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글로벌 트렌드 맥킨지 ‘무역 대조정(Great Trade Arrangement)’ 보고서 미·중 갈등 속 글로벌 공급망 재편 불러오는 무역 대조정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이 공급망을 어떻게 재조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은 중국산 수입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체 공급처를 찾거나, 그러지 못할 경우 구매 축소, 유사 제품으로 대체, 혹은 자국 내 생산 확대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비용, 기술, 시간 등 복합적인 자원이 필요하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이 같은 변화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재조정 비율(rearrange- ment ratio)’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미국의 대중(對中) 수입을 다른 공급원으로 얼마나 쉽게 돌릴 수 있는지를 수치화한 지표다. 특정 품목의 대중 수입액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가용 수출 여력으로 나눠 산출한다. 값이 낮을수록 대체가 쉽고, 1을 넘으면 단순한 전환, 즉 중국산 수입을 대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는 이 개념을 활용한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미국의 대중 수입품 가운데 약 35%는 재조정 비율이 0.1 미만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규모가 세계 공급 여력의 10분의 1 이하라는 의미로, 티셔츠나 로직 칩(CPU 같은 시스템 반도체)처럼 대체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품목에 해당한다. 

반대로 재조정 비율이 높을수록 전환은 어려워진다. 특히 전체 무역의 5%가 넘는 품목은 비율이 1.0을 초과하는데, 대표적으로 희토류 자석이 이에 속한다. 이 경우 미국의 중국산 수입 규모가 글로벌 공급 여력을 웃돌아 사실상 대체가 불가능하다. 9가지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이를 통해 분석한 결과, 유럽은 무역 재조정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유럽의 대미 수출과 대중 수입은 각각 약 2000억 달러 가까이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대 70개국의 대미 수출이 10% 이상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2018년 이후 이미 무역구조는 지정학적 선을 따라 재조정되고 있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교역의 평균 ‘지정학적 거리’가 점차 좁혀졌는데, 이는 일명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현상으로 해석된다. 실제 미국의 대중 수입은 2018년 부터 2024년까지 20% 이상, 금액으로 1000억달러 이상 감소한 반면, 미국 수입은 같은 기간 약 30% 증가했다. 미국과 지정학적 거리가 짧은 캐나다와 거리가 먼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 차이가 최근들어 더 커진 것이다. 

줄이거나, 바꾸거나, 키우거나, 재조정하거나 

궁극적으로 기업과 정부의 선택지는 감축(reduce·구매량을 줄이거나 소비를 감소), 대체(replace·유사한 제품으로 교체), 확대(ramp up·국내 혹은 우호국에서 생산능력 확충), 재조정(rearrange·공급망 자체를 새로운 국가로 전환) 등 네 가지로 요약된다. 네 가지 전략은 복합적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 다만 어떤 선택이든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며 일부 산업에서는 경제성이 낮을 수 있다. 

미·중 무역 ‘재조정 비율’ 분석…소비재는 대체 어렵고 중간재는 용이 

재조정 비율은 값이 낮을수록 다른 국가로 전환이 쉽고, 1을 초과하면 사실상 단순 대체가 불가능함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매년 중국에서 약 400만달러어치 초콜릿바를 수입하지만,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가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 수출하는 초콜릿바 물량은 60억달러에 달한다. 이에 따라 재조정 비율은 0에 가까워 전환이 용이하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장식품의 경우 대중 수입액은 30억달러에 이르지만, 대체 가능한 중국을 제외한 세계의 공급량은 6억달러에 불과해 비율이 1을 훌쩍 넘는다.

미국의 평균 대중국 재조정 비율은 약 0.4로 집계됐다. 의약품은 0.03으로 가장 낮고, 전자·섬유는 0.3~0.5 수준, 요가매트·스테이플러 같은 기타 제조품은 0.9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중간재보다 최종 소비재의 전환이 더 어렵다. 반도체 같은 부품은 대부분 0.3 미만이지만, 스마트폰은 0.4이고, 특히 노트북은 1.0에 가까워 대체가 어렵다. 미국은 매년 450억달러어치 노트북을 수입하는데, 이 중 350억달러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EU)과 아시아 주요국 비(非)미국 수출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섬유류도 차이가 크다. 티셔츠·바지 등은 다양한 국가에서 공급돼 0.1 미만인 반면, 합성섬유 양말, 의료용 마스크 등은 0.5 이상으로 대체가 쉽지 않다. 미국의 대중 수입 중 36%는 0.1 미만으로 비교적 대체가 쉽다. 반도체, 자동차 부품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5%는 1을 넘어 대체가 불가능하다. 대표적으로 희토류 자석은 전 세계 생산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어 다른 공급원 확보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일부 핵심 광물은 상황이 다르다. 예컨대 마그네슘은 이미 중국 외 국가에서 공급받고 있으며, 갈륨 반도체는 대만이 주요 공급처다.

전체적으로 보면 약 60%는 0.1~1.0로, 어렵지만 전환이 불가능하지는 않은 품목이다. 특히 자본재 중 전자 제품은 절반 이상이 0.5를 넘는 반면, 기계·설비 분야는 대부분 0.25 이하다. 미국의 평균 재조정 비율은 1995년 이후 거의 두 배로 상승했는데, 그중 상당 부분은 1 이상을 기록하는 품목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의 대미 수입은 상황이 다르다. 75%가 0.1 미만으로, 원유·중형차·옥수수 등은 공급처가 다양해 대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중국의 대미 수입 대부분이 농산물과 화학제품으로 구성돼 있는데, 대두는 0.7로 전환이 쉽지 않으며, 석유화학 원료인 에탄올은 1을 초과해 사실상 대체가 불가능하다. 다만 미국은 주로 소비재와 전자 완제품이 문제이고, 중국은 중간재가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기업도 공급망 재조정 압박…“관세 비용 곡선이 움직인다”

기업은 공급망 재조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국가별로 상이한 관세율은 이른바 ‘관세 비용 곡선(tariff cost curve)’을 형성하며, 중국은 여전히 다른 국가보다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담하고 있다. 이는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1)하에서 부과된 일부 관세를 제외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관세 비용 곡선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2025년 들어 크게 요동쳤고, 앞으로도 변동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다른 국가에 대해 낮은 관세를 유지하는 한, 미국 기업은 자연스럽게 곡선의 왼쪽(고관세 국가)에서 오른쪽(저관세 국가)으로 공급처를 전환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관세 비용 곡선은 산업과 품목별로 다르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애당초 8월 12일부터 예정됐던 관세(현재 협상 진행 중)를 기준으로 보면, 중국산 면 티셔츠에 78%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에서 세전 가격보다 1.78배 뛴다. 반면 과테말라산 티셔츠에는 10%의 관세만 적용돼 1.1배 수준에 그친다. 

만약 운송비, 생산비, 이윤 등을 감안했을 때 과테말라산 제품의 총비용이 중국산 대비 1.6배 이내라면,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산보다 과테말라산을 선택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재조정이 어려운 분야일수록 관세율이 더 높다. 2025년 4월 2일 발표된 미국의 신규 관세는 국가별로 차등 적용됐으나, 기본 제조업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섬유, 고무·플라스틱, 기타 제조업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품목은 대체로 저·중소득 국가에서 주로 수출되며, 미국과의 무역수지에서 흑자를 많이 내는 경우가 많아 더 높은 관세율이 매겨졌다.

문제는 이러한 기본 제조업 품목이 미국의 대중 무역에서 재조정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즉 미국이 주요 수입국이고, 중국이 압도적 수출국인 분야일수록 무역 재조정은 어렵다. 그럼에도 관세 부담은 이들 분야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전자 제품, 기계류 등 첨단 제조업은 중국뿐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의 선진국에서도 폭넓게 수출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미국과 무역 불균형이 상대적으로 덜해 관세율이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공급망 재조정도 기본 제조업보다 용이하다. 다만 소비자 전자 제품은 예외다. 노트북, 스마트폰 같은 품목은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아 관세 부담과 공급망 전환의 어려움이 동시에 나타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무역 재조정, 유럽·동남아가 중심축으로 부상 

일부 국가는 대미 수출을 늘려 중국산 수입 공백을 메우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공급 부족이 발생해 중국산 제품이 다시 흘러 들어오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리튬이온 배터리다. 미국은 연간 약 200억달러 규모를 수입하는데, 이 중 70%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폴란드는 두 번째 수출국으로 연간 120억달러를 수출하지만, 대부분이 유럽 내에서 소비된다. 만약 폴란드가 미국으로 수출 비중을 높인다면 미국 수요 충족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유럽 내 공급 공백은 중국산 배터리로 채워질 수 있다.

미국은 자국 수출 물량을 내수로 돌릴 수 있으며, 이는 다른 교역국에 파급효과를 미친다. 소비자 전자 제품 등 일부 분야는 공급 부족과 초과 공급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유럽은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던 제품 55%를 대체 공급할 잠재력이 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유럽의 대미 수출은 중국산 수입 30~65%를 대체할 수 있으며, 관세가 높게 책정된 상황에서도 수출이 크게 증가한다. 그 결과 미국과 유럽 간 무역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고, 이는 향후 추가 관세나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유럽은 중국산 제품의 주요 수입처로도 부상한다. 중국이 미국에 공급하던 물량 35~55%가 유럽으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주로 전자 제품 시장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중국산 전자 제품 수출의 최대 20%를 대체할 수 있으며, 그 중심에는 베트남이 있다. 북미 자유무역 파트너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미 대미 수출 비중이 80% 이상으로 높아, 추가 확대 여력이 크지 않다. 멕시코의 섬유 수출은 이미 대부분 미국으로 향하고 있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북아프리카는 대체로 대미 수출이 1% 수준의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중소 국가에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본과 한국 역시 복잡한 중간재 중심의 수출구조 탓에 대미 수출 증가는 5% 이내에 머물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국의 반도체·부품·소재 부문은 상대적으로 기회가 된다. 유럽이 허브가 되는 시나리오에 맞춰 EU 규격·조달 네트워크를 선제 확보해야 한다. 베트남 등과 생산 파트너십을 고도화하고, 희토류·특수화학 등 병목 소재의 다변화와 리사이클·대체 소재 연구개발(R&D)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자체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해 중국산 수입 공백을 메우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분석에 따르면, 약 1800억달러 규모의 기존 수출품을 활용할 잠재력이 있다. 무역 재조정은 계약, 규격, 생산설비 조정 등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미국이 글로벌 공급 시장의 25%만 확보한다면, 1000억달러 이상의 수입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노트북, 스마트폰, 모니터 등 핵심 소비재는 물론 장난감·주방용품·골프카트 등 일상 제품에서 공급 차질과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다국적기업이 고려할 ‘네 가지 전략적 선택지’ 

관세 부담은 일부 기업에 상당한 타격을 준다. 변화에는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 기업의 선제대응은 경쟁 우위를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각 기업은 네 가지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 변화 역시 교역 지형을 크게 흔들 수 있다. 우선 감축이라는 선택지는 미국이 특정 품목의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경우 불가피한 단기 대응책이 될 수 있다. 효율성 제고로 수요를 줄이거나, 판매량을 줄이는 대신 가격·고객층을 재조정하는 전략도 검토 대상이다. 어떤 제품군에 대해 대체 계획을 마련할지, 생산공정 개선을 통해 구조적으로 대체 용이성을 확보할지가 관건이다.

확대 전략은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초기 비용, 시장 규모, 관세 수준,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생산 확대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선제적으로 생산능력을 늘리면 선점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 정책 변화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고려할 때 초기 비용이 낮고 유연한 재조정 전략은 다른 대안보다 유리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교역 재조정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의 행동을 바꾸고, 미국 시장에선 브랜드 전환과 새로운 상품 수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수천 개의 제품이 얽힌 글로벌 교역망에서 세부 품목별 수급과 가격, 수요 변화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교역 재조정은 세계 무역의 지형을 새롭게 그리며, 기업이 불확실성 속에서도 회복 탄력적 전략을 구축해야 할 배경이 되고 있다.


용어설명
  • 1국제비상경제권법 (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국가 안보상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이 발생할 경우 미국 대통령이 상대국을 경제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법안. 1977년 제정됐다. 미 대통령은 이 법에 의거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외환과 무역 거래 등을 차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