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글로벌 트렌드 다변화가 수출 지속·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한국무역협회(KITA) 보고서 품목·시장 다변화, 수출 생존율·성장률 모두 끌어올렸다

한국은 제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세계 10대 수출국으로 성장했으나, 수출품 편중도가 높아 ‘다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상위 10대 수출 품목이 절반 이상, 상위 10대 시장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수출 집중도 지수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한국 수출의 다변화 현황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수출 집중도 지수는 918로, 수출 규모가 비슷한 일본(892)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841), 미국(717), 프랑스(549) 등 다른 주요 국가의 지수도 웃돌았다. 이는 수출 집중도를 평가하는 기준인 허핀달-허시먼 집중도 지수(HHI)1)를 사용해 세계 10대 수출국을 분석한 결과다. 지수가 높을수록 편중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다. 

수출 품목 집중 지수도 한국(520)이 가장 높았다. 이어 일본(389), 영국(344), 미국(230) 등의 순이었다. 기업 차원에서는 지난 10년간 평균 수출 품목수가 증가했지만, 중견·중소기업이 단일국과 단일 품목 수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우리나라 수출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특정 시장·품목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신흥 시장과 신산업으로 전략적 다변화가 절실하다.

수출 다변화, 수출 생존율도 끌어올려

수출 다변화는 수출 지속 기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무역협회는 기업의 수출 지속 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수출 기업을 분석했다. 2010~2024년 한국무역협회가 9만 2385개 기업을 상대로 ‘콕스 비례 위험 모형(Cox Proportional Hazard Model)’2)을 분석한 결과, 수출 대상국이 1개국 늘어날 때 수출 중단(2년 이상 수출 실적 없음) 위험도는 5.4% 낮아졌으며, 수출 품목(HS 10단위) 수가 한 개 늘어날 경우 위험도는 1.2%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수출 지속 기업의 평균 수출 대상국 수는 6.2개, 수출 품목 수는 10.3개로 수출 중단 기업 대비 2~4배 이상 그 수가 많았다. 수출을 지속하는 기업은 수출을 중단한 기업 대비 수출 대상국과 수출 품목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수출 중단 기업은 평균적으로 수출에서 최대 수출국 및 최대 수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상회했으나, 수출 지속 기업은 75%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수출 대상국과 수출 품목 수가 늘어날수록 수출을 지속할 확률도 상승했다. 수출 대상국 5개국 이상, 수출 품목 20개 이상인 업체의 경우 수출을 지속할 확률이 50%를 상회했다. 반면 단일국 및 단일 품목 수출 기업이 수출을 계속 유지할 확률은 35%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0~2024년 수출 지속 기업 2만2755개 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수출국 및 수출 품목 수가 1개 늘어날수록 수출액도 각각 7.8%, 1.1%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 결과, 고성장 수출 기업은 수출 다양성도 높았다. 고성장 수출 기업(수출 지속 기업 2만2755개사 중 1만4782개 사)은 수출 품목 및 수출 대상국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출 집중도는 더 낮았다. 2024년 기준 고성장 수출 기업의 평균 수출 대상국 수와 수출 품목 수는 각각 9.47개국, 17.56개로 저성장 수출 기업 7.89, 12.73개 대비 그 수가 많았다. 같은 기간, 개별 기업의 최대 국가 및 최대 품목 수출이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69%, 71%로 고성장 수출 기업의 수치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재편기, 주력 산업 경쟁력 유지하되 품목 다변화 전략 필요

글로벌 교역 환경이 급격히 변하는 상황에서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됐다. 상위 10개 품목의 높은 집중도는 리스크 측면과 지속 가능 측면에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또 미·중 분쟁, 지정학적 리스크, 보호무역 강화로 인해 공급망이 지역별로 재편되고 있는 것도 위험 요소다. 특히 한국같이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한 번의 충격으로 수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실제 2022년 이후 반도체 경기 급락 시 전체 수출이 동반 하락한 경험이 이를 입증한다.

이를 위해 반도체·철강 등 강점이 있는 분야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수출 국가·품목 등을 다각화해 외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별·기업별 특성에 맞춰 집중화와 다양화의 균형 있는 관점에서 수출 전략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기존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고도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고객과 지역 공급망을 다변화하여 리스크를 절감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리스크 분산을 위한 국가별 수출 전략 마련해야

우리나라 수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우선 수출 시장 분산을 도모해야 한다. 기업이 단순히 수출 대상국을 확대하는 목표만 세우지 말고, 리스크 분산을 위한 국가별 수출 전략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생산 네트워크 연계형 수출 구조도 설계할 필요가 있다. 공정 분할, 공급망 연결 생산 거점에 조립 기지 설치 등을 통해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갈등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또 기존 품목의 고도화 및 신성장 분야로 수출 기반을 전환해야 한다. 수출 집중도가 높은 품목에 대해서는 수요 변화 예측을 통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경기 둔화나 가격 하락 등에 대비하기 위한 위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전통 주력 품목의 친환경·지능형 전환을 통해 산업 내 다변화를 꾀하고, 이와 동시에 첨단 기술 기반 융·복합 제품으로 품목군 확대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업 규모와 성장 단계별 맞춤형 다변화 전략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설립 초기 중소기업의 경우 시장, 거래처 확대를 위해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중견 기업은 품목 다변화 성과를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및 현지화가 필요하다. 수출 지속성이 낮은 소규모 기업은 금융 지원을 강화해 기업 생존 안전성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품목 다변화를 이루고 수출 성장 선순환 구조 구축을 유도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다변화 정책의 성과 지표로 정책 효과를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전략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수출 다변화는 단기 실적보다 구조적 경쟁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한국이 글로벌 교역의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생존을 넘어 번영하려면 깊이뿐 아니라 폭도 키워야 한다.


용어설명
  • 1허핀달-허시먼 집중도 지수(HHI)

    매출액이 가장 큰 기업에서 작은 기업순으로 배열한 뒤 상위 50개 기업에 대한 각각의 시장점유율을 배분율로 구하고 이들 점유율의 제곱을 모두 합산한 것이다. HHI 값이 클수록 시장의 집중도는 높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합병 인가 당국이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합병에 따른 경쟁 제한 여부를 판단하는데 일차적으로 활용하는 지표다. 우리나라도 기업결합 심사 시 시장 집중도 측정 지표를 현행 시장점유율 합계(CRk)에서 HHI로 변경할 예정이다.

  • 2 콕스 비례 위험 모형 (Cox Proportional Hazard Model)

    주로 생존 분석에 사용되는 통계적 모형이다. 각 요인이 사건 발생 위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위험비(hazard ratio)로 계산하며, 시간에 따른 위험비가 일정하다는 비례 위험 가정에 기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