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희토류·흑연 등 핵심광물의 해외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고,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여력도 적어 업스트림(탐사 및 생산) 공급망 경쟁력 구조가 취약하다. 이런 한계를 보완할 현실적인 대안으로 ‘도시 광산’이 주목받고 있다. 도시 광산은 폐기물 속 귀금속과 비철금속을 회수하는 산업으로, 폐제품에 내장된 금속을 회수해 다시 산업 원료로 공급하는 개념이다. 순환 경제 체계에 이바지할 뿐 아니라 국가 핵심광물 공급망을 강화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평가된다. 도시 광산은 1980년대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최근에는 일반 전자 폐기물뿐 아니라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과 슬러지까지 포함되며, 회수 대상도 희토류 등 희소금속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 공정 스크랩과 생활계 전기·전자 제품, 자동차 등 다양한 폐기물에 도시 광산 자원이 축적돼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 확산과 소형 가전제품 보급 증가로 전자 폐기물 발생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도시 광산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총폐기물 발생량은 약 1억7600만t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생활계 폐기물 약 2000만t, 사업장 폐기물 약 8000만t 수준으로, 도시 광산 자원은 주로 산업용 슬러지와 전기·전자 제품에 포함돼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재자원화 시장이 2040년까지 연평균 글로벌 11.3%, 한국 9.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며, 핵심광물 도시 광산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통 금속 80%, 희소금속 0%대…재자원화의 극명한 격차
우리나라 폐기물 재활용 체계는 비교적 구조화돼 있으며, 알루미늄과 구리 등 전통적인 도시 광산 금속의 재자원화율은 80%를 상회한다. 이들 금속은 현재 기술로 무한 재활용이 가능하고, 재활용된 물질 역시 신규 채굴 광물과 동일한 고순도를 유지한다는 특징이 있다. 또 회수 경로가 명확하고 시장 가격도 높아 재자원화가 경제적으로 성립되는 구조다.
반면 희토류를 비롯한 희소금속 재자원화율은 0%대에 머물러 있다. 그 원인으로는 중국의 대규모 공급 확대에 따른 광물 가격 하락, 인구 규모 대비 적은 전자 폐기물 발생량, 재자원화 기술 장벽, 전자담배 등 일부 소형 전자 제품에 대한 회수 체계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엔훈련연구기관(UNITAR) 자료에 따르면, 국가별 전자 폐기물 발생량은 중국 1200만t, 미국 720만t, 한국 93만t으로 원료 확보 측면에서도 구조적 한계가 있다. 국내 재자원화 기업 대부분이 영세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재자원화 기업 211개 사 중 약 80%가 종업원 20인 미만의 소규모 업체로, 고도화된 희소금속 재자원화 기술에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기술적 한계와 경제성 부족, 인프라 미비가 동시에 작용하며 희소금속 재자원화는 사실상 산업화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도시 광산은 국내에서 활용 가능한‘제2의 광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
광물 맞춤형 클러스터 조성, 원료 확보 기반 확대 필요
핵심광물 재자원화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광물 특성에 맞춘 재자원화 클러스터 조성이 필요하다. 미국은 마운틴패스 희토류 광산 인근에 재자원화 공정을 조성했으며, 중국은 국영기업 중심으로 광물별 특화 클러스터를 구축해 재자원화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산둥성 량산에는 네오디뮴-철-붕소(NdFeB) 자석 재활용 업체가 밀집해 있고, 장시성에는 텅스텐, 희토류, 리튬 중심의 재활용 산업이 형성돼 있다.
이 같은 사례는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광물별 특성을 반영한 집적화 전략이 재자원화의 경제성과 기술 발전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역시 시장성 높은 광물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광물 맞춤형 재자원화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재자원화 물질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인센티브 장치가 요구된다. 차액 계약 제도나 가격 상·하한제를 통해 재활용 자원 가격을 일정 수준 보장할 경우, 재자원화 기업의 안정적인 시장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이는 낮은 경제성으로 인해 재자원화가 이뤄지지 않는 광종(鑛種) 산업화를 촉진하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원료 확보 기반과 모니터링 체계 개선도 병행돼야
재자원화 원료 확보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 폐PCB(인쇄 회로 기판), 폐가전 등 재자원화 원료에 대한 기본 관세를 인하할 경우 국내 재자원화 기업의 원료 조달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 동시에 소형 전자 제품에 대한 회수 체계를 고도화하고, 국내 회수 경로를 다변화함으로써 원료 확보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현재의 통계 체계는 수집량 대비 재자원화량 비율만을 제공하고 있어, 산업 현장에서 전체 광물 수요 대비 재자원화 기여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산업 수요량과 회수 가능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핵심광물 재자원화 기업을 별도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업스트림 공급망 안보 수준을 더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핵심광물 재자원화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광물별 특성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특정 광물을 중심으로 기업과 기술, 인프라를 한곳에 모으는 재자원화 클러스터를 조성하면 기술 축적과 규모의 경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도시 광산은 핵심광물 공급망을 국내에서 보완할 수 있는 전략산업이다. 희소금속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도시 광산은 국내에서 활용 가능한 ‘제2의 광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산업 생태계 조성을 통해 도시 광산의 잠재력을 현실화한다면, 핵심광물 확보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