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책으로 읽는 경제 통상 향후 10년 세계경제 움직일 5대 트렌드 '혁신·기후·세계화·부채·고령화' 흐름 맞을 준비 돼 있나

‘글로벌 경제 트렌드’는 전 세계의 경제 상황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기반으로 풍부한 데이터를 곁들여 중장기 세계경제를 예측한 책이다. 탁월한 거시경제학자로 꼽히는 BNP파리바 포티스의 수석 경제학자인 코엔 드 레우스와 베테랑 투자 전문가인 이 회사의 필립 기젤스가 함께 저술했다. 두 저자는 전 세계의 경제 상황을 기반으로 미래 사회를 만들 글로벌 경제 트렌드로 혁신·기후·세계화·부채·고령화 5가지를 꼽았다. 이 5가지가 앞으로 10년간 전 세계의 경제 흐름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 트렌드 | 코엔 드 레우스, 필립 기젤스│신용우 옮김│ 동양북스│2만4000원│432쪽│10월 31일 발행

혁신과 AI가 이끄는 생산성 향상

우선 혁신을 가장 먼저 들었다. 혁신이 중요한 이유는 생산성을 올리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생산성 향상은 고령화에 접어든 대다수 서방 경제권의 유일한 성장 원천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보이는 한국에서 특히 절실하다 하겠다. 저자들은 혁신의 기반이 되는 창의성이 서로 다른 영역과 아이디어, 사람, 문화의 교차점에서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수년간 디지털 혁신으로 발생한 이득은 소비자 편리로는 이어졌지만, 아직 생산자 잉여로 이전되지 않았다는 점을 저자들은 지적한다. 즉 검색엔진이나 지도 애플리케이션으로 대다수 일반인의 생활은 크게 편해졌지만, 그것이 국내총생산(GDP)으로 표현되는 경제 산출로 연결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챗GPT나 제미나이, 클로드 같은 인공지능(AI) 모델이 생산성 가속화에 기여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저자들은 컴퓨팅 능력과 데이터가 혁신의 테이블 위에 놓여있으며 좋은 데이터를 소유한 주체가 혁신을 주도하는 힘과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두 번째는 기후 문제다. 2022년에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하나 낳았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보내는 가스전을 잠그면서 시작된 유례없는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선진국 국민이 냉난방 통제까지 경험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친환경 전환에 필요한 광물과 금속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아졌다. 전기차, 태양광발전 패널 수요 등으로 구리·리튬·니켈·코발트·실리콘·은·아연·알루미늄 등 금속 수요가 폭증했고,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저자들은 중기적으로 에너지전환 기간에 물가 변동성이 커지고 원자재와 식품 인플

레이션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탄소 중립 정책에서 가장 앞선 유럽이 이미 거치고 있고, 중단기적으로 전 세계의 금리와 인플레이션, 성장률이 모두 조금씩 높아진다는 전망이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둘러싼 대립에 대해 이들은 비용은 당장 발생하지만, 혜택은 미래 세대에게 있는 ‘시간차 비극’으로 표현한다. 저자들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경제성장을 늦춰야 한다는 탈성장 지지자의 논리에 반대한다. 대신 에너지 인프라와 기술에 관한 투자를 대폭 늘려 배출량을 신속히 줄이는 방향이면서 ‘배출권 거래 제도’ ‘탄소세’ 등 오염자 부담 원칙 강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 활성화를 적극 지지한다.

리쇼어링 속 서비스 무역 확대와 신흥국 부상

세 번째는 세계화다. 저자들은 지난 10여 년간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이 재등장하며 상품 무역이 둔화하는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sation)1)이 나타나고 있지만, 방향은 ‘다중 세계화’로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화는 지식 확산과 경쟁력 강화로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을 입증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취약성을 드러냈다. 저자들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한 것은 세계경제에 양면적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평균적으로 전 세계 가계의 구매력은 높아졌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불평등이 심화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가시화되는 현상이다. 이 같은 요소로 글로벌 아웃소싱에서 다시 자국으로 회귀하는 리쇼어링(reshoring·생산 기지 본국 회귀)2) 현상이 초래됐다. 당분간 무역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긴장 완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저자들은 예상한다. 그럼에도 저자들은 현재의 움직임은 탈세계화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미국의 중국산 수입 감소는 눈속임이며 중간에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 등 경유지가 더해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투자자를 위한 조언으로 이들은 금과 은에 대한 투자를 권하고 예술품의 장기 현금 흐름에 대한 투자(스마트 계약 형태로)와 e-스포츠팀, 메타버스 등에 대한 투자도 권했다.

네 번째는 부채 문제다. 전 세계 부채는 현재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저자들은 지적했다. 기업·가계·정부 부문 모두 높은 부채 문제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공공 부채가 크게 늘면서 평균적으로 GDP의 110%에 달한다. 고령화와 기후 전환으로 여전히 지출은 많지만, 성장 부진으로 세수는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공공 부채 해소 방법은 여러 가지다. 저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까지는 금리 인하와 약간의 인플레이션으로 금리보다 성장률을 높이면서 해소하는 방법이 성공적으로 활용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양적 완화와 통화 이전으로 약간의 인플레이션을 만드는 것이 반드시 나쁘지는 않은 방식이라고 조언한다. 중요한 것은 부채가 있는 사람은 인플레이션에서 이득을 보게 되지만 현금을 가진 사람이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선진국 정체와 개도국의 인구 배당 효과

마지막 다섯 번째는 고령화다. 저자들은 세계 인구에 거대한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제한다. 선진국은 고령 인구가 증가해 경제성장이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노동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인구 배당 효과3)로 경제성장을 가속할 기반이 마련된다. 저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연금 수급자보다 근로자 수가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인구통계학적 변화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악화했다고 지적한다. 향후에도 소비자 수 증가가 근로자 수 증가보다 빨라서 수십 년간은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연금 기금으로 유입이 유출로 바뀐다는 ‘자산 붕괴 가설’은 점점 영향력을 잃고 있다고 이들은 다양한 데이터를 들어 주장한다. 다만 주택 시장은 약 10년 후에 주택의 길어진 수명과 베이비붐 세대 감소로 자산 붕괴 가설의 영향을 받아 실질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화와 관련, 저자들은 생명공학, 크루즈 회사 또는 캠핑카 제조 업체처럼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가져오는 고전적 투자 기회 외에도 곳곳에 많은 투자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의 예술품 구매라든가 외로움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경제 기회도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유럽권 저자여서 그런지 미국과 중국 양대 강국의 관점에 치우친 일반 트렌드 서적과 달리 세계 각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와 자료를 꼼꼼하게 검토해 결론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구성면에서 5가지 주제별 챕터마다 요약을 두고 있어 일목요연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한 점도 돋보인다. 5가지 트렌드는 결국 향후 모든 개인의 삶 자체를 좌우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용어설명
  • 1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sation)

    느림(slow)과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sation·세계화)의 합성어다. 세계화 속도가 둔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 2리쇼어링(reshoring·생산 기지 본국 회귀)

    생산비와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해외로 생산 시설을 옮긴 기업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온쇼어링(onshoring), 인쇼어링(inshoring), 백쇼어링(backshoring)도 비슷한 개념으로, 오프쇼어링(offshoring)과는 반대되는 말이다.

  • 3인구 배당 효과

    주로 생산 가능 인구(15~64세) 비중이 높고, 부양해야 할 노년층과 유소년층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을 때 생산성이 향상되고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