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글로벌 트렌드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 양자 기술 제조·공급망 활용 다룬 백서 양자 기술이 여는 첨단 제조·공급망 혁신의 핵심 기회

2024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제조업과 공급망은 한층 더 급격한 혼란을 겪고 있다. 공급망 차질이 전년보다 38%나 늘었고, 극심한 기후변화, 지정학적 갈등, 사이버 공격까지 겹치며 복원력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일례로, 파나마운하의 가뭄으로 운항 용량이 33%나 줄었고, 화물 운송이 지연되며 연간 11억달러(약 1조6000억원)의 추가 운송 비용이 발생했다. 유럽에서는 폭염으로 100억달러(약 14조 6000억원)가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산업 조직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은 87% 급증했다.

기존 디지털 기술은 복잡하고 얽혀 있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 불확실성 시대에 기존 디지털 전통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자 기술’이 새로운 돌파구로 떠올랐다. 이 기술은 산업계 제조와 공급망 관리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경제포럼(WEF)과 글로벌 경영·기술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Accenture)는 ‘양자 기술이 여는 첨단 제조·공급망 혁신의 기회’ 보고서를 통해 △제품 설계 및 연구개발(R&D) △공장 생산 및 운영 △공급망이라는 세 축에서 양자 기술이 줄 수 있는 가치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양자 기술 및 전통 기술 혼합 파일럿 프로젝트부터 정책·보안 체계까지, 양자 기술 도입을 확산하기 위한 전략적 로드맵을 제시한다. 또 양자 기술 도입 사례와 로드맵, 정책·표준·인재 육성 등 산업 생태계에서 양자 기술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요소를 조명했다.

양자 컴퓨터, 산업 R&D 고도화 기여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은 제품 설계와 R&D에 있다. 새로운 소재를 발견하고, 고성능 부품을 설계하며, 복잡한 물리적 거동을 시뮬레이션하고, 전 세계 생태계와 안전하게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이 산업 변화 속에서 선도 기업을 가른다. 양자 기술은 바로 이 지점에서 변혁적 잠재력을 드러낸다. 산업이 고도화하면서 전통적 설계 기술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양자 컴퓨터가 주목받는 활용 분야 중 하나는 분자 모델링으로, 이산화탄소 포집용 금속 유기 골격체(MOF) 같은 고급 소재 개발이 있다. 자동차·에너지·소재 기업은 이미 양자 알고리즘을 실험 설계와 R&D 기간 단축에 활용하는 실험을 추진 중이다. 현재 양자 하드웨어가 성숙 단계는 아니지만, 사용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양자·고전 컴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은 각 기술이 잘하는 부분을 나눠 처리함으로써 실질적 가치를 내고 있다.

항공·우주, 자동차, 전자 등 고정밀 설계·시뮬레이션을 요구하는 산업에서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 글로벌 R&D 생태계가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식재산(IP)을 보호하고 신뢰 기반 협업을 보장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양자 시대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포스트·양자 암호(PQC·Post-Quantum Cryptography)1)를 전 세계적으로 도입해 현재의 사이버 보안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또 장기적인 보안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양자 키 분배(QKD·Quantum Key Distribution)2)를 통해 보안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연구 네트워크, 테스트 시설, 산업 파트너 간 데이터 교환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다. 특히 미래의 양자 기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모든 제조업 분야에서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앞으로 양자 보안 인프라를 구축해 두는 것은 디지털 협업 모델이 직면할 위험을 줄이고 더욱 융합적인 혁신을 뒷받침해 줄 수 있다.

양자 컴퓨터로 R&D를 고도화한 기업으로는 에너지·화학 기업 아람코(Aramco)가 있다. 아람코는 탄소 포집을 위한 신소재 개발, 대규모 공정 최적화, 지하 지질구조를 시뮬레이션해 자원 개발과 환경 관리를 최적화하는 지하 모델링 등 복잡한 효율화 과제를 안고 있다. 기존의 고전 컴퓨터로는 한계가 있었다. 아람코는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 파스칼(Pasqal)과 협력해 2025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 200qubit(큐비트·양자 컴퓨터 기본 단위)의 양자 컴퓨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 제조 및 공급망에서 양자 통합 로드맵

라인 정밀도·생산성 끌어올리는 차세대 공장 기술 

양자 기술의 응용은 설계실을 넘어 공장 현장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보고서는 생산 스케줄링, 자원 배분, 설비 활용, 품질 관리 등 복잡한 의사 결정이 필요한 영역에서 양자 기반 최적화가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미 일부 제조사는 양자·고전 하이브리드 알고리즘을 활용해 생산 계획 수립 시간을 기존 대비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처럼 수천 개 옵션 조합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산업에서 양자 최적화는 특히 유용하다는 평가다. 센서 분야에서는 양자 다이아몬드 센서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초미세 공정에서 나노 단위 결함을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불량률을 낮추고 수율을 높여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양자 기술을 적용하면 설비 고장을 예측해 다운타임(가동을 멈추는 시간)을 줄이고, 에너지·자원 사용을 최적화하는 등 공장 운영의 효율성 전반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도 부각된다.

양자 기술 선점 기업, 경쟁에서 우위 점해야 양자 기술이 이론을 넘어 실제 적용 단계로 넘어가면서, 제조업과 공급망 리더에게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전에 과감히 움직여 선도적 위치를 확보할 기회가 열리고 있다. 빠르게 진전되는 양자 기술은 산업 운영의 민첩성, 복원력,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촉매로 자리 잡고 있다. 초기 도입 기업은 산업 표준을 주도하고, 최고 인재를 끌어들이며, 양자 생태계 전반에서 새로운 파트너십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또 ‘서비스형 양자 컴퓨터(Quantum-as-a-Service)’ 플랫폼 확산으로 중견 기업도 큰 초기 투자 없이 실험과 역량 개발이 가능해지고 있다. 그러나 양자 기술 도입에는 여전히 여러 장애물이 있다. 이러한 도전 과제를 극복하고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양자 혁신은 먼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다. 지금 양자 전략을 적극 추진하는 기업이 향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민첩한 대응, 지속적인 학습과 협력이다. 오늘 결단을 내리는 리더가 내일 경쟁 지형을 결정할 것이다.


용어설명
  • 1포스트·양자 암호(PQC)

    양자 컴퓨터가 등장하더라도 해독이 어려운 새로운 암호 기법을 말한다. 기존 공개키 암호(RSA·ECC)는 양자 컴퓨터의 연산 능력으로 쉽게 깨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어, 이를 대체하기 위한 차세대 암호 표준으로 개발되고 있다. PQC는 기존 암호와 다른 수학적 구조를 기반으로 하며, 현재 미국 NIST(표준기술연구소)가 국제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터넷 보안 프로토콜(TLS·HTTPS), 클라우드·금융 데이터 보호, 제조·물류 공급망의 운영 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될 예정이며, 미래의 양자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핵심 보안 기술로 평가된다.

  • 2양자 키 분배(QKD)

    양자역학의 원리를 활용해 송·수신자 간에 안전한 암호 키를 분배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양자 물리 성질을 이용해 두 사용자가 암호화에 사용할 비밀키를 안전하게 공유하는 방식이다. 통신을 가로채거나 측정하려는 시도가 있을 경우 양자 상태가 변하므로 도청 여부를 즉시 감지할 수 있다. QKD는 장기 보안이 필요한 금융, 군·정부, 제조 공급망 등에서 각종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보안 기술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