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2025년부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1)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대만 국가발전위원회는 2039년에는 고령 인구 비율이 약 30%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로 건강관리, 주거, 복지, 식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 체계적인 대응 필요성이 커졌으며, 저작력 및 연하 기능이 저하된 고령 인구의 증가와 맞물려 식생활 분야는 정책 대응의 우선순위로 부상했다. 특히 대만 식품공업발전연구소는 2025년 기준 대만 고령 인구가 약 467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 아래 대만 실버푸드 시장이 약 500억대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의 고령자 친화 식품 인증제 ‘이텐더’
대만 내 고령 인구의 증가에 따라 음식물 섭취·소화 기능이 저하된 노인을 위한 맞춤형 식품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고령자의 생리적 변화와 건강 상태에 따라 다양한 식품 유형이 개발되고 있다. 대만과 의료·영양 업계는 이를 체계적으로 분류해 대응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고령자 맞춤 식품 유형으로는 △연화식 △간병식 △저염식 △고단백식 등이 있다. 연화식은 일반적인 조리를 통해 부드럽게 한 식사로, 치아 기능이 약해진 고령자가 쉽게 씹고 삼킬 수 있도록 설계된다. 간병식은 연하 곤란(삼킴 장애) 고령자를 위한 고도화된 텍스처 조절식으로, 퓌레 형태나 점도가 조절된 식사가 대표적이다. 저염식은 고혈압, 신장 질환 등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저염 식단이며 고단백식은 근감소증 예방과 체력 유지를 위해 단백질 함량을 높인 식사 유형이다.
고령자 맞춤 식품은 일반식과 뚜렷한 차별성이 있다. 무엇보다 섭취 용이성이 고려돼 부드러운 식감과 삼키기 쉬운 점성 조절이 특징이며 흡인(목 막힘) 위험을 줄이도록 설계된다. 조리 방식은 자극을 최소화하고 소화 부담을 덜기 위해 국물형, 퓌레형, 죽 형태가 많으며 단백질·칼슘·식이섬유 등 고령자에게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가 보강돼 있는 점도 특징이다.
대만 보건 당국은 2020년부터 고령자 식사의 식감을 네 단계로 분류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품 개발 및 인증 제도 정비에 나섰다. 대표적인 제도로는 ‘이텐더(Eatender)’ 인증2)이 있다. 이는 대만 식품공업발전연구소가 운영하는 고령자 맞춤 식품 인증 시스템이다. 이텐더는 제품의 식감, 삼킴 편의성, 영양 성분, 위생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기준을 충족한 제품에는 ‘실버 세대 친화 식품(銀髮友善食品)’ 로고를 부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대만 실버푸드 시장의 주역들
대만에서는 고령자 맞춤 식품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대만의 시니어 대상 전문 플랫폼인 ‘러링왕(樂齡網)’의 판매량 상위 10위권 제품을 분석한 결과, 에버스마일(Ever‑Smile), 큐피(Kewpie), 요우지아(優加U+), 후리지아(護力呷) 등이 지속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주요 브랜드로 나타났다.
에버스마일과 큐피는 일본 브랜드다. 고급 수입 식품 판매장을 통해 유통된다. 일부 제품은 복지 기관이나 병원 등 기관 급식용으로도 납품되고 있다. 두 브랜드 모두 일본 농림수산성 및 IDDSI(국제 연하 단계 분류 기준)를 반영한 다단계 연하식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무스형 반찬, 채소 조림, 계란찜 등 부드러운 식감 위주의 메뉴 구성으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요우지아는 대만 식품 기업 렌샤식품(聯夏食品)이 개발한 브랜드다. 맥케이기념병원 영양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기능성과 실용성을 갖춘 고령자 맞춤 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삼킴 장애나 수술 후 회복기 고령자를 주요 대상으로 하며, 저염·저당·고단백 중심의 영양 설계를 기반으로 연화 반조리식, 영양 도시락, 보충 음료 등 다양한 제품을 구성하고 있다. 가정은 물론, 요양 기관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후리지아는 건강식품 전문 업체가 개발한 즉석 레토르트 죽 브랜드다. 중장년층과 고령자, 특히 저작력이 약한 노인을 주요 타깃으로 한다. 고단백·저염 기준을 충족한 균형 잡힌 식단으로, 고구마 돼지고기죽, 카레 닭죽 등 다양한 맛을 실온 보관형태로 제공한다. 이텐더 인증과 대만 농업부 식품 인증을 모두 획득해 제품의 신뢰성과 품질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들 브랜드는 공통적으로 고령자 소비자가 제품 선택 시 중시하는 삼킴 편의성, 영양 균형, 조리 간편성 등을 모두 충족하고 있으며 죽, 무스, 반찬, 음료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고령자의 식사 균형과 식생활 다양성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있다.
인증 표시 활용도 높이는 것은 숙제
대만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고령자의 식생활 문제에 대한 정책 대응을 강화하고 있으며, 연화식 및 간병식 같은 고령 친화 식품은 보건·복지 분야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텐더 같은 제도화된 인증 시스템은 고령 친화 식품의 품질 기준을 명확히 하고, 산업 내 표준화를 촉진하는 기반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2024년 기준 이텐더 인증 제품은 총 204개(96개사), 누적 기준으로는 958개 제품(228개 사)이 인증을 획득했다. 이 가운데 간식류(죽 포함), 음료, 스낵 등 ‘소량 다식’ 형태의 제품군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약 37%는 식감 기준(질감 등급)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씹기 쉬움’ ‘잇몸으로 씹기’ 등 세분화된 평가 항목은 삼킴 장애 고령자의 섭취 안전성을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반면, 인증 제품임에도 실제 포장에 이텐더 마크를 표시한 비율은 2023년 기준 44%에 그쳤다. 소비자 인지도 확대와 인증 제도의 실효성 제고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으며, 인증 마크 활용이 저조할 경우 소비자 신뢰 확보뿐 아니라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도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용어설명
- 1초고령사회
유엔(UN) 기준에 따라 총인구 중 65세 이상이 20% 이상인 사회. 고령사회는 14% 이상, 고령화사회는 7%
이상일 때를 뜻한다. - 2 이텐더 인증
대만의 고령자 맞춤 식품 인증 시스템. ‘Elderly, Affordable, Thoughtful, Easy, Nutritious, Delicious, Enjoyable, Reliable’의 머리글자를 조합했다. ‘노인에게 친화적이고, 가격이 합리적이며, 배려 깊고, 섭취가 쉽고, 영양이 풍부하며, 맛있고 즐겁고 신뢰할 수 있는 식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