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글로벌 인사이트 브루킹스연구소 보고서│복합 위기의 시대 2026년, 주목할 글로벌 거버넌스 新다자주의 모색하고 노동시장·기술 변화 관리 필요

2025년에 이어 2026년에도 세계에는 사실상 세계 정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국가가 부재한 가운데 국제 질서는 본질적으로 무정부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러한 환경에서 전쟁을 방지하고 협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주권 국가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이를 준수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글로벌 체제는 강대국과 중소국이 공존하는 불균형 구조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제도 설계 과정에서 힘의 역학과 규범 사이에서 항상 긴장이 발생한다. 강대국은 자국 영향력과 특권을 보장받기를 원하고, 중소국은 규칙 기반 질서를 통해 강대국을 제어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글로벌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가 기능하기 위해서는 강대국이 참여할 유인이 있어야 하며, 동시에 공유된 원칙과 규범을 통해 그들의 행위를 일정 수준 제약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국제 협력 방식에서 주목받는 개념인 미니래터럴리즘(minilateralism)1)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실용적 접근이다. 이는 광범위한 다자주의가 아니라 ‘영향력 있는 소수 국가가 중심이 돼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미니래터럴리즘은 신속성과 민첩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용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포용성과 정당성 문제를 동반한다. 역사적으로 국제 거버넌스는 세계 권력 구조 변화와 함께 진화해 왔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다극 체제 속에서 국제연맹이 등장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양극 체제가 구축되면서 유엔(UN)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체제가 형성됐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단극 질서 아래 세계무역기구(WTO)와 주요 20개국(G20)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인도 같은 거대 신흥국 등이 얽힌 불균형적 다극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경제·기술·안보 영역에서 분절화가 심화하면서 글로벌 협력 체계는 다시 조정기를 맞고 있다. 향후 국제 질서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여러 경로가 열려 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양대 블록으로 세계가 분할되는 디커플링(탈동조화·decoupling), 핵심 분야만 선별적으로 차단하는 디리스킹(derisking)2) 그리고 공동 책임과 차등 원칙에 기반한 원 월드(one world) 시나리오 등 서로 다른 경로가 병존하고 있다. 협력이 아닌 대결 구도가 강화될 경우 지정학적 충돌 가능성은 커지고 국제 공공재 공급 체계는 약화할 수 있다. 반대로 협력을 위한 제도적 조정이 이뤄질 경우 기후, 보건, 금융 안정, 공급망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동 대응이 가능해진다.

효과적인 글로벌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미니래터럴리즘과 보편주의의 결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를 위해 유엔 안보리의 비토 구조조정, G20의 안보 의제 확대, 경제력과 지역 대표성을 고려한 새로운 투표 체계 도입 등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동시에 강대국 행위를 규제할 규범적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 국제 질서 변화는 각국의 국내 경제·노동시장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에 브루킹스연구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 연구를 진행해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다음 두 가지의 실천 항목이 각국에 요구된다. 첫째, 다자주의 재구상이다. 전통적 다자주의 체계는 오늘날의 경제 및 정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국제무역, 글로벌 금융 안정성, 인공지능(AI)과 신(新)기술, 기후변화 대응 같은 분야에서 기존의 다자 협력 구조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둘째, 노동시장과 기술 변화 관리가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기술혁신은 노동시장과 소득분배에 영향을 줬으며, 특히 AI가 노동에 미치는 장기적 의미에 대해 브루킹스연구소는 관심을 둬왔다. 이는 향후 정책적 대응 방향을 설정하는 데 핵심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기술 변화는 노동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과거의 열광적 낙관에서 현재의 광범위한 불확실성으로 전환됐다. 자동화와 AI는 루틴 작업을 대체해 중간 수준 기술 수요를 줄였고, 고급 기술(인지·전문·관리) 수요를 높여 임금 불평등을 키웠다. 미국에서 1980~2016년 소득 불평등의 50~70%가 자동화에 기인했다. 이 변화는 임금과 생산성 분리, 노동 소득 비중 하락을 초래했다. 기술은 노동에서 자본으로 소득 이동을 가속하며, 자본 소유 불평등으로 전체 불평등을 증폭한다. 기업 지배력 강화(monopsony·수요 독점)는 노동자 교섭력을 약화했다. 향후 AI는 그간 인간이 수행해 왔던 고급 작업도 위협하고 있어 인간 직무 단위에서의 대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AI가 인간 전체 고용을 붕괴시키는 상황까지 도달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평등 확대 우려가 크다. AI 노동의 진화에 따른 정책 대응으로 교육·훈련 강화(평생 학습, 기업 파트너십), 노동시장 제도 개선(최저임금·단체교섭), 경쟁 정책 개편(독점 억제)이 필요하다. 주주 자본주의 전환, 소규모 기업 지원으로 디지털 경제를 확대해야 한다. 불평등 감소와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는 ‘선분배(predistribution)’ 접근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선분배는 시장 소득(세전·이전 소득)이 형성되는 사전 단계에서 불평등을 예방하는 정책 접근으로, 복지 제도를 통한 전통적 재분배보다 우선시된다. 지금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오늘날 많은 도전 과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무역과 금융을 규율하는 규칙 마련에서부터 기후변화 대응 그리고 위험을 관리하면서 변혁적 신기술의 이익을 활용하는 데 이르기까지, 국제 협력은 필수적이다.


용어설명
  • 1미니래터럴리즘

    다수 국가가 모인 다자 기구(UN 등)보다 ‘공동 이해관계를 가진 소수 국가’로 협의체를 구성해 이슈를 신속히 대응하는 전략. 미니래터럴리즘은 신속성과 민첩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용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포용성과 정당성 문제를 동반한다.

  • 2디리스킹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려는 접근으로, 완전한 단절(디커플링)보다 압박 강도가 약하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로 인해 향후 발생할 리스크 문제를 관리하거나 감소시키자는 의도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