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와 제미나이, 클로드 같은 거대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 AI(Generative AI) 사용이 대중화된 이후로 이제 관심은 다음 단계의 AI인 인공 일반 지능(AGI)과 AGI를 넘어선 초인공지능(ASI)의 등장에 쏠리고 있다. AGI는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AI로 강인공지능으로 분류되며 현재 구현되기 전 단계다. ASI는 인간을 넘어선 수준의 ASI로 아직 연구 단계에 그치고 있다. 현재도 챗봇은 물론, 의료용 AI 로봇이나 생산 현장의 AI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 등 특정 영역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효율성을 보여주는 AI가 있다. 더 나아가 특정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문제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AGI가 등장하면 인류의 삶이 얼마나 바뀔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앞당겨지는 AGI 시대
AGI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글로벌 기술 대기업이 가장 먼저 강력한 AI를 만들려는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어서다. 이 책은 사단법인 유엔미래포럼의 박영숙 대표와 세계미래연구협의회 회장인 제롬 글렌이 공저했다. AGI가 가져올 변화를 중심으로 2026년부터 2036년까지 10년간 미래상을 전망한다. 저자들은 AGI와 ASI가 가져올 경제·사회적 변화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들은 먼저 AGI 시대의 위험을 거론했다. 가장 큰 것은 통제력 상실에 대한 위험이다. AGI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학습하며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의도를 벗어날 위험이다. 통제력 상실 위험은 AGI보다 한 단계 높은 ASI 시대에는 더 심각해진다. ASI는 인류의 지능을 뛰어넘기 때문에 일단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면 인류 수준에서 막을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 특히 AI 시스템에 대한 가치 정렬 문제(alignment problem)1)가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ASI가 등장하면 과학소설(SF)에서 보아온 대로 AI 시스템이 전 인류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도 있다. 둘째는 데이터 편향이나 불공정성 문제다. AI는 학습 데이터에 내재된 편향성을 그대로 반영하거나 증폭시킨다. 이로 인해 인종, 성별, 계층에 따른 차별적 의사 결정이 대규모로 발생해 사회적 갈등과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 악의적 오용과 무기화 문제도 있다. AGI는 범죄나 테러 또는 군사 목적으로 오용될 위험이 크다. AI가 새롭게 창출하는 일자리보다 AI가 대체하는 일자리가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대부분인 만큼 대규모 실업과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
인간 노동을 대체할 AI 로봇의 미래
저자들은 물리적 AI 가운데 현재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로봇의 미래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현재는 주로 산업 현장에서 쓰이고 있지만 저자들은 전문가를 인용해 2030년쯤이면 AI로 구동되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가 일반 가정과 요양시설 등에 보편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봇의 대중화에 긍정적인 면만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저자들은 로봇의 노동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현상의 심오하고도 다면적인 측면을 고찰하고 있다. 인간의 노동을 로봇이 대체하면 인간은 노동과 직업에서 얻어온 성취의 원천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심오한 변화 중 하나는 가족과 가구 구조의 영역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으로 저자들은 노동의 종말과 관련해 낙관론을 보이는 스탠퍼드대 토니 세바 교수의 전망도 소개했다. 세바 교수는 휴머노이드의 노동 비용이 2035년에 시간당 1달러 미만, 2045년에는 0.1달러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수치만으로도 상당수 인간은 노동을 중단하게 돼 세계경제 모든 면에서 노동의 종말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나 휴머노이드가 노동의 한계 비용을 0에 가깝게 낮춤에 따라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더 저렴해지고 품질은 향상된다는 것이다. 세바 교수는 어느 나라든 노동력 인프라와 경제적 자립, 안보를 확장할 수 있고 1인당 생산성도 대폭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휴머노이드 투자는 국가적 문제이며 휴머노이드의 자체 제조가 성공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전면적 부의 재분배 없이는 사회불안 커져
역사적으로 인구 증가와 생활수준 향상에 힘입어 소비가 지속적으로 확장되면서 경제성장이 이뤄졌다. 그러나 사람의 노동이 광범위하게 AI와 휴머노이드로 대체되고 대량 실업이 발생하면 인류의 소비 능력이 줄어들고 소비에 의해 성장해온 경제의 한 축이 붕괴된다. 이 때문에 저자들은 보편적 기본 소득(Universal Basic Income)2)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AGI로 노동의 종말이 현실화되면 노동 소득 비중이 현재의 60%에서 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저자들은 정책 입안자가 부의 재분배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법을 마련하는지 여부에 따라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갈릴 것이라고 말한다. 유토피아적 시나리오에서 AI 로봇은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켜 창의성, 개인의 성장 및 성취에 중점을 둔 사회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이 전환을 신중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디스토피아가 열릴 수 있다. 부는 소수의 로봇 생산자 및 소유자에게 집중되고 대다수 인류는 실업과 목적 상실이라는 극도의 불평등 속에 사회불안이 끊이지 않는 디스토피아다. 즉 AGI 시대의 도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이 전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다. AI 분야의 전문가는 AGI로 전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열쇠로 △인적자본 개발에 대한 선제적 투자 △소득 분배를 위한 새로운 사회 계약 △전환 관리를 위한 국제 협력 △혁신 유인과 공정한 결과 사이의 균형 네 가지를 꼽고 있다.
한국도 10년 내 도래할 AGI 시대 대비해야
저자들은 한국도 AGI 시대에 대비해 다음과 같은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첫째, 노동과 관련한 정책 패러다임을 노동자 보호에서 시민 보호로, 일자리 창출에서 소득 보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는 한국형 기본소득 도입이다. 이를 위해 로봇세와 데이터세를 재원으로 한 단계적 도입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는 평생 학습 시스템의 혁신이다. 싱가포르의 ‘전 국민 직무 역량 향상 정책’ 같은 평생 학습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넷째는 노동시간 단축이다. 공공 부문부터 주 4일제를 도입하고 성과를 바탕으로 민간까지 확산시켜야 한다. 다섯째,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혁명이 필요하다. 미래에 사라질 수도 있는 현재 기준의 직업 교육이 아닌 창의성과 인문학 교육으로 전환이 그것이다.
인간을 넘어서는 AI가 등장하는 순간은 기술적 도약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 의미가 재정의 되는 순간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통찰이다. 인류는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변화의 물결 앞에 서있다. 수천 년간 문명을 지탱해온 노동이라는 개념이 근본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 과거의 노동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AI와 로봇이 주도하는 미래의 본질을 꿰뚫는 혁신적인 사고와 정책으로 대비해야 한다. AI의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용어설명
- 1정렬 문제 (alignment problem)
AI 안전 연구의 중요한 과제중 하나. AI에게 목표를 지시할 경우 AI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가치관을 벗어나는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다. 지능적 AGI는 자기 보존이나 자원 획득 같은 도구적 목표가 인간의 이익과 충돌할 경우 자신의 도구적 목표를 우선시할 수 있다. 인간의 지능을 넘는 AI는 인간이 설정한 제약을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어 정렬 문제 해결이 안전한 AI 개발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 2 보편적 기본소득 (Universal Basic Income)
국가나 지방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사회정책. 소득이나 재산 고용 상태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로 지급한다. 막대한 재정 부담과 근로 의욕 저하 가능성, 기존 복지 제도보다 비효율적이라는 점 등으로 실제 시행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최근 AI 기술 발전에 따른 대량 실업과 관련해 새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