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IE(The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트럼프 정부가 2025년 4월 2일(이하 현지시각)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에서 공식 발표한 일명 ‘해방의 날(Liberation Day)’1) 관세가 미국과 세계 상품 교역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해방의 날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조치를 미국의 경제적 독립 선언으로 규정하면서 거의 모든 대외 수입품에 일률적인 10%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여기에 국가별로 상호적(recipient)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형태로 설계됐다. 이 관세는 2025년 4월 5일부터 기본 관세가 발효됐고, 2025년 4월 9일부터는 주요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더 높은 상호관세율이 적용되는 내용이 포함된 계획이었다. 이 정책은 과거 미국이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다자간 통상 질서를 구축해 온 관행을 크게 벗어난 조치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관세율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美, 관세 조치 이후 수입은 늘고 수출은 줄었다
PIIE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고율 관세 조치와 관련된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수입 확대와 수출 감소를 동시에 불러왔다. 미국 내 수입업자는 2025년 관세 시행 이전에 대규모로 상품을 들여오며 사전 수입이 확대되었고, 그 결과 2025년 상반기 총수입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특히 기계류, 광학기기, 가공식품 등 해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2025년 4~7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수입 증가세를 유지했다. 반면, 이 기간 대부분 품목군의 수출은 감소했는데, 이는 관세 부과 이후 중간재·부품 조달 비용이 상승하면서 수출용 생산이 둔화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HTS(미국 통합 관세표)기준 수송 장비(HS 86~89) 수입은 고율 관세 영향을 크게 받으며 다른 품목군과 대비되는 흐름을 보였다. 수송 장비는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고율 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으며 2025년 4~7월 실질 수입이 전년 대비 19.6% 감소해 전체 품목군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품목별로 관세 민감도가 크게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입 억제 효과는 제한적, 수출엔 큰 부담
다수 품목에서 관세 수입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 물량 감소와 연계성은 전반적으로 제한적이었다. PIIE는 관세정책의 전통적 수입 억제 기능이 크게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한편, 관세 수입증가율이 높을수록 수출 감소 폭도 확대되는 경향이 확인됐는데, 이는 미국 제조업의 중간재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구조적 특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관세 수입 증가와 수입 물량 감소 간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양자 간 연계성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관세 부담이 확대됐음에도 상당수 품목에서 수입 증가세가 지속된 것이다. 다만 수송 장비와 일부 공산품에서는 관세 인상과 함께 수입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 품목별로는 일정 수준의 연계성이 확인됐다. PIIE는 이를 근거로 고율 관세의 전통적 수입 억제 기능이 제한적이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관세 증가와 수출 변화 간에는 음(-)의 상관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관세로 인해 수출 생산 과정에서 투입되는 중간재·부품의 조달 비용이 상승하면서 2025년 4~7월 미국의 수출량이 전년 대비 축소 됐다. 특히 관세 수입 증가율이 높을수록 수출 감소 폭도 커지는 경향이 확인됐는데, 이는 미국 제조업이 수입 중간재에 크게 의존하는 특성이 반영됐다. PIIE는 이러한 관세정책이 글로벌 가치 사슬(GVC)2) 전반의 비용을 끌어올려 미국 교역 구조에 중장기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발 관세 부과가 한·미 교역에 미친 영향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과 보호무역 강화가 2025년 이후 세계 교역과 한국 경제에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는 2025년과 2026년 세계 성장률이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면서, 미국발 관세 충격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교역량이 기준선 대비 추가로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IMF는 주요국 간 상호 관세 인상이 지속되는 시나리오에서, 향후 3년 동안 세계 산출이 기준선 대비 약 0.3% 줄어들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연 0.4%포인트가량 높아질 수 있다는 모형 분석을 제시한다. WTO 역시 2025년 세계 상품 교역량이 소폭 감소하는 데 그치더라도, 미국의 상호 관세 재가동과 통상 갈등 격화 시 감소 폭이 기준선 대비 약 1.5%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한국은행은 2025년 8월 28일 ‘미국 관세정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의 신규 관세 조치와 통상 불확실성 확대를 반영한 대체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트럼프 정부의 공격적 관세정책이 2025년과 2026년 한국 성장률을 각각 0.45%포인트, 0.6%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고율 관세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무역·금융·불확실성 등 세 가지로 나누어 추정하면서, 수출 둔화와 글로벌 위험 회피 심화, 투자·소비 심리 위축이 동시에 작동할 가능성을 강조했다. 특히 철강·자동차·기계 등 미국향 비중이 큰 업종에서 수익성 악화와 수출량 조정이 불가피하며, 미국 물가와 금리 경로에도 영향을 줘 국내 금융 여건 개선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 1해방의 날 (Liberation Day)
미국 해방의 날은 2025년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경제정책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겠다고 선언하며 선포한 날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서 벗어나 제조업과 일자리를 되찾겠다는 메시지를 담았으며,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정책의 상징적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 2글로벌 가치 사슬(GVC)
생산이 국제적으로 분업화함에 따라 한 상품에 내재하는 부가가치 역시 사슬처럼 국제적으로 얽혀 있다는 뜻이다. 두 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는 생산 네트워크로, 각 단계의 부가가치가 서로 다른 국가에서 창출되는 국제분업 구조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