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법률 전문가가 보는 통상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산업 재편 나선 중국 공급망 안정과 국제무역 질서, 中 과잉 공급에 대한 대응에 달렸다
  • 이주형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세계경제의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하는 가운데, 최근 국제무역 질서의 가장 큰 논점으로 중국의 과잉생산(overcapacity)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을 담당했던 중국은 내수 한계를 넘어선 대규모 생산 확대와 저가 수출 전략을 통해 세계시장을 재편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 중심의 성장 모델은 중국 내외적으로 복합적인 파장을 낳았는데, 서방 주요국은 이런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오랫동안 비판하면서 이를 막대한 국가 보조금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중국의 산업 보조금이 시장 경쟁을 왜곡하고 글로벌 무역 질서를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무역 전환(trade diversion)’ 효과1)에 따른 피해 역시 경계하는 중이다.

    특히 미·중 통상 갈등은 오랫동안 중국의 구조적 과잉생산 문제에 그 중심을 두고 지속돼 왔다. 중국의 경우 산업 생산능력이 내수 수요를 크게 초과, 넘치는 물량이 해외로 향하면서 글로벌 과잉 공급이 심해졌다. 중국의 글로벌 공급 확대는 철강, 알루미늄, 희토류 등 핵심 제조 원자재뿐 아니라, 배터리와 전기차 등 첨단산업 부문까지 폭넓다. 이는 결과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왜곡과 보호무역 확산을 초래했다.

    최근 EU는 2018년부터 시행한 철강 세이프가드의 2026년 6월 만료를 앞두고, 중국의 철강 과잉 공급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수입산 철강 관세를 50%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또 최근 개최된 철강 공급과잉에 관한 글로벌 포럼(GFSEC·Global Forum on Steel Excess Capacity)2)에서는 심화하는 공급 초과에 대응하기 위해 상시 모니터링 체계와 분석 도구의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의에서 참가국은 중국의 과잉생산은 여전한 구조적 문제로 남아 있고, 중국의 비(非)시장적 정책과 국유 기업 중심 투자로 시장 왜곡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 철강 생산능력과 수요 간 격차는 2023년 5억5000만t에서 2026년 6억3000만t으로 확대될 전망이며 2024년 중국의 철강 수출량(약 1억1070만t)은 2020년(5370만t)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은 중국의 과잉생산이 전 세계 무역 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한다. 또 비시장 정책 및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캐나다·멕시코의 대(對)중국 관세 조치를 환영하기도 했다.

    한편, 이런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특이한 행보가 눈길을 끈다. 중국은 다른 국가가 지적하는 과잉생산 문제가 기술혁신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교 우위를 확보한 자연스러운 산업 진화의 결과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물론 중국이 이 과잉생산 문제를 인정한 적이 없는 건 아니다. 중국은 2013년 ‘과잉생산 문제 해결을 위한 지침’을 통해 자국 산업의 구조적 불균형을 공식적으로 진단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과잉생산의 주요 원인을 무분별한 투자 확대, 산업 집중도 부족, 생산 요소 가격 왜곡 그리고 지방정부 성장 중심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중국 관련 부처 지방정부가 제출한 발전 계획을 토대로 연간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해당 책임을 기업 단위로 분담하는 관리 체계를 마련했다. 이러한 조치는 국가 보조금과 과잉 투자로 발생한 문제를 완화하고, 산업과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내부적 대응으로 추진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때를 제외하고 중국은 자국의 과잉생산 논란에 대해 ‘경제적 경쟁력의 문제이지, 구조적 과잉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그리고 이 입장의 근거로 중국 산업 가동률과 재고 수준은 국제적으로 정상 범위에 속하며 통계상 과잉을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 미국의 문제 제기는 중국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입해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독점을 위협하자 이를 억제하기 위한 명분으로 ‘과잉생산 프레임’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 중국 내 신에너지산업 확대가 전 세계 녹색 전환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중국 내부에서도 수출 중심의 초과 공급 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수 진작과 공급 측면의 구조 개혁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배터리·전기차·태양광발전 산업에서 생산능력이 수요를 압도하며 가격 하락이 심화한 건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가속화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25년 7월 중앙 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전국 통일 대시장 건설’을 강조하고, 지방정부의 왜곡된 보조금 정책과 저가 무질서 경쟁을 근본적으로 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내권(內卷·involution)식 경쟁 관리 정책’으로 이어진다. 미국, EU 등 세계 각국이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의 기술 패권 자립을 견제하기 위한 억지 주장’이라고 항변하던 그간의 중국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내권’은 발전의 외연적 확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내부적으로만 경쟁이 심화하는 현상을 뜻한다. 중국에서 논의 중인 ‘내권식 경쟁’은 이러한 현상이 경제 전반에 적용된 개념으로, 기업 간 원가 이하 판매와 과잉생산을 동반한 출혈 경쟁을 가리킨다. 이 개념은 2024년 7월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처음 공식 언급됐으며, 이후 정부 차원의 정책 어젠다로 급속히 확산했다. ‘내권식 경쟁 종합 관리 및 지방정부·기업 행위 규범화’3)가 2025년 경제정책의 핵심 방향으로 채택된 배경이다.

    이후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 태양광발전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저가 경쟁을 단속하고, 시장 질서를 재정비하는 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내권식 경쟁을 주요 경제 리스크로 인식하게 된 배경에는 과잉생산의 구조적 누적이 있다. 수요 부진과 수출 감소, 대외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제조업 중심의 경제가 생산 확대를 지속하며 가격 경쟁이 격화된 결과, 중국 기업은 생존을 위해 출혈적 가격 인하에 나서게 됐다. 

    중국 정부는 이에 산업 보조금 지급 구조를 재검토하고, 공정 경쟁 기반의 시장 질서 회복을 통한 산업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2025년 6월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에는 플랫폼 산업을 포함한 디지털 경제 전반의 과열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 신설됐다. 여기에 정책적 수단으로 산업 내 구조 조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산업 재편은 과잉생산 해소뿐 아니라,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구조 전환을 유도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와 맞닿아 있다.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는 단순한 과잉 공급을 넘어, 국가 주도 성장 모델의 전환기적 한계를 드러내는 셈이다. 중국 정부도 내권식 경쟁 관리와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 질서를 회복하고자 하지만, 과잉 투자와 저가 경쟁이 굳어진 현실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 향후 중국의 과잉 공급에 전 세계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가 글로벌 공급망 안정과 국제무역 질서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


    용어설명
    • 1무역 전환 효과

      자유무역협정(FTA) 등 관세 동맹으로 인해 비효율적인 공급국에서의 수입이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 정부가 자국 전기차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 이들이 생산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글로벌 시장에 차를 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원래 독일 전기차를 구매해야했을 유럽 소비자 A는 대신 보조금으로 가격 경쟁력을 비정상적으로 높인 중국 전기차를 구매하게 되는데, 이를 보조금으로 인한 무역 전환 효과라고 부른다. EU는 이것이 공정 경쟁이 아닌, 중국 정부 개입으로 인한 시장 왜곡이라고 비판한다.

    • 2 철강 공급과잉에 관한 글로벌 포럼(GFSEC·Global Forum on Steel Excess Capacity)

      2016년 9월 주요 20개국(G20) 항저우 정상회의에 따라 글로벌 철강 과잉 공급 해소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출범.

    • 3 내권식 경쟁 종합 관리 및 지방정부·기업 행위 규범화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내부 경쟁을 멈추고, 질적 성장으로 가기 위한 중국 정부의 관리 정책. 내권은 성과나 혁신 없이 모두가 지쳐 떨어지는 제로섬게임을 뜻하는데, 중국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정부와 기업의 행위에 대한 표준(규범)을 세워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