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중동·아시아의 교차점에 있는 튀르키예의 지리적 위치는 투자자가 누릴 수 있는 큰 장점 중 하나다. 일례로 이스탄불에서 4시간 비행 반경 내에 56개국 시장에 닿을 수 있다. (중략) 따라서 한국 기업의 튀르키예 투자는 훨씬 더 넓은 지역으로 뻗어가기 위한 의미 있는 첫발일 수 있다.”
한국에서 튀르키예는 ‘형제의 나라’로 불린다. 보훈처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과 영국, 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2만여 명의 병력을 파병했다. 사상자는 2300명이 넘었고, 일부 튀르키예 군인은 10여 년간 전쟁고아 수백 명을 돌보기도 했다. 하지만 튀르키예인과 한국인의 각별한 인연은 그보다 훨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튀르키예의 조상인 돌궐족이 중국 당나라에 대항해 고구려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는 인구 8800만 명의 거대 시장이자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교통·물류 허브이기도 하다. 온종일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9월 16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공유 오피스에서 타하 사란 튀르키예 투자청 한국 지부장을 만났다. 사란 지부장은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2008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대학 졸업 후 자국으로 돌아갔다가 2016년 튀르키예 투자청 한국 지부장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그는 “튀르키예 정부는 한국을 아시아에서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 중 하나이자 첨단 기술과 글로벌 경쟁력, 협력 지향적인 사고방식을 겸비한 파트너로 본다”면서 “한국 기업은 기술 경쟁력과 현지 투자에 대한 관심도, 튀르키예의 역동적인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적응력 등에서 적절히 균형을 잘 잡고 있다”고 덕담을 했다. 현지 진출 한국인이 주의해야 할 점을 묻자 “튀르키예가 지역마다 다채로운 문화와 전통이 풍부하게 어우러진 사회라는 걸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가치관과 우선 순위, 비즈니스 관행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과 튀르키예의 협력 관계, 어떻게 보고 있나.
“튀르키예와 한국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우정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특히 경제협력은 최근 몇 년간 양국 관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부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강력한 기반을 마련했으며,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무역·투자를 활성화하고 있다. 국제적인 전문성과 앞선 기술력, 자본력 등에 강점이 있는 한국 기업을 위해 튀르키예는 전략적 시장 접근에 유리한 지리적 위치와 젊고 숙련된 노동력, 강력한 정부의 투자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런 강점을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합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 목표다.”
한·튀르키예 FTA는 2010년 공식 협상을 시작해 2012년 타결했고, 2013년 5월부터 FTA 기본 협정과 상품 분야 협정이 발효했다. 서비스·투자 협정은 2015년 5월 타결해 2018년 8월부터 발효했다. 튀르키예의 전체 인구 중 2000년 이후 출생한 Z세대가 37.2%를 차지할 만큼 인구구성이 젊다. 미국 인구조사국은 최소 2035년까지 튀르키예의 Y세대(1990~2020년 초) 인구 비율이 유럽 및 주변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인직접투자(FDI)와 교역 흐름은.
“한국의 대(對)튀르키예 FDI 규모는 누적 기준 약 40억달러다. 이 중 약 30억달러(75%)를 지난 10년 사이에 집행했다. 연간 교역 규모는 100억~110억 달러다. 한국이 튀르키예에 주로 수출하는 품목은 자동차, 자동차 부품, 전자 및 기계, 석유화학 제품이다. 반대로 한국은 튀르키예의 바이오·제약 수출 1위 시장이다. 하지만 튀르키예의 대한국 수출은 한국의 대튀르키예 수출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상호 수출 격차를 줄여 불균형을 개선할 수 있길 바란다.”
튀르키예 정부가 경제협력 파트너로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튀르키예 정부는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 중 하나이자 첨단 기술과 글로벌 경쟁력, 협력 지향적인 사고방식을 겸비한 파트너로 본다. 한국이 양국 간 투자·교역에서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협력 관계 확대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튀르키예에서 한국 기업 이미지는 어떤가.
“튀르키예에는 430개가 넘는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데, 첨단 기술과 고품질 제품, 현지 투자에 대한 강한 의지 등으로 인해 신뢰할 수 있는 장기 협력 파트너로 인식되면서 매우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특히 삼성·현대·LG 등 대기업에 대해서는 투자자로서는 물론, 튀르키예의 산업 발전과 고용 증대, 수출에도 기여하는 고마운 존재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중국·일본 기업과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 기업은 특히 협력 지향적인 업무 접근 방식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중국 기업은 인프라·무역 분야에서 활약이 두드러지고, 일본 기업은 제조업·금융 분야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반면 한국 기업은 기술 경쟁력과 현지 투자에 대한 관심도, 튀르키예의 역동적인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적응력 등에서 적절히 균형을 잘 잡고 있다. 또한 문화,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K-웨이브의 글로벌 영향력 덕분에 튀르키예에서도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위력을 발하고 있다. 이는 튀르키예 소비자와 협력사가 한국 브랜드와 투자자에게 더욱 강한 친근감과 매력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어떤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이 유망할까.
“상호 보완적이고 성장 잠재력 큰 분야가 여럿 있다. 특히 첨단 제조업, 모빌리티, 청정에너지, 의료, 디지털 산업 등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한다. 자동차 및 기타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생산 허브인 튀르키예와 선도적인 전기차·배터리 기술을 보유한 두 나라 간 합작 투자 기회가 분명히 있다. 또한 양국이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재생에너지, 수소, 원자력, 첨단 배터리 가치 사슬 분야의 협력도 잠재력이 크다.”
제조업 강국인 튀르키예는 유럽 및 주변국의 생산기지 역할을 한다. 자동차의 경우 2022년 기준, 연간 총생산량(135만2000대)의 71.7%에 해당하는 97만 대를 수출했다. 수출된 자동차의 절반 이상은 유럽(65%)으로 향했다. 북서부 이즈미트에 있는 현대차 튀르키예 공장은 1997년 문을 연 현대차의 첫 해외 공장이다. 연간 총생산능력은 24만5000대 수준이며, 내연기관 소형차인 i10와 i20,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베이온 등 유럽 전략형 모델을 생산한다.
현대차 튀르키예는 이즈미트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 라인을 구축, 내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생산할 모델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재 개발 중인 유럽 현지 전략형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유력해 보인다.

디지털 경제와 헬스케어 분야는 어떨까.
“튀르키예는 유럽·중동·아프리카(EMEA)에서 디지털 생태계의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다. 특히 핀테크와 게임, 인공지능(AI) 분야 성장이 두드러진다. 한국 투자자는 이처럼 활력 넘치는 생태계에 가치를 더하거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튀르키예가 각각 기술력과 인프라에서 높은 경재력을 보유한 바이오·헬스케어도 협력이 기대되는 분야다.”
건설·인프라 분야는.
“튀르키예는 인프라 프로젝트 분야의 글로벌 리더중 하나다. 한국의 스마트시티 및 첨단 엔지니어링 전문성과 결합하면 시너지가 클 것이다.”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보스포루스해협의 해저를 관통하는 아브라시아터널은 SK건설이 2008년 사업을 수주해 2016년 12월 개통했다. 자동차 전용 복층 터널로, 5400m 길이의 유라시아 해저터널이다. 보스포루스해협의 제3 대교도 한국 기업의 작품이다. 2016년 현대건설과 SK건설이 합작 시공해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자랑했다. 총연장 2164m, 주탑 간 거리 1468m의 현수 사장교로, 사장교 규모로는 세계 1위를 자랑한다.
튀르키예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인이 주의해야 할 점은 없을까. 문화적인 차이라든지.
“튀르키예가 지역마다 다채로운 문화와 전통이 풍부하게 어우러진 사회라는 걸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과 문화에 따라 관점과 비즈니스 관행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한 번의 경험이나 만남으로 성급하게 일반화해선 안 된다.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가치관과 우선순위, 비즈니스 관행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상호 이해를 위한 노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공의 주춧돌이 될 것이다.”
튀르키예 비즈니스 스타일은 형제의 나라 한국과 비슷한가.
“양국은 비즈니스 파트너와 인간관계와 상호 신뢰, 장기 파트너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등 비슷한 점이 많아 협력이 용이하다. 튀르키예에서 비즈니스의 방향이 관계 중심적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파트너와 신뢰·유대감 형성을 위해 시간을 충분히 투자해야 한다. 의사 결정 과정에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관여할 수 있으므로 인내심과 일관성 있는 태도 또한 매우 중요하다. 비즈니스에는 영어를 널리 사용하지만, 현지 전문가나 튀르키예어를 구사하는 직원을 확보하는 것이 원활한 관계 구축을 위해 필수다.”
규제 측면에서는 어떤가.
“튀르키예의 투자 환경은 투명하며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만, 처음 진출하는 투자자의 경우보다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현지 법률·금융·비즈니스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언제나 현명하다.”
튀르키예 투자청이 현지에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기업을 어떻게 도울 수 있나.
“튀르키예 투자청은 투자 과정 전 단계를 커버하는 원스톱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준비 과정에서는 시장 정보, 산업별 분석, 법적·규제 프레임워크 관련 지침을 제공한다. 본격적인 진출 단계에 접어들면, 시장조사와 입지 선정, 인센티브 신청 등을 돕는다. 또한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현지 기업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한국의 기업과 투자자의 신속하고 원활한 튀르키예 진출과 적응을 도와준다. 운영 단계에서는 사후 서비스를 통해 투자자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튀르키예를 발판 삼아 중동과 유럽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건 괜찮은 전략일까.
“유럽·중동·아시아의 교차점에 있는 튀르키예의 지리적 위치는 투자자가 누릴 수 있는 큰 장점 중 하나다. 일례로 이스탄불에서 4시간 비행 반경 내에 56개국 시장에 닿을 수 있다. 인구로는 13억 명, 경제 규모로는 32조달러가 넘는다. 또한 유럽연합(EU) 관세동맹 회원국인 튀르키예는 30개국이 넘는 나라와 FTA를 맺고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의 튀르키예 투자는 훨씬 더 넓은 지역으로 뻗어가기 위한 의미 있는 첫발일 수 있다. 현대차가 1995년 튀르키예에 첫 해외 공장을 설립한 후 생산량의 85% 이상을 EU 국가로 수출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