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통상 현장 Interview 가오첸 주한중국상공회의소 회장 “한중 경제협력, 제3국 시장 공동 개발로 확장 잠재력 크다”
  • 이용성 기자
  • 화려한 조명의 동방명주 타워가 보이는 중국 최대 경제 중심 도시 상하이의 야경.

    “지난 30여 년간 한중 양국이 발전시켜 온 상호 보완적인 협력 관계는 중국이 세계 제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고 우리나라가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갖춘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크게 기여했다.”(이재명 대통령)

    “우리는 한국 측과 소통을 강화하고, 협력을 심화하며, 공동 이익을 확대하고, 도전에 함께 대응해서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추진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을 용의가 있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상 11월 1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년 만에 한국을 국빈 방문하면서 한중 경제협력의 향후 진행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통상’은 가오첸(高晨) 주한중국상공회의소(韓國中國商會) 회장을 긴급 섭외해 양국 간 경제협력 관련 주요 현안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주한중국상공회의소는 한중 경제·무역 분야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주력 단체로, 2001년 12월 26일에 서울에서 창립했다. 한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잘 알려진 중국 기업 대부분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가오 회장은 중국 최대 종합 물류 플랫폼 시노트란스(중국외운·中国外运)의 한국 법인 시노트란스 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시노트란스는 1872년에 설립된 중국 국영 항만·물류·부동산 기업 차이나머천트그룹(초상국그룹·招商局集团) 계열사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시노트란스의 2024년 매출은 144억달러에 달한다. 가오 회장은 “2024년 기준으로 인천국제공항은 국제 여객수송에서 7067만 명으로 세계 3위에, 부산항은 컨테이너 처리량 2470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세계 6위에 각각 올랐다”면서 “이는 한중 간 경제협력이 단순한 양국 간 수출입을 넘어 제삼국 시장 공동 개발 가능성도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가오 회장과 일문일답.

    중국 중앙재경대 경영대학원, 전 시노트란스 재팬 사장, 전 시노트란스 인사 부문 채용·성과관리 담당 부장

    주한중국상공회의소 소개 부탁한다.

    “한중 경제·무역 분야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주력 단체다. 2001년 12월 26일 서울에서 창립했다. 한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잘 알려진 중국 기업 대부분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회원사는 어려운 경제 여건에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과 환경 문제 등 여러 도전을 극복하며 한중 기업 간 협력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또한 신업태(新業態)·신모델과 산업·공급망 융합 협력 기회를 한국 파트너와 함께 적극적으로 탐색해 상호 이익을 실현해 왔다.”

    중국 물류 대기업에 몸담은 입장에서 한중 경제협력의 최근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 한국은 중국의 두 번째 교역국이다. 한중 수교 33년 동안 양국 간 교역액이 60배 넘게 증가했다. 근년 들어 양국 간 산업 경쟁이 다소 심화한 것은 사실이나, 협력의 전략적·호혜적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경제·무역 협력이 관계의 ‘평형추’ 역할을 해 왔다. 단기적으로는 외부 불확실성 증가와 정책 관련 도전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견고한 협력을 기반으로 광범위한 분야에서 성장 잠재력이 크게 유지될 것으로 본다.

    특히 앞으로 지역 협력 심화 흐름 속에 이뤄질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 및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이 서비스 무역 개방을 촉진하고 첨단 기술과 친환경 에너지 등 분야의 협력을 가속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중국의 거대한 소비 시장은 계속해서 한국 기업을 끌어들일 것이다. 여기에는 일부 중국 지방정부의 외자 유치 정책도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RCEP는 한국을 비롯해 아세안 10개국과 일본·중국·호주·뉴질랜드 등 아·태 지역 15개국이 참여한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FTA로, 2022년 1월에 발효됐다.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최근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 2단계 협상 가속 의지를 천명했다. 2015년 체결한 1단계 FTA는 제조·부품 중심이었는데, 이번에는 문화·관광·서비스 분야로의 확대가 거론된다.

    양국 간 경제협력의 장기 성장 잠재력을 크게 보는 근거는.

    “2024년 기준으로 인천국제공항은 국제 여객 수송에서 7067만 명으로 세계 3위에, 부산항은 컨테이너 처리량 2470만TEU1)로 세계 6위에 각각 올랐다. 이는 한중 간 경제협력이 단순한 양국 간 수출입을 넘어 제3국 시장 공동 개발 가능성도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내가 속한 시노트란스그룹을 비롯한 재한 중국계 기업은 제삼국 시장 확대를 중요한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시노트란스는 2025년 5월에는 타 선사와 공동으로 상하이~칭다오~부산~멕시코 구간의 컨테이너 해상 운송 노선을 개설했고, 9월에는 항공사와 협력해 인천~시드니 화물 항공 노선을 운항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인천~미주 및 인천~유럽 화물 노선 개설도 추진 중이다. 이들 노선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한국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중국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과 공급망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부산 해상 환적과 인천 항공 환적이 상호 보완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별히 더 신경 쓰는 중점 협력 분야가 있나.

    “주한중국상공회의소는 회원사와 양국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한중 5대 분야 협력 플랫폼을 구축했다. 그 일환으로 한·중·일 전기차 세미나, 바이오·의약 교류를 위한 중국 포럼, 한중 스마트 농업 협력포럼, 한중 기업가 크로스보더(국경 간) 전자상거래 협력 포럼, 한중 의료·미용(의료·미용 산업) 협력 포럼 등 다섯 개 산업 포럼 및 교류회를 기획·주최해 양국 기업 간 교류·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선도적으로 움직여 왔다. 아울러 한중 지방 및 산업 간 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해 한국 각 지역을 상대로 현지 밀착형 방문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다.”

    10년 전과 비교해 중국의 경제력과 첨단 기술력이 큰 발전을 이루었다. 한중 협력의 유망 분야도 과거와 달라졌을 것 같은데.

    “한국은 반도체 기술에서 강점이 있고, 중국은 광대한 시장과 응용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따라서 양국은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과 배터리 신소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을 함께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전기차 및 친환경 이동 수단 분야에서도 협력 잠재력이 무척 크다. 양국의 주요 기업이 이미 배터리와 친환경과학기술 등 분야에서 협업을 진행 중이며, 향후 재생에너지, 환경보호 기술 등으로 협력 분야를 확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AI와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의 협력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향후 디지털 무역과 국경 간 데이터 흐름 등 분야에서도 협업을 심화할 수 있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혁명의 중요한 기점에 서 있다. AI와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 확산이 산업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대를 업종이나 분야가 아니라 ‘도전’이 규정하는 시대로 본다. 양국 산업계가 이 같은 추세를 잘 파악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함께 모색할 수 있길 기대한다.”

    한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이 지역사회와 공동 발전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나.

    “한중 경제협력 활성화로 점점 더 많은 중국 지방 정부가 한국에서 투자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한중 간 우호 도시(자매도시)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 회원사들은 지역 관습을 존중하고 지역 환경을 보호하며 생산과정에서 안전성 제고와 컴플라이언스 실천 등을 통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담당하면서 긍정적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지자체의 친환경 공익 프로젝트 참여, 관련 자선단체에 대한 기부와 물품 지원, 정기적인 지역사회 환원 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들이 직면한 어려움은 무엇인가. 어떤 부분의 개선이 필요할까.

    “부쩍 커진 시장 경쟁 압력이 가장 큰 도전이다. 중국 기업은 한국 기업 및 다국적기업과의 이중 경쟁에 직면해 있다. 다음으로는 운영비용 부담이다. 한국의 인건비와 에너지 가격이 중국보다 높고, 세제 관련 정책 변화는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법, 규범, 사내 규정, 윤리, 관습 등을 준수하는 경영 활동) 관련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국과 중국의 법률 체계는 상당히 차이가 커서 지식재산권 보호, 노동법 등 규정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큰 노력과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중국은 구매력과 기술력을 갖춘 거대한 시장이다.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여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보나.

    “20여 년에 걸친 본인의 업무 경험에 의하면 기업의 국제화에는 세 가지 핵심 동력이 필요하다. 본사 권한 위임(Empowerment), 현지 업무 추진 역량(Localization) 그리고 체계적인 협업(Synergy)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는 ‘본사가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가’ ‘현지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다른 파트너와 어떻게 협업할 수 있는가’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철저히 준비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한국 기업은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심층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 시장 기회에 대한 통찰력을 확보하고, 현지 R&D 역량을 강화하며, 정책·법률 환경 적응과 문화적 차이 극복 등에 주력해야 한다.”

    한중은 지리적으로 가까워 문화 차이를 간과하기 쉽다. 한국 투자자와 기업이 중국 시장 진입 시 특별히 유의해야 할 문화적 요소는 무엇일까.

    “한국에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은 직접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며 서면 계약을 통해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중국에서는 신뢰를 먼저 구축한 뒤 협약을 체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며, 구두 약속이 실무에서 사실상의 합의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는 본사 모델을 기계적으로 이식하는 것을 피하고, 마케팅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중국 소비자 문화와 가치관에 맞추어 현지화해야 한다. 또한 시간을 전략적 자원으로 간주해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인내심은 가격 경쟁력보다 더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중국 시장에 진출을 원하는 한국 기업·투자자를 주한중국상공회의소가 어떻게 도울 수 있나.

    “한국 기업과 중국 지방정부와 산업 협회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중국 지방정부의 투자 유치 부서와 협력·정책 소통을 촉진한다. 또한 중국 내에서 한국 기업을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로펌, 회계법인, 세무법인 등을 추천해 기업 설립, 계약 검토, 노동법 준수, 분쟁 해결 등을 지원한다. 파트너 및 채널 확장과 공급망·물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핵심 기업 네트워크를 연결해 전략적 제휴와 심층적인 매칭을 중개하는 한편 한중 공급망 네트워크 구축 또는 최적화 자문을 통해 통관·창고·크로스 보더·전자상거래, (물류 거점에서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라스트마일 물류 관련 공급망 비용과 리스크를 낮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용어설명
    • 1TEU

      컨테이너 크기와 용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20피트(6.1m) 길이 컨테이너를 기준으로 한다. 20피트 컨테이너는
      길이 6.1m, 폭 2.4m, 높이 2.6m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컨테이너다. 예를 들어, 4400TEU 컨테이너 선박은 20피트 컨테이너를 4400개 실을 수 있는 선박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