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책: 더 특별한 통상 Book In Book ② 특별기고 최진봉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학부 교수 K-콘텐츠 유행 문화 현상 넘어 경제 성장 동력으로
  • 최진봉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학부 교수
  • K-팝을 중심으로 한 한류의 물결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K-팝의 화려한 무대와 한국의 전통문화 요소를 결합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시청된 오리지널 작품으로 등극하며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유력 매체인 ‘타임’이 ‘‘케데헌’이 세계를 정복했다’고 평가할 만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케데헌’은 디테일한 한국의 문화적 요소와 한국 문화에 대한 외부자 시선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전 세계인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K-콘텐츠 산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 방안

    이 같은 K-콘텐츠의 성공 비결은 콘텐츠 자체의 질적 우수성과 혁신적인 유통 환경 그리고 효율적인 지식재산권(IP)활용 전략이라는 세 가지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K-콘텐츠는 빈부 격차, 사회 불평등 등 전 세계적으로 심화하고 있는 사회적 부조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의 사례에서 보듯, 인류 공통의 주제를 한국 사회의 특수한 맥락 속에서 심도 있게 구현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 비결이었던 것이다.

    이와 함께 K-콘텐츠의 성공에는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의 역할도 컸다. 글로벌 OTT의 대규모 투자와 35개 이상의 언어 더빙·자막 지원은 K-콘텐츠의 지역적·언어적 장벽을 해소하며 글로벌 진출을 가속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러한 글로벌 OTT와 협력은 국내 콘텐츠 기업이 IP를 공동으로 소유하지 못하고 제작비 인플레이션에 직면하면서 IP 종속형 생태계를 양산하는 문제점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토종 OTT 플랫폼 활성화 같은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를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한편, K-콘텐츠가 글로벌 미디어 산업의 뉴노멀로 자리매김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음 같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초현지화(glocalization)’ 전략을 통한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맞춤형 제작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K-콘텐츠를 번역·배급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현지 소비자 취향과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콘텐츠를 기획·제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슈퍼 IP’ 중심의 수익 구조 다각화와 IP 주권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안정적인 산업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IP확보-활용-수익 재투자’로 이어지는 가치 사슬(밸류 체인)을 고도화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K-팝 엔터테인먼트 산업처럼 공연, MD(굿즈), 플랫폼 구독, 가상현실(VR) 등 멀티 포맷 수익화 실험을 통해 IP 생명력을 연장하고 수익 모델을 다층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K-콘텐츠 핵심은 민간 분야의 뛰어난 창의성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창작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콘텐츠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뉴미디어 시장에 맞는 창작자 권리 확보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이 시급하다. 또한, 지속 가능한 제작 환경 구축을 위해 제작비 인플레이션과 제작사 양극화 해소 문제 해소 그리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 등)를 실현할 수 있는 윤리적인 제작 환경 구축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K-콘텐츠의 지속 가능한 성공은 결국 창의적인 IP가 정당하게 평가받고 보상받는 산업 생태계 구축에 달려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단기적 흥행에 연연하지 말고, IP 주권 확보를 위한 금융 및 협력 구조 혁신과 창작자 정당 보상 법제화라는 구조적 과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야말로 K-콘텐츠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국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소프트 파워 강국으로 성장시키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2025년 11월 15일 서울 영등포구 한강공원 일대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한강드론쇼’가 진행되고 있다.

    K-콘텐츠,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

    K-콘텐츠는 이제 단순한 문화적 유행을 넘어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드라마·영화·음악·웹툰·게임 등으로 대표되는 K-콘텐츠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며 한국 경제의 체질을 변화시키는 미래형 전략산업으로 부상해 가고 있다. K-콘텐츠가 문화 현상을 넘어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되는 이유는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K-콘텐츠가 직접적인 수출 증대와 경제 승 수효과(multiplier effect)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현재 K-콘텐츠는 한국의 수출구조를 다변화하고 서비스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제조업 중심이었던 과거의 무역구조와 달리, 최근 K-콘텐츠는 무형의 IP 기반 수출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관세청의 무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132억4000만달러로 주요 제조업 품목인 가전(80억5000만달러)과 전기차(98억2000만달러) 수출액을 상회하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 수출액 증가의 경제적 효과는 콘텐츠 판매 자체에 그치지 않고, 생산 유발효과와 취업 유발효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2024년 한류로 인한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15조7313억원에 달하며, 취업 유발효과는 17만5381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콘텐츠 산업이 고용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으로, K-콘텐츠가 경제 승수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둘째, K-콘텐츠가 K-소비재와 관광산업 등 융합 산업을 견인하기 때문이다. K-콘텐츠는 단순한 문화 상품을 넘어 한국의 소비재(K-뷰티, K-푸드 등)와 관광산업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소프트 파워 기반의 낙수 효과(trickledown effect)를 창출하고 있다. K-드라마나 K-팝을 통해 노출되는 한국산 제품 및 라이프스타일 등이 글로벌 팬덤의 즉각적인 소비로 이어지면서 한국 소비재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여 ‘코리아 프리미엄’을 창출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콘텐츠 수출액 1억달러 증가 시 관련 소비재 수출액이 1억8000만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25년 6월 26일 태국 방콕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 3 출시 기념 행사가 열리고 있다.

    K-콘텐츠가 K-소비재 수출의 전략적 마케팅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K-콘텐츠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K-콘텐츠가 관광 수요를 창출하는 핵심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결국, K-콘텐츠가 K-팝 콘서트나 드라마 촬영지 방문 같은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 개발을 촉진해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K-콘텐츠가 원천 IP 기반의 무한 확장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K-콘텐츠 산업의 핵심 경제 가치는 IP를 확보하고 이를 다매체로 확장하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데 있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 콘텐츠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IP 가치의 경제적 효과는 콘텐츠 기업에서 신규 IP가 한 건 늘어날 때 기업 매출은 평균 4.1% 증가하며, 특히 저작권은 11.6% 매출 증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IP보호와 축적이 기업 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증명해주고 있다. 특히, 웹툰과 웹소설은 초기 투자 대비 리스크가 낮고 글로벌 플랫폼 유통이 용이해 최근 드라마, 영화, 게임 등의 핵심 원천 IP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낮은 초기 비용으로 확보된 IP를 다매체로 확장해 장기간에 걸쳐 고수익을 창출하도록 하는 모델은 콘텐츠 산업의 혁신적인 수익 구조를 가능하게 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25년 11월 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블랙핑크 콘서트에서 팬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넷째, K-콘텐츠 산업이 우리 사회의 고용구조를 지식 기반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산업은 고부가가치 지식 기반 산업으로, 제조업 중심의 기존 산업구조를 창의성과 기술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글로벌 OTT 플랫폼의 제작 투자 확대는 시각 특수 효과(VFX), 디지털 아티스트,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등 첨단 기술 및 글로벌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이러한 고용구조 변화는 청년층에게 매력적인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국가 인적자원의 질적 향상에도 기여하게 된다. 또한, 콘텐츠 기획 및 유통에 특화된 수많은 콘텐츠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활발하게 등장해 산업 전반의 혁신과 역동성을 높일수도 있게 된다. 이러한 산업 고용 생태계 변화는 한국 경제의 유연성과 적응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K-콘텐츠는 국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해 코리아 프리미엄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K-콘텐츠의 글로벌 성공은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자체의 소프트 파워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비경제적인 효과를 넘어 실질적으로 코리아 프리미엄이라는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분석에 따르면, 콘텐츠 수출액이 100만달러 증가하면 국가 브랜드 가치는 약 41만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콘텐츠 수출액이 총수출액 대비 39.8%인 것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첨단 기술 국가를 넘어 매력적인 문화 강국으로 전환하면서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 무형의 경쟁 우위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고, 해외 투자 유치 및 통상 협상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K-콘텐츠는 저성장 시대의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과 성장 모멘텀을 제공하는 미래형 핵심 전략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창의성이라는 무한한 자원을 동력으로 삼는 K-콘텐츠 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 지원, 전문 인력 양성, 원천 IP 보호 및 육성을 지속해야 한다. K-콘텐츠 성공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청사진이자,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핵심 전략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