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통상 트렌드 KIEP 보고서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 주요 성과와 전망’ 대통령 글로벌 사우스 순방…공급망·미래 산업 연대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1월 18일(현지시각)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글로벌 사우스1) 국가 간 연대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영국·일본·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 7개국(G7)과 중국, 러시아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협력을 다변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동·아프리카 국가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11월 17~25일 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남아공·튀르키예 등 중동·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했다. 이번 순방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 협력을 확대하고, 에너지·공급망·미래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특히 중동과 아프리카를 단순한 자원·시장 협력 대상이 아닌, 글로벌 질서 형성과 다자 협력의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고 협력의 외연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G20서 공급망·기후 의제 제시…글로벌 사우스 연대 강화

순방의 출발점이 된 남아공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정부는 자유무역질서 유지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 기후 위기 대응, 개발 격차 해소 등 주요 글로벌 현안에 대한 한국 입장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경제성장과 회복을 지원하는 데 있어 한국이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가교 국가로서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국제사회와 연대를 강화했다. 남아공과 정상회담에서는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과 에너지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이자 핵심광물 보유국으로, 한국과 자동차·광물 분야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와 그린 수소, 전력 인프라 분야 협력 가능성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남아공을 아프리카 대륙 전반으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AI·인프라·방산 중심 협력 확대

UAE는 국가 발전 전략인 ‘센테니얼 2071’2)을 통해 인공지능(AI), 우주, 바이오 등 첨단 산업을 육성하고 에너지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양국은 AI, 원전, 우주 분야 협력을 포함한 다수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에너지·AI·방산을 연계한 대형 협력 프로젝트 발굴에 합의했다. 이는 기존 에너지 중심 협력을 미래 산업 파트너십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집트에서는 산업 현대화와 경제구조 전환을 지원하는 협력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이집트는 아프리카 내 두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국가로, 제조업과 인프라 분야에서 한 국과 협력 경험을 축적해 왔다. 이번 방문을 통해 교통, 플랜트, 스마트시티, 재생에너지 등 인프라 협력과 함께 ICT, AI,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확대됐다. 공적개발원조(ODA)와 민관 협력을 연계한 중장기 협력 모델 구축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튀르키예는 지정학적 요충지이자 유망 신흥시장으로, 방산, 에너지, 첨단 과학 기술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 수요가 많다. 양국은 방산 기술협력과 공동 개발 가능성을 논의했으며, 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분야 협력도 병행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한·튀르키예 경제공동위원회 재개에 합의하며 중단됐던 제도적 협력 채널을 복원한 점은 향후 협력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성과다.

협력 제도화와 후속 이행은 향후 과제

이번 순방은 단기적 외교 이벤트나 개별 프로젝트 발굴을 넘어, 중동·아프리카 국가와 협력을 구조화하고 제도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상회담과 고위급 협의에서 논의된 과제 상당수는 중장기 프로젝트 성격이 강하다. 원전, 신재생에너지, 그린 수소, 핵심광물, 방산 협력 등은 단기간 성과를 내기보다 제도적 기반과 신뢰 구축을 전제로, 단계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 간 협의체를 정례화하고, 경제공동위원회나 산업협력위원회 등 기존 협력 채널을 활용해 과제를 지속적으로 점검·관리하는 체계가 요구된다.

민관 협력과 금융 지원 뒷받침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정부 주도의 외교 성과가 기업 투자와 수출 확대로 이어지려면 정책 금융 지원과 리스크 관리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금융·보증 지원, ODA와 민간 투자 연계, 현지 제도·규제·시장 정보 제공이 병행될 때 사업화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별 맞춤형 협력 전략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중동은 에너지 전환과 첨단산업 육성 수요가 큰 반면, 아프리카는 인프라 구축과 산업 기반 강화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에서 일률적 접근에 한계가 있다. 분야별·국가별 수요를 반영한 패키지형 협력이 축적될 경우, 중동·아프리카는 한국의 수출·투자 다변화를 이끄는 핵심 협력 지역으로 부상할 수 있다.


용어설명
  • 1글로벌 사우스

    비서구권·개발도상국 또는 제삼세계 국가를 통칭하는 용어로, 북반구 저위도와 남반구에 있는 아시아·중남미·중동·아프리카의 신흥 개발도상국을 가리킨다.

  • 2센테니얼 2071

    UAE 정부가 2017년 발표한 비전으로 건국 100년을 맞는 2071년까지 세계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한다는 내용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2025년 11월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은 센테니얼 2071 비전 이행의 핵심 파트너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