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외 인터뷰 Interview 에두아르도 페드로사 APEC 사무국장 “지정학 긴장 속 한국, 공급망 정상화 이끌 역할 기대”
  • 윤진우 기자
  • “지정학적 환경 변화, 지역·국제기구의 역할 변화 등 대응해야 할 문제가 산적한 가운데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이하 APEC 2025)에서 열리는 각각의 회의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 전 세계인이 알게 됐으면 좋겠다.” 에두아르도 페드로사(Eduardo Pedrosa) APEC 사무국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APEC 2025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는 2024년 11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35차 APEC 장관급 회의에서 APEC 사무국장으로 공식 임명됐다. APEC 사무국에 합류하기 전에는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사무총장을 역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국 런던정치경제대 경제학, 전 콘라트아데나워재단 편집자, 전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부국장, 전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사무총장

    APEC 2025 개최지로 한국과 경주의 장점은 무엇인가.

    “먼저 경주는 APEC 2025 여정을 시작하는 데 영감을 주는 장소다. ‘벽이 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리며, 1000년 가까이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는 APEC이 추구하는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 위한 편안한 환경을 제공한다. 한국은 APEC 2025에서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의제를 잘 설정했다. 인공지능(AI)과 인구 변화 말이다. 한국의 혁신적인 미래지향성과 경주의 뿌리 깊은 역사성은 미래 발전이 역사의 기초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APEC 2025가 무역과 경제협력을 촉진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까.

    “APEC은 21개 경제체가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교환하고 정책을 조정하며 공통된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자리다. 민간 부문도 APEC 비즈니스 자문위원회와 APEC CEO 서밋(Summit)을 통해 이런 대화에 참여하고, 경제적 우선 사항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진다. APEC은 합의제 방식으로 운영되며, 구속력 있는 규칙을 협상하지 않기 때문에 각 경제체가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험하고 최선의 사례를 공유하며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APEC의 이니셔티브는 그동안 무역 촉진, 디지털 표준 같은 분야에서 논의 방향을 이끌어 왔다. 특히 제주에서 지난 5월 열린 ‘제주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그 정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로벌 무역 환경이 긴장된 상황에서도 건설적인 논의 끝에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공급망 회복을 위해 필요한 협력은.

    “공급망은 평상시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전기선과 같다. 전기선이 단선되면 즉시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APEC은 공급망을 더 복원력 있게 만들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첫 번째 복원력은 효율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투명한 국가 간 무역 절차에서 비롯된다. APEC은 이미 수년 동안 무역 비용 절감을 위한 여러 이니셔티브를 추진해 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전자 원산지 증명서, AI, 블록체인 파일럿 등을 통한 세관 시스템 현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 복원력은 충격에 대한 예측 및 대응 능력에서 비롯된다. APEC 경제체는 이를 위해 위기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공공과 민간 부문 간 협력을 통해 물류 병목현상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 복원력은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지속 가능성과 디지털화는 복원력의 핵심이다. APEC은 환경 및 사회적 기준을 정립하고, 디지털 통상을 촉진하는 등 공급망의 신뢰성, 효율성 및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

    AI 관련 협력이 APEC 2025의 중요한 의제라던데.

    “AI는 이제 범용 기술로 자리 잡아 우리가 일하고, 무역하고,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APEC 내 모든 워킹그룹이 이제 AI와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디지털 거버넌스, 통신, 식량 안보, 건강, 노동력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활용성이 논의되고 있다. 각 경제체 간 AI 정책 성숙도와 기술 준비 상태가 매우 다르다. APEC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의 장을 제공한다. APEC은 구속력 있는 글로벌 규칙을 만들지 않지만, 신뢰와 상호 운용성의 기초를 다지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우선 사항으로는 A I의 모범 사례를 공유하고, 새로운 활용 사례를 실험하며, 정책 접근 방식을 정렬하는 것이다. 또 다른 우선 사항은 사람과 기업이 디지털 기술로 전환을 준비하는 것이다. 특히 작은 기업이 새로운 도구를 채택하고,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APEC 2025가 미래 세대에게 남길 유산은.

    “APEC 2025에서 남기고 싶은 것은 단순히 성과 목록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추진력과 목적의식이다. APEC 2025의 주제인 ‘지속 가능한 내일 만들기: 연결, 혁신, 번영’은 미래를 위한 추진력 및 목적의식과 연결된다. 우리는 2025년을 전환점으로 삼고 싶다. 21개 A PEC 경제체가 전 세계인의 삶을 향상하는 실질적인 협력에 집중하는 동시에 공급망 신뢰성 유지, 중소기업 번영, 디지털 및 인구 변화에 대한 준비 등을 이끌고자 한다.”

    한국 정부와 시민에게 조언한다면.

    “한국은 이미 APEC 2025 주최국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 AI, 인구 변화, 식량 안보 같은 중요한 문제를 지역사회에 제기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APEC을 주최하는 것은 주최국이 어떤 사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전 세계에 보여줄 기회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빠른 발전 그리고 지역에 영감을 주는 문화와 창의적인 분야에서 큰 강점이 있다.”

    포용적 성장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가.

    “포용성은 APEC의 핵심 가치다. 무역, 투자 및 구조 개혁 작업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삶을 향상한다. 성장의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게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 의료, 사회보호, 인프라 등 기본적인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고 경제활동에 전면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변화에 대한 APEC의 대응은 어떤가.

    “기후변화는 환경적 문제를 넘어 전 세계 경제 시스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APEC은 기후변화 문제를 2007 기후변화 정상 선언1) 이후 점진적으로 다뤘고, 이를 경제협력과 밀접하게 결합해 논의하고 있다. 식량 안보 로드맵, 공급망 연결 프레임워크,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 같은 구체적인 이니셔티브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APEC이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은.

    “디지털 격차 해소는 포용적 성장의 핵심이다. APEC은 디지털 경제 로드맵을 통해 농촌 지역과 경제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디지털 접근을 촉진하고 있다.”


    용어설명
    • 1 2007 기후변화 정상 선언

      2007년 시드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정상 선언.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 경제성장이 서로 연결된 중요한 과제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