특정 기업에 대한 독점적 의존을 경계한다는 데 있다. 발사 서비스나 위성 인터넷 같은 핵심 인프라를 특정 기업이 장악할 경우, 단기 효율성과는 별개로 국가 차원의 협상력과 정책 자율성이 제약될 수 있다는 경험적 인식이 작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페이스X가 기술적으로 앞서 있더라도,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 같은 대안적 사업자의 성장을 유도하는 것은 비용 절감과 혁신 촉진이라는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전략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경쟁 구도가 유지될 때 정부는 더 나은 조건으로 더 많은 성과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계획)1)은 1972년 이후 중단된 유인 달 탐사(아폴로 계획)를 재개하고, 장차 화성으로 나가기 위한 전략적 교두보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장기 우주 정책 구상이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제도적 기초는 ‘미국항공우주국 수권법 2010(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Authorization Act of 2010)’에 있다. 이 법은 ‘지구 저궤도를 넘어선 영구적 인간 활동의 확장’을 명시적 목표로 규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형 발사체와 유인 캡슐 개발을 요구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유인 캡슐인 오리온(Orion)과 초대형 로켓 우주 발사 시스템(SLS·Space Launch System)이다. 2014년 시험 단계의 오리온이 무인 비행을 수행했고, 2022년 SLS에 실린 오리온이 달 주위를 돌고 귀환한 것이 아르테미스Ⅰ임무로, 해당 임무는 유인 비행을 위한 안전 데이터 확보라는 중대 이정표를 남겼다. 다음 단계는 2026년 이후로 예정된 아르테미스 Ⅱ다. 4명의 승무원이 탑승해 달 근접 비행을 수행할 예정으로, 실질적 유인 달 탐사의 전(前) 단계라 볼 수 있다. 이어 2028년 이후로 계획된 아르테미스 Ⅲ는 유인 달 착륙을 목표하고 있다.
오리온 캡슐은 달 궤도 운송을 담당하지만, 직접 착륙 기능은 없다. 따라서 달 표면 활동을 위해서는 별도의 인간 착륙 시스템(HLS·Human Landing System)이 필요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 부분에서 전통적인 정부 주도 방식 대신 상업 서비스 조달 모델을 채택했다. NASA는 2021년 스페이스X를 HLS 제공자로 선정했고, 2023년에는 블루 오리진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기술 중복성과 경쟁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고, 비용 효율성을 확보하려는 정책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미국 의회는 2026년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약 78억달러(약 11조2750억원)라는 막대한 예산을 배정해 우주개발을 국가 전략 사업으로 키우려고 한다. 또 ‘미국항공우주국 수권법 2017’ 및 ‘미국항공우주국 수권법 2022’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장기 화성 탐사를 준비하기 위한 제도적 틀로 보고 ‘달에서 화성으로 프로그램 사무국(Moon to Mars Office)’ 설치를 지시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우주개발을 둘러싼 논쟁도 적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우주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와 산업구조 재편을 수반하는 국가 전략이라는 사실이다. 달 표면을 다시 밟는 행위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향후 심(深)우주 질서를 설계하기 위한 제도적·기술적 실험에 가깝다. 결국 아르테미스는 ‘리턴 투 문(Return to Moon)’을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화성을 향한 준비 과정이자, 공공과 민간이 결합하는 새로운 우주 정책 모델의 시험대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달을 둘러싼 경쟁은 기업 간에 머물지 않는다. 민간 기업 사이의 기술, 비용 경쟁과 병행해 국가 간 경쟁 역시 뚜렷하다. 미국과 중국은 달 탐사 및 장기 거점 구축을 둘러싸고 전략적 우위를 다투고 있으며, 그 양상은 점차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대결 구도로 심화하고 있다.
2025년 11월 중국 국가우주국(CNSA)은 ‘상업 우주항공 고품질 안전 발전 추진을 위한 행동계획(2025~2027년)2)’을 발표하고, 민간 우주산업을 국가 우주 발전 전략의 핵심 축으로 편입하겠다고 전했다. 단순 산업 육성을 넘어, 상업 부문을 국가 우주 체계 전반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효율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계획은 2027년까지 △산업 생태계 간 협업 체계의 정착 △연구개발과 생산의 안전·표준화된 운영 △산업 규모의 실질적 확대 △혁신 역량의 강화 △자원 활용 체계의 고도화 △관리·감독 역량 제고 등을 주요 목표로 제시한다. 기술·산업·제도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적 구조 개편을 통해 상업 우주·항공을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부문으로 재정립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민간 기업의 ‘주도적 혁신’을 전면에 내세운다. 과학기술 혁신과 산업 혁신의 융합을 촉진하고, 선도 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적극 지원해 시장 기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국가 연구 프로젝트와 민간 우주 연구 프로그램을 상업 기업에 폭넓게 개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상업 우주산업을 민간 영역으로만 두지 않고, 국가 주도의 기술 자립·안보 전략과 긴밀히 연계하겠다는 정책적 메시지로 읽힌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우주를 미래 성장 산업이자 전략 자산으로 규정하고, 민간의 역동성과 국가의 조직력을 결합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장기적 포석이다.
2026년 아르테미스 Ⅱ 임무에 한국 기업의 반도체를 탑재한 한국의 큐브 위성이 함께 발사된다. 이는 한국이 심우주 소형 위성 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향후 유인 우주탐사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실증하는 중대 기로가 될 것이다. 이처럼 우주를 둘러싼 경쟁이 기업과 국가 간 동시 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단편적 참여를 넘어 장기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발사체, 위성, 반도체 등 개별 기술 역량을 넘어, 민관 협력 구조를 제도화하고 안정적 재원과 규범적 기반을 갖춘 ‘한국형 문 투 마스(Moon to Mars) 전략3)’을 구축할 때 비로소 우주개발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용어설명
- 1 아르테미스
프로그램(계획) NASA가 주도하고,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우방국이 참여하는 국제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1970년대 아폴로 계획 이후 약 50년 만에 인류를 다시 달로 보내는 걸 목표로 한다. 일회성 방문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달 궤도 정거장과 월면 기지를 건설, 지속 가능한 심우주 체류 환경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인류 사상 첫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인의 달 착륙을 추진한다. 향후 화성 유인 탐사를 준비하는 ‘문 투 마스(Moon to Mars)’ 전략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 2상업 우주항공 고품질 안전 발전 추진을 위한 행동계획 (2025~2027년)
CNSA가 발표한 3개년 산업 육성 로드맵. 2025~2027년 중국 민간 우주산업의 기술 혁신과 표준화, 안전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 지침을 담고 있다. 단순한 양적 팽창을 넘어 발사체와 위성 제조 고도화, 시장 진입 규제 완화, 전 주기 안전 공정 강화를 통해‘우주 강국(航天強國)’으로 도약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의지를 반영했다.
- 3한국형 문 투 마스(Moon to Mars) 전략
2032년 달 착륙과 2045년 화성 탐사를 목표로 하는 한국의 우주탐사 로드맵. 차세대 발사체 (KSLV-Ⅲ) 개발과 심우주탐사 기술확보를 통해 자생적인 우주 경제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우주항공청(KASA)이 주도하며, NASA와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우주 영토를 심우주로 확장하고, 글로벌 우주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장기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