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책: 더 특별한 통상 Book In Book ④ 특별기고 김헌식 중원대 특임교수 한국과 뗄 수 없는 K-콘텐츠 가치, 새로운 도전 적극 밀어줘야
  • 김헌식 중원대 특임교수 (대중문화평론가)
  • K-콘텐츠로 인한 한국 상품의 수출 증대 효과는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헤일로 이펙트(Halo Effect)’의 전형적인 사례다. 헤일로 이펙트는 후광(後光)효과라고도 하는데, 특정 대상이나 사람이 좋아 보이면 다른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최근에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바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만들어내는 경제 효과다. 박물관 브랜드 상품 ‘뮷즈(MU:DS)’가 ‘케데헌’ 효과로 매출이 지난해보다 85% 급증해 306억원을 기록했고, 호작도 까치호랑이 배지의 경우 하루 두 개 정도 판매되던 것이 한 달에 최고 4만8000개까지 판매됐고 2026년 1월까지 예약 완판됐다.

    극 중 더피 캐릭터가 아님에도 이렇게 인기를 끌었기에 ‘K-헤리티지 열풍’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캐릭터 상품은 물론이고 일반 공산품도 말할 것이 없다. 관세청의 K-푸드 수출 동향을 보면, 지난 9월까지 전년보다 8.9% 늘어난 84억8000만달러(약 12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케데헌’에 등장한 컵라면과 김밥 장면이 세계적 화제를 모아 K-푸드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케데헌’이 공개된 이후 소셜미디어에는 ‘케데헌 라면’ ‘헌트릭스(HuntRix·케데헌 주인공 멤버) 김밥’ 해시태그가 등장했고, 외국인의 ‘김밥 만들기’ 챌린지도 널리 확산했다. ‘케데헌’엔 주요 장면마다 컵라면, 김 등 한국 음식이 나와 K-푸드라는 브랜드를 글로벌 팬에게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도 ‘케데헌’ 속 K-푸드가 매출 특수를 누렸는데, 실제 ‘케데헌’ 방영 후 7월부터 8월까지 CU의 해외 결제 수단 이용 건수는 202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185%나 증가했다.

    화장품도 후광효과에 힘입었다. 틱톡 등 숏폼 플랫폼에서는 ‘케데헌’ 주인공 메이크업 따라 하기 등 해시태그 챌린지 열풍이 불었고 이런 ‘케데헌’ 효과에 힘입어 북미 아마존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 순위가 상승했다. 미국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헌트릭스 멤버 피부 따라가는 법’ ‘K-팝 아이돌 피부 만드는 데 필요한 제품’ 등에 대한 정보 공유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체험 활동도 증가했다. 11월 7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주 대형 복합 쇼핑몰 ‘아메리칸드림몰’ 1층에서 열린 ‘뉴욕 한류박람회(KBEE)’에선 화장품·식품·의류·생활용품 등을 직접 접하려는 미국인이 쇄도했다. 지난 8월 미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케이콘(KCON) 연계 행사 ‘K-컬렉션’에 참여한 중소기업이 모두 12만달러(약 1억7000만원)의 판매 실적을 이뤘다. 원래 케이콘 행사는 단순히 K-팝을 알리기 위한 홍보 행사였는데, 중소기업 제품 홍보 판매까지 이뤄지고 있다.

    뉴스1

    한국 문화의 영향력은 확대일로에 있다. 미국 ‘US 뉴스’와 와튼스쿨의 ‘글로벌 문화적 영향력 랭킹’에 따르면, 한국 문화가 국제적으로 미치는 파급력은 2017년 세계 31위(80개국중)에서 2022년 7위(85개국 중)로 5년 새 24단계 급등했다. 글로벌 경제 전문지 ‘포브스 인디아(Forbes India)’가 발표한 ‘2025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톱 10’에서 한국은 6위였는데 군사력과 첨단 기술, 여기에 문화적 영향력을 꼽았다. 문화적 영향력 확장에 따른 경제 효과도 공식적으로 검증됐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20년까지 K-콘텐츠 수출액과 화장품, 가공식품, 의료, IT 기기 등 소비재 수출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K-콘텐츠 수출이 1억달러(약 1470억원) 늘어날 때 소비재 수출은 1억8000만달러(약 2639억원) 증가했다. 한국 콘텐츠를 보고 한국에 생긴 관심은 K-제품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1년 콘텐츠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113조7000억원에 이르며, 무엇보다 K-콘텐츠는 K-뷰티, K-푸드, 관광 등 소비재 산업의 해외 진출을 견인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한류 밀접 품목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13.7%로, 같은 기간 국내 총수출액의 연평균 증가율 5.4%와 비교할 때 약 2.5배 수준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23년 해외 한류 실태 조사’에서도 K-콘텐츠가 한국산 소비재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조사 되었다. 한국 문화 콘텐츠를 경험해 본 외국인 10명 가운데 6명 정도가 식품, 화장품, 가전 같은 한국산 제품과 서비스 구매에 영향받는다고 답했으며, 10명 중 4명 가까이는 잘 모르는 브랜드여도 한국산이면 구매하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K-콘텐츠는 외국인을 한국에 직접 방문하도록 해서 소비 효과를 진작시킨다. 2019년 BTS 콘서트는 외국인 관객 2만3000명을 유입시켰고 총 18만7000명의 방한을 이끌어 1조원 가까운 경제 효과를 발생시켰다. 2023년 BTS 페스타엔 40만 명이 참여했고, 외국인 관광객 12만 명 등이 약 1조원의 경제 효과를 낳았다. 구글 트렌드에서 ‘케데헌’ 공개 직후 ‘한국’ 검색량은 거의 두 배로 늘었다. ‘Korea Food’ 검색량도 ‘케데헌’ 공개 이후 75% 증가했다. 

    이렇게 검색한 외국인이 한국에 방문하기에 이르렀다. AI기반 글로벌 베드뱅크(Bedbank) 솔루션 기업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외국인 관광객 숙소 예약 수가 202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174% 급증했다. 특히 미국 국적 관광객 예약이 2024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에서 K-콘텐츠를 체험하려는 외국인의 평균 투숙일 수도 중요한데, 7.7박으로 아시아권 관광객(2.2박)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길었다. ‘케데헌’이 넷플릭스 자본으로 만들어져 유통됐기에 K-콘텐츠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관광 유입 효과는 물론이고 소비재 수출 효과까지 증가하게 했다. K-콘텐츠는 마니아 수준에서 캐즘을 넘어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전기 다수 수용자(Early Majority)에게 진입하고 있다. 이 단계에서는 부지런히 협업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이나 ‘케데헌’ 사례처럼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고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아파트’ 같은 사례도 바람직하다. 다만 억지로 한국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 코리아리즘을 맞지 않게 부각하거나 강조할 때 역작용이 날 수 있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최근에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K-이니셜을 빼고 아예 팝 음악 주류로 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전략이다. K-팝을 비롯한 K-콘텐츠의 브랜드 가치는 한국과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평화주의 기조는 복합적인 상승효과가 있다. 한국은 국토가 좁고,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미국 등에 비해 열세이기 때문에 한국 전체가 뭉쳐서 대응하는 문화 전략으로 수출 진흥을 이뤄야 할 특수성이 있다. 이런 점이 다시 개별 기획사와 콘텐츠 제작사에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음을 간과할 수는 없다. 정부는 새로운 모험과 시도를 통해 제품 질과 트렌드에서 앞서가는 기업을 K-콘텐츠와 연계해 수출 전선에 나서도록 마중물과 도약대 역할을 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