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딜로이트그룹은 매년 글로벌 경제를 전망하기 위해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Fortune)’과 공동으로 최고경영자(CEO) 설문 조사를 진행한다. ‘2026년 딜로이트 글로벌 경제 산업 전망’ 설문조사에는 21개 이상 산업을 대표하는 149명의 글로벌 CEO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 한국 CEO는 80명이었다. 나머지 응답자 중 71%는 미국 CEO였다. 조사는 2025년 10월 진행됐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CEO는 사업 안정성과 성장 회복에 대한 낙관론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상반기 대비 낙관 전망은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비관 전망은 크게 줄었다. 이는 지난해 보였던 글로벌 경제에 대한 신중한 기조와는 뚜렷하게 대비되는 변화다.
글로벌 경제, 비관론↓ 낙관론↑
이번 조사에서 글로벌 경제에 대한 비관론은 58%에서 32%(이하 2025년 4월 조사 대비)로 뚜렷하게 감소했다. 반대로 낙관론은 14%에서 28%로 두 배로 늘었다. ‘향후 12개월 동안 글로벌 경제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지’에 대한 응답이었다. CEO는 주식 시장 강세, 인공지능(AI) 중심 기업의 고성장, 고가 소비 확대 등을 주목하며 글로벌 경제 낙관론을 내비쳤다.
CEO는 자신의 산업과 기업 실적에 대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낙관론을 보였다. 기업 실적에 대한 낙관론은 60%에서 71%로, 산업에 대한 낙관론은 32%에서 47%로 상승했다. 디지털전환1), AI·자동화 투자 증가, 친환경, 탄소 중립 등 구조적 트렌드가 산업 낙관론을 견인했다. 한국 CEO는 글로벌 CEO보다 전반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낙관론을 보이며, 자사와 영위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기회로 인식하고, 수출·공급망 기반의 성장 여지를 높게 보고 있었다. 기술혁신, 생산성 향상,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에 대한 높은 성장 기대 등이 낙관론의 기반이 됐다. 한국 CEO는 글로벌 CEO보다 아·태 지역을 더 안정적이고 기회가 많은 시장으로 인식했다. 지정학적 갈등, 규제 환경의 변화 그리고 경제·산업 전반에 걸친 불확실성은 여전히 CEO의 주요 우려 요인으로 남아 있다.
이번 조사에서 CEO는 사이버 공격,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불안 등 기업 운영에 즉각적 차질을 초래할 수 있는 요소를 가장 큰 단기 리스크로 지목했다. 장기 리스크로는 지속 가능성 요구, 공급망 붕괴, 금융 불안정 등을 꼽았다. 글로벌 CEO는 공급망 회복력 강화와 비용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현재 변화하는 경제정책과 통상 환경을 고려할 때, 향후 12개월 동안 비용 절감을 실행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응답은 ‘반드시 실행할 것이다’가 42%, ‘실행할 가능성이 크다’가 38%에 달했다. ‘실행하지 않을 것이다’는 응답은 16%, ‘실행할 가능성이 없다’는 응답은 4%에 그쳤다. 한국 CEO는 단기적으로 운영 효율화와 고객 관리 최적화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도입과 유통망 효율화를 통해 조직 전반의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R&D·마케팅·IT·보안에 AI 도입 속도
CEO는 기업 핵심 프로세스에 AI 영향이 확대할 것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조사 결과, AI 도입은 일단 즉각적인 성과 창출이 가능한 분야를 우선순위로 추진하고 있었다. AI 도입이 빠른 영역은 연구개발(R&D), 마케팅, 정보기술(IT), 사이버 보안이었다. 즉시적 성과가 크고 기술 수용성이 높은 부문이다. 느린 영역은 법무, 리스크,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준법 감시), HR(인적자원), 재무 영역이다. 규제·윤리·정확성 요건이 높은 부문이다. 설문에 답한 CEO 네 명 중 한 명은 AI가 기업 장기적 비전과 전략 방향성까지 설계할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있었다. 반면 인수·합병(M&A) 추진, 파트너십 구축, 리스크 관리, 회복 탄력성 확보 같은 전략 업무에서는 AI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CEO는 AI 영향력을 평가할 때 여러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은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성(84%), 직원의 AI 활용 수준(64%) 등을 핵심 성과 지표로 추적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EO 약 3분의 1은 매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AI 도입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동시에, 이들은 AI 활용과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를 위한 기준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었다. CEO 69%는 명확한 AI 사용 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56%는 윤리적 AI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CEO는 인재 전략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AI 중요성이 더 커지는 미래 비즈니스 환경에서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에, 대부분 CEO는 민첩성, 호기심, 지속적인 학습 등 인간 중심 역량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역량이 경쟁력이 됐고, 변화 대응 역량(adaptability)이 필수 조건으로 부상했다. ‘특정 기술을 아는 사람’보다 ‘기술 변화에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사람’이 중요해졌다. 조직도 학습하는 조직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AI도입의 성패는 직원 개개인의 학습 속도와 조직의 재학습(re-skilling)체계가 좌우한다.
용어설명
- 1디지털 전환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기존의 전통적인 운영 방식과 서비스를 혁신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