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통상 트렌드 KIEP 보고서 ‘BRICS 확장에 따른 경제 블록화 가능성과 한국의 정책 방향 연구’
BRICS+ 확대, 글로벌 사우스 중심 질서 부상…韓, 맞춤형 협력 필요

2024년 브릭스(BRICS)가 BRICS+로 확장되며 글로벌 사우스 국가 주도의 글로벌 질서 구축 가능성이 커졌다. 브릭스는 2000년대 전후 빠른 경제성장을 거듭해 온 브라질(Brazil)·러시아(Russia)·인도(India)·중국(China) 등 4개국(BRIC)에서 출발했다. 2009년 첫 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상설 기구화됐고,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합류했다. 이어 2024년 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이란·에티오피아의 신규 가입을 승인했다.

2025년에는 인도네시아가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BRICS+는 10개국 체제로 확대됐다. BRICS+는 2023년 기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8.1%, 세계 인구의 48.7%를 차지한다. 최근 BRICS+가 주요 7개국(G7) 등 서구 중심 경제협력과 브레턴우즈 체제1) 금융 질서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미·중 경쟁 본격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다자주의 약화 등 복합위기 속에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는 위험을 분산하고 실리를 확보하기 위한 외교·경제 전략을 강화해 왔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미 견제 전략의 일환으로BRICS+를 활용한다는 시각이 있지만, 다른 회원국의 참여까지 이를 하나의 구도로 단순화하기는 어렵다. BRICS+는 개발도상국에 불공정하다고 인식되는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개혁과 함께 각국의 전략적·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는 협의체 성격도 강하다.

회원국의 동기는 다양하다. 이란은 경제적 고립을 우회할 통로를, 이집트·에티오피아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의존을 줄이면서 금융 지원을 받을 기회를 기대한다. UAE는 서구 중심 체제에서의 소외감을 완화하고 글로벌 위상을 제고할 플랫폼으로 BRICS+를 활용한다. 또한 BRICS+는 IMF에서 개발도상국 대표성 확대, 유엔 개혁, 기후변화·보건·기아·빈곤 등 공동 과제 협력을 의제로 확대했고, 2025년 리우 정상회의에서는 사회적 질병 퇴치 파트너십, 기후 재정 선언, 포용적이고 공정한 글로벌 인공지능(AI) 거버넌스 구축도 강조했다.

원자재 영향력 확대·中 편중된 제조업·디지털 결제망 추진

원자재 분야에서 BRICS+는 에너지·핵심광물·곡물 등에서 영향력이 큰 국가로 구성돼 있으며, 회원국 간 원자재 교역이 늘어나는 흐름이 확인된다. G7과 원자재 교역 비율은 낮아 복합위기 상황에서 BRICS+와 G7이 연대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드는 흐름을 시사한다. 비회원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대BRICS+원자재 교역 증가도 BRICS+의 대외 영향력 확대와 맞물린다. 제조업에서는 중국 비중이 압도적이며 BRICS+ 제조업 수출 83%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한다. 인도와 UAE가 뒤를 잇지만 격차가 크고, BRICS 신산업혁명파트너십(PartNIR)2), BRICS 경제 파트너십 전략, BRICS 산업장관회의 등 제조업 협력도 중국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2013~2023년 전기·전자기기, 기계류,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에서 중간재 중심 수출 비중은 높아졌으나 자본재 수출 비중은 정체돼 있다.

투자 측면에서 BRICS+로 유입은 2024년 전 세계 투자액의 21.9%인 3306억달러로 나타났고, 다자 협력은 신개발은행(NDB)3), 위기대응기금(CRA)4), 비즈니스 위원회, 포럼, PartNIR 같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다만 BRICS+ 내부 양자 투자는 대G7 투자에 비해 규모가 작고 분야도 제한적이며, 국부 펀드 중심 정책금융 투자도 장기 수익을 위해 미국·영국 등 G7에 대한 비중이 큰 흐름이 함께 나타난다.

금융 협력은 달러 중심 결제 구조의 취약성과 주요 다자 금융기관에서 낮은 발언권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현지 통화 결제 확대, CRA, NDB 개발금융, 디지털 결제망 구축,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개발·상용화 추진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미국의 견제 강화, 스테이블코인5) 등장, CRA 리스크 관리, NDB 의결권 효율화, BRICS 페이, BRICS 브리지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 회원국 간 탈달러화 입장 차이 같은 과제도 함께 제기된다.

韓, 국가별·분야별 협력 확대와 기반 구축 필요

한국은 BRICS+를 단일한 협력 대상으로 보기보다 회원국별 특성과 이해관계를 고려한 소다자·양자 협력을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회원국은 정치·외교적 입장과 경제구조가 상이해 일괄적 협력 방식보다는 국가별 맞춤형 접근이 요구된다. 협력 분야로는 기후변화 대응, 보건, 개발 협력 등 글로벌 사우스 공통 의제에서의 공동 대응이 언급된다.

BRICS+가 이러한 의제를 주요 협력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다자 협력 틀 안에서 참여 여지를 넓힐 수 있다. 에너지·핵심광물·곡물 등 원자재 분야에서는 회원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통해 중장기적 안정성을 높이는 접근이 중요하다. 협력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인력·디지털 기반을 중심으로 한 협력 네트워크 구축도 필요하다. 제도적 협의 채널을 마련하고 인적 교류와 역량 강화 협력을 병행하며, 디지털 기반 협력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BRICS+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경제협력의 폭을 넓히고, 변화하는 다극 질서 속에서 경제적 선택지를 확장할 수 있다.


용어설명
  • 1 브레턴우즈 체제

    1944년 7월 세계 44개국 대표가 모여 전후의 국제통화 질서 공조를 제도화한 것으로,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제도 실시가 핵심이다. 금 1온스를 35달러로 고정하고, 그외 다른 나라 통화는 달러에 고정시켰다.

  • 2BRICS 신산업혁명파트너십(PartNIR)

    2018년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도입된 협력 이니셔티브로, 브릭스 국가 간 신산업혁명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 3신개발은행(NDB)

    브릭스 5개국이 2015년 공식 출범한 다자개발은행. 개발도상국과 신흥 시장 국가의 인프라 및 지속 가능한 발전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한다.

  • 4위기대응기금(CRA)

    2012년 인도에서 열린 브릭스 회담에서 논의된 공동 기금. 회원국에 금융 혹은 외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유동성을 지원해주며, ‘미니IMF’로 불린다.

  • 5스테이블코인(Stablecoins)

    암호화페의 일종으로, 법정화폐 같은 준비자산에 가격을 고정하여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와 달리 가격 안정성을 제공해 금융 거래, 송금, 리스크 관리에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