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전 세계의 산업 구도를 뒤흔들고 자본시장을 좌우한 가장 큰 키워드를 하나 꼽는다면, 인공지능(AI) 혁명일 것이다. AI는 앞으로 인류의 생존 양식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AI가 가져올 변화를 가속할 기술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양자 컴퓨팅’이다. ‘퀀텀 스테이크’는 양자물리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기술 안내서는 아니다. 이 책은 향후 양자컴퓨팅이 가져올 경제적 가치와 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양자 컴퓨팅 관련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지침서다. 저자인 안유석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현재 정보기술(IT) 솔루션 회사인 처음 소프트 대표다.
양자 컴퓨팅 상용화 관건은 큐비트의 잡음과 불균일성 해결
저자는 현재 단계에서는 양자 컴퓨팅의 기본 연산 단위인 큐비트 자체가 가진 불안정으로 인해 안정적인 큐비트를 구현하기 힘들다고 소개했다. 연산 능력이 엄청남에도 오류가 불가피해 현재 기술로는 큐비트1)의 노이즈와 불균일성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아무리 빨라도 오답이 나오면 속도는 의미가 없어진다. 고전 컴퓨터보다 우월한 연산 능력으로 ‘양자 우위’를 입증한 사례도 고도로 통제된 환경에서 특정한 이론 수학 문제로 실용적 가치와는 무관하다. 그래서 현재의 양자 기술은 보통 NISQ(Noisy Intermediate-Scale Quantum·노이즈가 있는 중규모 양자) 시대라고 통칭된다. 즉 관건은 양자 컴퓨팅에서 이 오류를 정정하는 기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양자 오류 정정2) 기술이 실현돼 양자 컴퓨터가 신뢰할 만한 문제 해결을 해내는 단계는 FTQC(Fault Tolerent Quantum Computing·오류 허용 양자 컴퓨팅)로 불린다. 즉 과학과 산업 분야에서 양자가 실질적인 이점, 즉 양자 이점(Quantum Advantage)을 제공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 먼저 도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모든 양자 컴퓨팅 기술의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FTQC 단계에 들어서면 과학기술은 물론이고 양자 컴퓨팅 경제·산업적 파급효과는 엄청나게 커진다. 저자는 헬스케어와 생명과학을 양자 컴퓨팅이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분야로 꼽고 있다. 양자 컴퓨터는 양자역학 원리를 활용해 분자구조와 움직임, 다른 분자와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기후변화와 재료과학 분야에서는 양자 시뮬레이션으로 더 효율적인 배터리와 태양전지를 개발할 수 있으며 금융·물류 에너지 분야에서도 일반 컴퓨터로 불가능한 최적화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자 컴퓨팅에 대한 투자는 인류의 능력이 근본적으로 향상되는 미래에 대한 투자다. 이 투자의 잠재적 보상은 개인 자산을 넘어 문명 전체로 확장될 것
시장 규모 10년 내 2조달러로 성장
저자가 인용한 맥킨지 등 컨설팅 회사와 양자 기술 업계 추산에 따르면, 양자 컴퓨팅 기술은 2035년까지 최소 4500억달러에서 최대 2조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전망이다. IBM과 구글이 이끄는 ‘초전도 큐비트’ 기술은 특정 물질을 -273℃에 가까운 극저온으로 냉각하면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을 이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초전도 회로를 원자처럼 설계해 큐비트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 방식의 최대 장점은 수십 나노초, 즉 10억분의 1초 단위의 빠른 연산 속도다. 기존 반도체 공정과 유사한 기술로 큐비트 수를 늘려 시스템을 확장하기도 유리하다. 그러나 양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시간이 짧고 초전도 상태를 위한 고가의 극저온 냉각장치가 필수여서 운용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 또 다른 주류 기술은 아이온큐와 컨티뉴엄 같은 기업이 대표하는 ‘이온 트랩 큐비트’ 기술이다. 이온 트랩 기술3)은 전하를 띤 원자인 이온을 진공 상태에 가둔 후 레이저로 제어해 큐비트로 활용한다. 이온의 물리적 특성을 활용해 큐비트를 만들 때 발생하는 불균일성 문제를 해소한다. 계산 명령의 정확한 이행도를 나타내는 게이트 충실도가 99.9%로 현존 기술 가운데 가장 높다. 그러나 연산 속도가 초전도 큐비트 방식보다 느리고 시스템 규모를 확장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사이퀀텀과 재너두가 주도하는 포토닉스 기반의 큐비트 기술은 광자를 이용한다. 이 방식은 주변 환경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아 양자 정보를 안정적으로 오래 유지한다. 거대한 냉각장치 없이 상온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점도 탁월한 장점이다. 디웨이브퀀텀의 ‘양자 어닐링’ 기술은 초전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하되 에너지의 최저 상태를 찾아가는 양자 어닐링 방식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최적화와 샘플링 문제 해결에 최상의 효율성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 중인 위상학적 큐비트 기술은 연산 오류를 사후에 해결하는 다른 기술과 달리, 정보를 개별 큐비트 대신 전체 위상학적 속성에 저장해 오류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는다. 궁극의 기술이 될 수 있지만 아직 이론 단계에 있다. 구현에 필요한 준입자를 만드는 것 자체가 현대물리학의 어려운 과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양자 컴퓨팅에 인류의 계산 능력을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고 극심한 기술적 불확실성을 동반할 것으로 예상했다. 어떤 기술이 양자 컴퓨터의 상용화가 가능한 FTQC 단계를 실현하는 기술이 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이와 함께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양자 이점이 명확하게 증명되는지와 양자 오류 정정 기술이 실현되고 논리 큐비트가 탄생하는지, 기술적 진보와 함께 시장 성숙도도 함께 주시할 것을 주문했다. 앞으로 10년 정도는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 NISQ로 여겨지지만 기술 경쟁이 치열한 만큼 FTQC 단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 저자는 지금 단계에서도 학술적 성과가 실제 경제 가치 창출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자 컴퓨팅에 대한 투자는 인류의 능력이 근본적으로 향상되는 미래에 대한 투자이며 이 투자의 잠재적 보상은 개인 자산을 넘어 문명 전체로 확장된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용어설명
- 1큐비트
양자 컴퓨터의 기본 단위를 말한다. 0과 1 중 하나만 선택하는 고전 비트와 달리 큐비트는 중첩을 통해 두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어 연산 속도가 비약적으로 빠르다. 거리와 상관없이 상태가 연결되는 얽힘 현상으로 병렬처리 능력을 극대화한다.
- 2양자 오류 정정
양자 컴퓨터 상용화의 핵심인 FTQC를 위해서는 결맞음 깨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큐비트는 관측 시 중첩이 깨져 직접 복사나 검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여러 물리적 큐비트를 묶거나, 정보를 직접 읽지 않고 오류만 찾아내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 3이온 트랩 기술
전자기장을 이용해 원자에서 전자를 떼어낸 이온을 공중에 띄워 고정하는 기술. 레이저로 이온 상태를 정밀 제어하여 큐비트로 활용한다. 연산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대규모 확장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