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글로벌 트렌드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 포용적 녹색 전환, ‘성장·일자리’ 함께 잡으려

글로벌 경제는 지정학적 다변화와 기술 전환, 공급망 교란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의 무역·성장·발전 구조를 흔들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자본 비용 상승으로 금융 환경이 달라졌고, 일부 국가에서는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다자 협력의 약화, 글로벌 그린 파이낸스(Green Finance)1) 흐름의 제약, 국가별 재정 압박은 기후 행동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주요 리스크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24~2025년 전 세계 110여 개국 기업 임원 1만1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경영진 인식 조사(EOS)’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약 80%는 “자국 경제가 장기적으로는 탈탄소화의 수혜를 볼 것”이라고 답했다. ‘녹색 전환’이 자국 경제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국가별·소득수준별로는 온도 차를 보였다. 녹색 전환에 대한 낙관론은 고소득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나타났으며, 소득수준이 낮아질수록 기대 수준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 위기 대응이 성공하려면 정책 결정자와 기업은 새로운 글로벌 환경에 맞게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 이미 실행의 중반부에 접어든 녹색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다만,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개별 국가의 경쟁력 약화를 방지하고 사회·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사람과 경제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지지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 규제 불확실성, 금융 접근성 순으로 부담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비용이다. 세계경제포럼(WEF)자체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응답 기업 37%는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을, 36%는 ‘규제 불확실성과 준수 부담’을 녹색 전환 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고금리·부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전 세계 기업 3분의 1가량이 ‘전환 투자 수익 회수 속도’와 ‘금융 접근성 제약’을 큰 걸림돌로 지목했다.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는 49%가 “투자 여력과 녹색 금융 접근성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녹색 전환 과정이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키울 것이란 우려도 크다. 전 세계 기업 51%는 “녹색 전환으로 인해 국가의 주요 산업 중 최소 한 곳은 소비자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80%는 “기업 간 그린 파이낸스 접근성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응답했고, 68%는 기술·노하우에 대한 불평등한 접근을, 33%는 일자리 상실을, 66%는 상품·서비스 접근성 악화를 중요한 ‘경제적 형평성 리스크’로 지목했다.

사회 안전망 튼튼한 국가가 ‘녹색 전환 충격’ 적어

녹색 전환은 일자리 구조를 크게 뒤흔들 수 있다. 기후 완화·적응 정책과 에너지 전환의 결합 효과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1440만 개의 일자리가 재편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960만 개는 새로 생기지만 240만 개는 사라져, 전환기 노동자 보호와 직업 재교육·재배치가 필수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같은 충격이라도 사회 안전망의 두께에 따라 체감 피해는 달라진다. 실업급여·연금 등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진 국가일수록 기업이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 대량 해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낮았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경쟁력 약화 우려 역시 사회 보호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나, 사회 안전망이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린 디벨로퍼’부터 ‘프런티어 경제’까지…국가 유형별 과제 달라

소득과 산업구조, 에너지 의존도 등 기준에 따라 전 세계 국가를 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고도로 산업화되고 기술력이 높은 ‘그린 디벨로퍼’, 고소득 서비스 경제인 ‘포용적 그린 어댑터’, 산업화·도시화가 빠른 ‘성장 경제’, 기존 중후장대 산업 비중이 큰 ‘이머징 그린 어댑터’,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화석연료 수출국’, 농업 비중이 높은 저소득 ‘프런티어 경제’ 등이다. 이들 그룹은 공통적으로 녹색 전환의 경제적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세부 고민은 다르다. 포용적 그린어댑터와 이머징 그린 어댑터는 에너지·원자재 가격과 규제 복잡성을, 성장 경제와 프런티어 경제는 금융·기술 접근성과 소비자 부담을, 화석연료 수출국은 투자 회수 기간과 기술 인력 부족을 가장 큰 리스크로 본다. 결국 녹색 전환은 ‘보편적 과제’이면서도 각국의 발전 단계와 복지·산업 정책에 따라 해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기후 전략, 이해관계자 전체를 보는 시각 필요

기업은 녹색 전환의 핵심 실행 주체다. 2025년 기준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2)를 검증 받은 기업이 8700곳을 넘었고, 이들이 책임지는 배출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30%에 달한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기후 전략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회복력과 평판, 주주가치까지 훼손할 수 있다. 반대로 노동자·지역사회·공급망 기업의 삶의 질을 함께 개선하는 전환 전략은 신규 시장 개척과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된다. 

기업은 기후 전략을 짤때 △현재 사업이 노동자·공급망·지역사회에 미치는 사회·경제적 영향을 계량적으로 파악하고(맥락 이해) △탄소 중립 목표를 세울 때 ‘일자리의 질·접근 가능한 가격, 지역 경제 기여’ 같은 사회적 목표를 함께 명시하며(목표 설정) △탄소 집약도가 높은 사업의 축소·전환 과정에서 재교육·재배치·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을 병행하고(위험·기회 관리) △ 노동조합, 지역 정부, 동종 업계와 대화를 통해 제도적 여건을 개선하는 것(거버넌스·이해관계자 참여)을 핵심 체크리스트로 둬야 한다. 지금은 녹색 전환 실행의 반환점이다. 기후 위기 대응은 성장과 일자리, 지역 균형 발전, 복지 체계 강화와 함께 설계될 때만 사회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고 제조·서비스를 아우르는 경제에는 녹색 전환을 산업 정책과 노동·복지 정책, 글로벌 공급망 전략을 엮는 포괄적 국가 전략으로 바라봐야 한다.


용어설명
  • 1그린 파이낸스(Green Finance)

    그린 파이낸스(녹색금융)는 환경보호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친환경 산업 및 기술에 자금을 지원하고 환경 파괴적인 활동에 대한 자금 흐름을 막아, 기후변화 대응과 저탄소 경제로 전환을 촉진하는 금융 시스템을 의미한다. 녹색 채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탄소 배출권 거래 등을 통해 이뤄진다.

  • 2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

    기업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글로벌 협의체. 국제 지속가능 경영 평가 기관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유엔글로벌 콤팩트(UNGC) 등이 공동 설립한 기구로, 기업의 감축 목표가 파리기후변화협약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과학적으로 검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