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성용 그루밍(미용·개인 관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도 미용 소비 시장은 여성 중심이었으나, 최근 10년 사이 사회 인식 변화, 소득 증가, 위생·외모 관리에 대한 관심 확산 등을 계기로 남성 소비층이 급부상하고 있다. 인도 인구 52%가 남성임에도 미용 시장에서 남성 그루밍 제품 매출 비중은 11%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비자 저변이 넓어지고 기호가 다양해지면서 시장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는 추세다.
연평균 6.8% 성장…중소 도시로 수요 확산
시장조사 기관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남성용 그루밍 시장 규모는 2023년 584억 6000만달러에서 2032년 855억3000만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인도 역시 2024년 23억달러에서 2033년 43억달러로, 연평균 성장률 6.8%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는 대도시뿐만 아니라, 2·3선 도시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스킨케어, 세럼, 향수 수요가 급증하면서 카테고리 세분화도 가속화됐다.
기존에는 면도 용품과 향수 등이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기본 위생 제품과 모발케어, 보디케어 제품까지 남성용 라인업이 확대됐다. 인도 뭄바이 기반의 테크 스타트업 전문 투자은행 메리시스 어드바이저스(Merisis Advisors)에 따르면, 현재 남성용 제품 소비 지출은 크게 △향수 15% △위생용품(샤워·디오더런트·스킨케어·모발 제품 등) 42% △면도용품 43%로 구성된다. 세부 시장은 스킨케어, 향수, 수염·모발케어, 면도용품 등 5개 분야로 나뉜다. 분야마다 다양해진 소비자 기호와 고품질, 맞춤형 그루밍 경험에 대한 수요를 반영한 특화 제품이 있다. 2023~2024년 1년 사이 시장은 9% 성장했고, 향수(13.8%), 스킨케어(11.9%), 위생용품(10.4%)에서 고른 증가세가 확인됐다.
경쟁 구도는 말 그대로 ‘춘추전국시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질레트가 점유율 14.9%로 선두를 지키고 있으며, 비니 코스메틱스(6.8%), 힌두스탄 유니레버(5.2%), 바카로즈(3.7%) 등이 뒤를 잇는다. 주목할 점은 ‘기타’ 업체가 65.6%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시장 세분화 및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프리미엄·친환경·맞춤형…D2C 스타트업 약진
남성 소비자의 구매 성향은 단순 기본 관리에서, 화학물질 무첨가 면도 오일, 피부 세럼, 전기면도기 등 프리미엄·자연주의·고기능성 제품으로 전환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 이용 비중이 높은 밀레니얼(1981~1996년 출생자)·Z 세대(1997~2012년 출생자)가 변화의 중심에 있다.
특히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접 판매) 스타트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봄베이셰이빙컴퍼니(Bombay Shaving Company), 비어도(Beardo), 더맨컴퍼니(The Man Company) 등은 벤처캐피털 투자를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맞춤형 소비자 경험, 스토리텔링, 인플루언서 협업을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봄베이셰이빙컴퍼니는 Z 세대를 겨냥해 면도 제품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플라스틱 배출 감소를 목표로 코코넛, 쌀 껍질 등 생화학적으로 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만든 면도기를 출시해 호응을 얻었다. 더맨컴퍼니와 맨아르덴(Man Arden)은 오일·발모제·피부 제품 등을 하나로 구성한 키트(세트) 제품을 선보이고, 프리미엄 비건 및 식물성 제품을 출시하는 등 제품, 서비스, 유통 전반에서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D2C 스타트업은 이커머스와 SNS를 기반으로 소비자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제품을 빠르게 개선하면서 기존 유통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향후 인도 남성 그루밍 시장을 이끌어갈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K-뷰티에도 기회…프리미엄 수요 충족할 것
국내 기업에도 시장 진출 기회가 있다. 향후 10년 간 인도 남성용 그루밍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스킨케어, 모발케어, 천연 화장품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K-뷰티의 저자극 제품, 세럼, 마스크, 안티에이징 크림 등 기술력은 이러한 인도 소비자 수요와 맞닿아 있다. 이를 활용해 국내 기업은 현지인의 피부 유형 및 기호에 맞춘 합리적인 가격의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1)로 관세장벽이 낮아져 수입 기반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 한 것도 장점이다. 초기에는 남성 그루밍 제품의 주요 판매 채널인 온라인 플랫폼 진입을 우선 검토하고, 이후 현지 생산 보조금, 낮은 물류비용, 빠른 시장 접근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합작·위탁 생산 형태로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또한 한국 기업은 인도 현지 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일용 소비재) 기업이나 D2C 브랜드와 협업해 현지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유통망과 소비자 접점을 넓힐 여지도 있다. 더 나아가 합작 연구개발(R&D)을 통해 한국의 첨단 스킨케어 기술과 인도의 허브·아유르베다 전통을 융합한 제품 혁신을 선보여 차별화된 시장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다. 뷰티 산업 리서치 전문가 피유시 자인(Piyush Jain)은 “인도 남성용 그루밍 산업은 소득 증가와 라이프스타일 변화, 개인 관리 문화 확산에 힘입어 급성장 중”이라며 “한국의 스킨케어·뷰티 기술이 인도 시장의 프리미엄 그루밍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어설명
- 1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한국이 신흥 거대 경제권과 체결한 최초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2010년 1월 발효됐다. 당시만해도 GDP 규모가 세계 10위였던 인도는 2024년 세계 5위 까지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