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역사로 보는 통상 관세 이야기 해적이 징수하던 통행료가 ‘tariff’(관세)가 된 배경은
  • 김용태 법학박사 법무법인 린 관세통상팀장
  • 2025년 4월 9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대규모 무역 적자를 이유로 모든 수입품에 대해 기본 10% 관세를 부과하고, 일부 국가에는 추가 관세를 붙여 합계 25% 수준의 ‘상호 관세’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2025년 7월 31일 합의로 상호 관세 15%를 적용받지만, 지난 2월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 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발 관세 통상 정책의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경제적 국익 보호를 내세워 통상 정책으로 사용하는 관세(關稅)는 영어로 ‘customs duty’ 또는 ‘tariff’다. 독일어로는 ‘zoll’이라고 쓴다. customs duty의 어원적 의미는 영국에서 상품을 수출입할 때 세관(customs)에 지불해야 할 세금(duties)이다. customs duty의 어원은 중세 관습법에서 국가 재정법을 거쳐 현대 국제통상법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발전을 보여준다.

    custom에 담긴 국경의 오랜 관행

    custom의 어원은 고대 프랑스어 costume(또는 custume)과 라틴어 consuetudo에서 유래했다. 본래 뜻은 관습, 반복된 관행, 관례 등이다. 중세 항구와 시장에서 custom은 반복적으로 징수되던 통행·항만세가 관습법적 권리로 정착했다. ‘오랫동안 반복되어 정당화된 국경 관행’을 의미한다. custom은 그 의미가 발전해 물품을 들여오려고 할 때 습관처럼 드나드는 ‘세관’으로 뜻이 바뀌었다. duty의 어원은 고대 프랑스어 deu와 라틴어 debere에서 유래했다. 14세기 후반 중세 시대에 duete로 바뀌면서 ‘세금이나 도덕적 의무와 같이 의무적이거나 도덕적으로 옳은 것’을 뜻하게 됐다. 어원적 개념을 조합하면 customs duty는 ‘관습적으로 확립된 국경 부과에 대한 법적 의무’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customs duty는 관습(consuetudo)에서 출발한 국경 부과가 법적 채무(debitum)로 전환된 개념이다. 관세를 ‘주권적 행위’가 아니라 ‘법적 의무’로 파악하는 영어권 관세 개념의 특징을 보여준다. 지금 시대의 국제통상법 개념에서 보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또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상 customs duty는 국제법적으로 허용·제한되는 국경 부담을 나타낸다.

    관세는 언어 관용에 따라 ‘권한·의무·규범’이라는 서로 다른 측면으로 분해되어 발전해 왔다.

    타리파 항구와 해적 통행료

    tariff의 어원적 의미는 ‘정보’ ‘통지’ ‘지불해야 할 목록’의 뜻을 가진 아랍어 ta’rif가 가격표를 뜻하는 중세 라틴어 tarifa로 사용되다가 같은 의미인 이탈리아어 tarffa의 과정을 거쳐 1590년대 영어에서 ‘계산표 및 수출입 품목에 대한 관세 목록’의 뜻으로 사용됐다. 직접적 어원인 이탈리아어 tariffa의 의미는 ‘가격표’ ‘요금표’ ‘관세율표’를 의미한다. 중세 이탈리아 상업도시(제노바·베네치아)에서 항만·통관 시 적용되는 요금 목록을 뜻한다. 그리고 궁극적 어원인 아랍어 ta’rif는 ‘알리다’ ‘공표하다’ ‘정의·목록화하다’를 뜻한다. 법·상업적 의미에서 그 본질은 ‘부과 행위’보다는 ‘공표된 요율 체계’에 있다.

    현재 관세의 의미로 사용되는 tariff의 어원은 스페인 최남단 항구도시 타리파(Tarifa·원래는 섬이었으나 지금은 육지와 연결되어 유럽의 땅끝마을로 불림)란 지명에서 유래한다. 타리파가 관세를 뜻하게 된 연원은 무슬림의 이베리아반도 정복의 역사와 지중해의 무어인 해적과 관련이 깊다. 스페인의 대서양 진출로 지중해에 힘의 공백이 생기자 이를 틈타 타리파섬을 점령했던 이슬람 해적은 이곳을 근거지로 좁은 지브롤터(Gibralter)해협을 통과하는 무역선으로부터 통행료를 강제로 징수했다. 이후 해적이 징수하던 이 통행료가 관행으로 굳어져 타리파 항구에서 내는 세금이라는 의미로 tariff가 관세를 뜻하게 됐다.

    국경 이동에 부여되는 현대적 조세

    zoll의 어원적 개념은 그리스어로 ‘목적’ ‘끝’ ‘최종 지불’을 뜻하는 tèlos와 라틴어로 ‘조세’를 뜻하는 teloneum에서 기원한다. 중세 독일어권에서 zoll은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도로·교량·항만·시장 사용의 대가로 그 의미가 확장됐다. zoll의 어원적 핵심 의미는 ‘공적 권한에 의해 통과·거래를 조건으로 부과되는 부담금’을 뜻한다. zoll은 영어 toll과 같은 뜻인 통행세의 의미도 있다. 현재 고속도로의 통행료 징수세를 뜻하는 영어 톨게이트(toll-gate)의 toll과의 관계를 보면 영어 toll 역시 같은 라틴어teloneum 계열에서 나왔고, ‘관문·통로에서의 강제적 부과금’이라는 개념을 공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zoll의 개념은 국경을 넘는 일정한 상품 이동(수입·수출·통과)에 대해 부과하는 조세(租稅)로 이용된다.

    권한·의무·규범에 깃든 관세의 본질

    관세의 어원적 의미에 비추어 보면, customs duty, tariff, zoll은 같은 뜻으로 사용되지만, 각 어휘의 뉘앙스가 다르다. 그 의미에서 zoll은 권한·주권에, customs duty는 의무·법적 부담에, tariff는 공시·규범에 각각 방점이 있어 보인다. 그런 연유에서 국제 통상을 규율하는 GATT·WTO 규범 체계에서 각 어휘의 기능도 분리돼 사용되고 있다. 관세 그 자체는 customs duty로, 관세의 상한 및 약속은 tariff binding schedule로, 관세율표는 tariff schedule로 표현된다. 요약해 보면 zoll은 관세의 ‘주권적 기원’을, customs duty는 ‘법적 부담성’을, tariff는 ‘규범적·공시적 구조’를 각각 분리하여 개념화한 역사적 산물이다. 관세율표 해석과 연결해서 보면 customs duty는 금전적 결과이고 tariff는 그 적용 기준을 뜻한다. 즉 customs duty는 tariff 해석의 결과로 발생하는 채무에 불과하다. 관세는 하나의 제도지만, 언어 관용에 따라 ‘권한(zoll)·의무(duty)·규범(tariff)’이라는 서로 다른 측면으로 분해되어 발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