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통상의 세계 돋보기 특별기고 강경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 한국 수출의 희망, 소비재
  • 강경성 코트라 사장
  • 2025년은 어느 때보다 한류(韓流)의 힘이 뜨거웠다. 전 세계를 휩쓸었던 여파가 아직 남아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일시적 바람이 아니었다. 국제 무대에서 빛났던 영화 ‘기생충’, 세계적 유행이 됐던 ‘오징어게임’, 2024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 년간 한국만의 서사와 특색을 담은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는 일이 많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태동한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등 서구권까지 광범위하게 확산하면서 세계인의 일상에 깊이 뿌리내렸고, ‘한국적인 것’의 매력이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K-팝, K-드라마 등 콘텐츠가 가진 감성적 매력과 보편적 공감의 힘이 한국의 영향력을 꾸준히 넓히며 문화 강국으로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한류에 힘입어 K-소비재도 2025년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으며, 5대 유망 소비재는 464억달러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K-푸드가 124억달러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고, K-뷰티는 114억달러로 12.3% 늘었다. ‘케데헌’에 등장한 라면은 2025년 최초로 13억달러 수출을 넘어서며 한류의 경제효과를 입증했다. 지난 몇 년간 빠르게 성장해 온 농수산물, 화장품, 의약품 등 K-소비재 주요 품목은 ‘2025년 20대 수출 품목’에 당당히 진입하며 주력 수출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화장품과 농수산물 수출액에서 2024년 기준 중소·중견기업 비중이 83.7%, 82.9%에 달해, 수출의 질적·구조적 개선의 의미도 크다. 이처럼 소비재 수출은 최근 도약기를 맞으며, 수출 품목과 주체 다변화의 주역이 되고 있다. 2025년 수출에서 5대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대인 6.5%에 달하고 조만간 10%대로 커질 전망이다.

    +韓 5대 유망 소비재 수출 추이

    단위: 억달러, % | 자료_코트라

    소비재 성과의 비결은 시장 다변화

    이러한 성과의 비결은 무엇보다 시장 다변화에 있다. 수출 시장 집중도 여부를 진단하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HI)에 따르면, 소비재의 시장 다변화 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중국으로 소비재 수출 비중은 2022년 23%에서 2024년 15%로 낮아진 한편 북미, 동남아, 중동, 중앙아시아 등으로의 수출은 지속 높아졌다. 특히 화장품의 수출 시장 다변화가 가장 두드러졌다. 2024년 기준 상위 20대 수출국 중 중국,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로 수출이 증가했고, 주력 시장인 미국과 일본으로 수출은 각각 53.8%, 28.1% 늘었다. 특히 2024년에 이어 2025년(9월 기준)에도 K-뷰티가 미국에서 2년 연속 수입 화장품 점유율 선두를 차지하며 독보적 성과를 거뒀다. K-뷰티는 MZ 세대(1981~2010년생)가 열광하는 동영상 플랫폼과 소셜미디어(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 중이라, 앞으로 성장이 더 기대된다.

    2025년 12월12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선웨이 피라미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쿠알라룸푸르 한류박람회(KBEE 2025 KL)’ 현장. 코트라

    K-소비재 수출 확대를 위한 전략과 성공 사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은 한류의 위상을 한 차원 높이는 데 기여했다. 한국에 대한 문화적 호감이 전성기를 맞고 있는 지금, K-소비재는 새로운 도약기를 맞으며 한국 수출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K-소비재 붐은 타 산업의 인지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한국이 문화 강국을 지향하는 데 소비재가 첨병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이유다. K-소비재 수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현지화를 통한 시장 적응력 강화다. 예컨대 K-푸드 경쟁력이 한국적 정체성에 있지만, 세계시장에서 성공은 현지 수용성에 달려 있다. 재료의 식감, 맛의 강도, 비건·할랄 인증 여부 등은 각 지역의 식습관과 종교, 규제 환경에 따라 세밀하게 조정돼야 한다. 또 제품 포장 디자인, 보관법, 유통 환경도 현지 물류 인프라와 소비 행태를 고려해야 한다. 이 같은 시장 맞춤형 재창조 수준의 세분화 전략은 K-문화가 현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실제로 ‘한류 대박’만 믿고 현지 진출을 시도했다가 시장조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다. 한류 인기와 비즈니스 기회는 별개의 것임을 인지하고, 현지화에 필수인 회계·법률·인증 등 절차부터 로컬 시장의 특성과 소비자 취향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파악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기반의 감성 마케팅이 효과적이다. 한류 확산은 전통적 광고가 아닌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형 소비’에 기반했다. K-푸드, K-뷰티 같은 소비재 역시 체험형·참여형 콘텐츠를 통해 인지도와 친밀도를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전통적 마케팅이 제공하지 못한 감정적 연결을 통해 문화적 매력을 경제 성과로 전환하는 핵심 통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가 2025년 11월 개최한 뉴욕 ‘한류박람회’에서도 한류 스타 공연과 팬미팅을 접목한 O2O(Online to Offline) 옴니채널 마케팅을 펼쳐 성과를 거둔 기업이 많았다. 현지의 온·오프라인 유통망과 연계하고, 현지인에게 영향력 높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한국 상품에 대한 체험형 마케팅을 진행하는 식으로 한류와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셋째, 산업 간 융합이다. 글로벌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차원을 넘어, 그 제품이 담아내는 ‘경험’, 즉 문화적 맥락 전체를 소비한다. 이는 K-소비재가 한류 콘텐츠와 결합할 때 가장 강력한 이유다. K-팝 공연장에서 굿즈와 화장품이 함께 판매되고, 드라마 속 음식이 K-푸드 수요로 이어지며, 여행 프로그램에 등장한 장소가 관광 상품이 되는 현상은 이미 일상이 됐다. 이런 연계 구조는 개별 산업의 홍보를 넘어 K-문화에 대한 긍정적 브랜드 이미지를 갖게 한다. 특히 식품·뷰티·패션·관광 등은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분야로, 세계시장에서 하나의 문화적 가치사슬로 묶여 있다. 예컨대 K-푸드의 건강한 이미지, 기초에 강한 K-뷰티의 스킨케어 기술, 한국의 전통적 휴식·여백 문화, 한복의 정서적 미감을 결합해 새로운 경험 기반의 소비재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융합형 접근은 단일 제품보다 강력하게 한국 자체에 대한 브랜드 프리미엄을 형성할 수 있다. 한류 콘텐츠가 형성한 호감이 다양한 K-소비재 경험에서 신뢰로 발전하며, 문화와 산업이 선순환하는 ‘문화 기반 산업 경제’ 구조가 단단해지는 과정이다.

    ‘2025 뉴욕 한류박람회’에서 K-소비재 제품 전시·체험 및 상담회를 위한 다양한 부스가 운영되고 있다. 코트라

    K-소비재 수출 확대를 위한 정부·유관 기관 노력

    K-소비재가 한국 수출의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함에 따라, 정부와 유관 기관은 더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2025년 12월 범부처가 공동 발표한 ‘K-소비재 수출 확대 방안’은 △시장 다변화 △수출 경쟁력 강화 △규제·인증 부담 완화 △디지털·물류 인프라 확충을 중심축으로 다양한 실천 과제를 제시했다. 한류로 인한 일시적 주가 상승이 아닌, 소비재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구조적·지속적으로 성장할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뒀다. 

    ‘2025 뉴욕 한류박람회’에서 K-소비재 제품 전시·체험 및 상담회를 위한 다양한 부스가 운영되고 있다. 코트라

    ① 해외 마케팅 및 전시 지원 강화 정부와 코트라는 다양한 국내외 플랫폼을 활용해 한류를 접목한 K-소비재 기업의 글로벌 접점을 넓히고 있다. 코트라가 2010년부터 26회째 개최해 온 한류박람회가 대표적이다. 공연, 팬미팅, 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한 통합 마케팅 플랫폼으로, 기존 연 1~2회 개최하던 것을 2025년 연 4회로 확대 개최하며 직접적인 수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국내외에서 개최하는 주요 소비재 전시회에 한국관 부스를 구성하고, 개별 혹은 단체로 참가하는 기업의 바이어 매칭, 통역, 홍보물 제작 등을 지원한다. 한국 소비재·서비스 수출 대전이나 브랜드 엑스포, 국가별로 진행하는 소비재 팝업스토어가 이에 해당한다.

    ② 수출 붐업 코리아 및 글로벌 유통망 진출 지원 소비재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안정적인 판로 확보다. 코트라는 국내 최대 규모 수출 전시 상담회인 ‘수출 붐업 코리아 위크’를 통해 기업과 바이어를 연결하고 수출 계약과 진출, 해외 유통망 진입 등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 또 코트라는 85개국 131개 무역관을 활용해 1무역관 1유통망 협력 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미국 아마존, 중국 타오바오, 태국 라자다 등 주요 글로벌 플랫폼뿐 아니라 현지 대형 마트 같은 로컬 유통망에도 맞춤형으로 입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울러 국내의 대·중소 소비재 유통망 자체를 수출하는 사업도 추진 중으로, K-유통 서비스의 글로벌화와 한류의 지속 성장을 위한 민간 인프라를 구축해 중소·중견기업의 판로 확대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③ K-소비재 전용 물류 및 역직구 지원 전자상거래가 발달하면서 중소기업의 새로운 수출 방식으로 주목받는 역직구 수출에 대한 지원도 활발해지고 있다. 역직구 무역 방식은 국내 판매자나 중소기업이 글로벌 소비자에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2024년 대비 2025년에 수출 규모가 20%가량 늘었다. 코트라는 2025년 DHL코리아, 우정사업본부(우체국) 등과 물류 관련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최대 77%에 달하는 물류비용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는 ‘수출 물류 협업 네트워크’ 구축의 일환이다. 코트라는 2025년 5월 물류지원실을 신설하고 중소기업의 수출 활동과 연계된 운송·인증·자유무역협정(FTA)·관세·풀필먼트 등 수출 물류 전 과정을 지원하는 단계별 협업 지원 체계를 강화해 왔다. 80개국 124개 무역관을 통해 302개의 해외공동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며, 수출 물류 바우처 및 8개 전문물류 기업·기관과 협업해 할인 및 물류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특히 2025년 말부터 소비재 물류 애로를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해 주요 소비재 물류 중심 10개 무역관을 ’K-소비재 물류 지원 데스크‘로 지정했다. 데스크에서는 소비재 제품의 수입 통관 컨설팅 및 대행, 역직구 과정에서 현지 재고 보관 후 적기 발송이나 반품 처리를 지원하고, 소량 다품종 특성을 반영해 항공운송 특화 물류사 이용을 포함한 B2C 물류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④ 해외 인증·규제 대응 체계 구축 소비재 수출에서 가장 큰 애로 사항이자 정책 지원 요구 사항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해외 인증이다. 개별 중소기업이 국가별로 상이한 인증과 규제 정보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고, 인증 비용도 많기 때문이다. 코트라는 수시로 기준이 변하는 국가별·제품별 인증과 라벨링 등에서 발생하는 애로 해소를 지원하기 위해 주요 무역관 내에 소비재 인증 지원 데스크를 설치한다. 동남아·글로벌 사우스 등 신흥국무역관 중심으로 소비재 관련 국가별 최신 인증 정보 동향 조사 및 애로 해소를 지원할 계획이다.

    K-소비재, 한국 수출의 새로운 핵심 축

    K-소비재 수출 확대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한류만의 소프트파워는 전통적인 제조 중심의 한국 수출 포트폴리오에 소비재를 새롭게 추가하며 더 탄탄한 수출구조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세계시장에서 ‘한국적인 것’에 대한 신뢰와 선호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K-소비재의 성장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도 크다. 소비재 산업은 시장 맞춤형 현지화, 디지털 기반 마케팅, 견고한 유통·인증·물류 인프라 지원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수출 5강, 수출 1조달러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주력 품목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