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금융 서비스의 제공 및 소비 방식이 대전환을 맞이했다. 시티그룹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AI로 글로벌 은행 업계 수익이 향후 6년간 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산업에서 AI 혁신은 차별화 열쇠이자, 생존에 필수가 됐다.
초기 AI와 생성 AI 균형 있게 배치해야

AI의 가치를 100% 실현하려면 초기AI(알고리즘 중심의 AI로, 현대의 신경망 기반 AI기술과 대비되는 기술)와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생성 AI(Generative AI)를 균형 있게 배치해야 한다. 거대 언어 모델(LLM)1)이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정작 은행 비즈니스 성과에 유용한 것은 초기 AI의 예측 능력이다.
JP모건은 생성 AI와 양자 컴퓨팅 기술 등 미래 기술에 투자하고 있지만, 여전히 초기 형태 머신러닝에서 더 많은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JP모건은 2024년 5월 상품 등록을 포기한 고객을 AI를 활용해 다시 유인하는 솔루션 덕분에 등록 완료율이 10~20%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규모가 작은 은행도 초기 AI 기술에 기반한 툴을 활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에 있는 자산 규모 약 8억달러의 BAC커뮤니티뱅크는 사용자 질문에 응답하고 적절한 직원을 배정하는 AI 기반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했다.
이와 동시에 생성 AI가 속속 도입되며 새로운 생산성 향상의 시대가 도래해, 은행은 생성 AI의 실험적 도입에서 나아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금융 사기 대응 등으로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또한 생성 AI 파일럿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내부 테크팀이나 테크 벤더가 구축한 폐쇄형 모델에서 공개형 오픈 소스 모델로 전환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은행은 생성 AI 소프트웨어 설계와 응용 및 데이터 노출에 대한 관리 권한 강화를 추구할 수 있다.
예산이 제한적인 은행은 범위가 좁아 구축과 유지에 비용이 덜 드는 소규모 언어 모델(SLM)2) 도입을 고려할 만하다. SLM은 데이터 풀이 작고 오픈소스 코드로 구축하므로 특정 업무를 수행하도록 훈련하는 데 적합하다. 상품 세부 사항 검색 및 소규모 거래 처리 등 내부 사례에 맞춰 적용하기 용이하다.
AI 배치 본격화

2024년 자산운용 부문에 가장 큰 변혁을 몰고 올 원동력으로 AI 기술이 꼽혔고, 이제 자산운용 부문에서 AI 기술 발전은 기대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과거 여느 때보다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는 지금, 자산운용사는 AI 기술을 신중하고 정교하게 통합해야 한다. AI 기술로 효율성을 실현하거나 혁신을 창출하는 데 뒤처지는 자산운용사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자산운용에 있어 효율성은 단지 이익 증대 요인에 그치지 않고 시장 평균을 능가하는 알파(alpha) 성과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 부문에서 자연어 처리(NLP), 자연어 생성(NLG), 생성 AI 등 AI 기술은 이미 경쟁 우위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산운용 부문에서 NLP 기술은 거래 전후 운영 태스크를 수행하는 증권 애널리스트 역할과 흡사하다. NLP는 더 많은 데이터 소스를 수집해 인간이 요구하는 즉시 수집한 데이터를 처리한다. NLP가 증권 애널리스트라면, NLG는 선임 애널리스트라 할 수 있다.
NLG는 NLP가 준비한 데이터를 인간의 서사로 한층 정교화해 데이터 목적에 걸맞은 맞춤형 내용으로 정리한다. 생성 AI는 NLP와 NLG가 합쳐져 더 창의력이 뛰어난 동생과도 같다. AI 모델에 최신뉴스, 재무 공시, 실적 발표, 과거 가격 데이터, 자체 밸류에이션 모델 등 다양한 데이터 소스가 입력되면 그야말로 세상을 바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이로 인해 증권 애널리스트와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역할이 완전히 변화할 수 있다. 생성 AI 붐이 일면서 일부 자산운용사는 실험적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거래 조정, 보안 점검, 포트폴리오 컴플라이언스 모니터링 등 시간 소모적 프로세스에 AI를 도입해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일례로 캐나다 토론토 소재 부스티드.ai(Boosted.ai)는 최근 포트폴리오 투자 위임 사항 위반 여부를 살피는 ‘부스티드인사이츠3.0’을 출시했다. 또 AI는 더욱 풍부한 정보를 기반으로 투자를 결정을 하는 데 유용하므로 투자 리서치 프로세스에도 도움이 된다. 2023년 11월 LG AI 연구소는 크래프트 테크놀로지스와 제휴해 AI를 기반으로 종목을 채택하는 LQAI ETF(Exchange Traded Fund·상장지수펀드)를 출시했다. LQAI ETF는 투자 종목을 선택한 후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 월간 보고서를 생산해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보완하도록 설계됐다. 또 AI는 고객 경험(CX)과 투자운용 효율성도 개선해 비용을 절감하고 자산운용사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한다.

사업 모델에 AI 내재화

위험 회피 성향이 가장 강한 산업이라 할 수 있는 보험 산업조차 생성 AI로 인해 변곡점에 이르렀다. 딜로이트가 2024년 6월 미국 보험사 임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76%가 1개 이상의 자사 사업 부서에서 생성 AI를 도입했다고 답했다. AIA그룹은 기초적 테크 및 데이터 전환 투자에서 생성 AI를 포함한 AI 기술을 판매, 운용, 고객 서비스 전반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중국 선전 소재 핑안보험은 텐센트에 이어 전 세계에서 생성 AI 기술 특허를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핑안보험은 자산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보험 그룹이다.
상당수 보험사가 여전히 AI를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일부는 보험금 청구와 고객 서비스 등 핵심 부문에 생성 AI를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활용 사례는 위험·보상 평가를 개선하고 규모 확대 기회를 창출한다. 규제 정립에도 도움이 되고 보험 산업 내 생성 AI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데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 딜로이트 설문 조사에 따르면, 보험사 임원은 판매, 리스크 관리, 보험금 청구 관리 등을 ‘생성 AI를 우선적으로 도입할 부문’으로 꼽았다.
용어설명
- 1거대 언어 모델(LLM)
방대한 양의 텍스트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돼 인간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는 AI 시스템.
- 2소규모 언어 모델(SLM)
LLM보다 훨씬 작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학습한 AI 시스템.